[특별기고]‘초등학생 학교밖 늘봄학교에 지역공동체도 참여해야‘

2023. 11. 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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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선필 교수


초등학생 ‘학교밖 늘봄학교’에 지역공동체도 참여해야
음선필 교수(홍익대 법대)

대한민국의 소멸을 지켜만 볼 것인가.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명까지 떨어져 세계 최저의 신기록을 수립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더욱 악화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신생아 수가 더 줄어들어 합계출산율이 0.72~0.73명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6년부터 15년간 280조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던 역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지속적인 저출산은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진다. 가장 시급한 국가과제인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국민의 지혜와 다양한 참여가 요구된다.
주지하다시피, 저출산은 맞벌이 가구의 증가, 가족 규모의 축소 등으로 가족, 부모가 돌봄과 교육의 양육 책임을 감당하기가 너무 버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책임을 국가가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돼 왔다. 이런 맥락에서 교육부는 ‘학교돌봄’을, 보건복지부는 ‘지역돌봄’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특히 교육부는 올해 초등학생의 교육과 돌봄을 함께 담당하는 ‘초등 늘봄학교’를 도입했다. 늘봄학교란, 학교 안팎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활용해 희망하는 초등학생에게 정규수업 전후로 제공하는 양질의 교육·돌봄(Educare) 통합 서비스를 말한다. 즉, ‘방과후프로그램’(교과연계, 특기·적성 등 교육)과 돌봄(휴식, 놀이, 간식 등)을 통합해 제공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시범운영 중인 초등 늘봄학교를 2025년에는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에 대해 교육현장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학부모 처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늘봄학교 운영에 부담을 크게 느끼는 일선 교사들은 교육과 돌봄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아이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종일 늘봄학교에 머무르게 하는 일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로 보건대, 공교육 주체인 학교만으로는 양질의 교육·돌봄 통합 서비스 제공을 충분히 감당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이를 위해 교육(지원)청-지자체의 참여 외에도 지역공동체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역공동체를 구성하는 종교기관이나 사회단체 등 비영리 민간단체의 참여를 통해 다양한 양육 프로그램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초등학생의 인성교육의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3~9세 아동들이 하루 평균 TV,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미디어에 사용하는 시간은 4시간 45분으로,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하루 1시간보다 무려 4배 이상이나 많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가족 이외에 타인과 대면하며 사귀는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 결과, 초등학생에게서 관계성 결손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인성교육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은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기 위한 법률이다.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말한다(제2조 제1호). 인성교육은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되는 핵심적인 가치 또는 덕목을 기르고자 한다(제2조 제2호). 인성교육은 가정 및 학교와 사회에서 모두 장려돼야 하며,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의 참여와 연대하에 다양한 사회적 기반을 활용해 전국적으로 실시돼야 한다(제5조). 따라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를 중심으로 인성교육 활동을 전개하고, 인성 친화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가정과 지역사회의 유기적인 연계망을 구축하도록 노력해야 하고(제4조 제3항), 학교의 장은 인성교육 진흥을 위해 학교·가정·지역사회와의 연계방안을 강구해야 한다(제10조 제4항).
이처럼 인성교육진흥법은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참여와 연대하에 인성교육이 이뤄질 것을 요구한다. 종교단체나 사회단체 등은 자신의 역량을 동원해 인성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이들에 의해 제공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상호 보완하면서 질적으로 우수한 내용을 담게 될 것이다.
한편, 공교육 차원의 늘봄학교 외에 지역공동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양육 프로그램은 학부모의 선택지를 넓힘으로써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더욱 충실히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 부모의 자녀교육권은 비록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 그리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1항에 나오는 중요한 기본권이다.
부모의 자녀교육권은 자신의 인생관·사회관·교육관에 따라 자녀의 교육을 자유롭게 형성할 권리로 구체화한다. 이러한 부모의 교육권은 다른 교육의 주체와의 관계에서 원칙적인 우위를 가진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 제26조 제3항은 “부모는 그 자녀에게 부여할 교육의 종류를 선택할 우선적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며, 1959년 국제연합 아동권리선언 제7조 제2항은 “아동의 교육 및 지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는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그 지도원칙으로 하지 아니하면 아니 된다. 그 책임은 우선 일차적으로 아동의 부모에게 있다”고 규정한다.
초등학생에 대한 학부모의 자녀교육권(특히 교육프로그램 선택권)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으려면 국가나 지자체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바우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초등학생을 건강하고 온전하게 키우기 위해서 이제는 학교뿐 아니라 지역공동체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음선필 교수=홍익대 법대 교수(헌법학). 홍익대 기획처장, 홍익대 법대학장, 한국입법학회 회장, 한국헌법학회 부회장, 한국공법학회 부회장, 한국제도경제학회 부회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자문위원, 국회 입법지원위원, 법제처 법제자문관, 서울대 법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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