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가 경험한 임플란트 시술 [건강의 시작, 입속 세균관리부터 시작하세요.]
치과의사인 나도 7번째 임플란트를 심었다. 내가 성장할 때만 해도 이를 잘 닦아야 한다는 개념이 그리 크지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나의 구강유해균 검사 결과는 구강 내 세균이 적지 않음을 나타내고 있다.
한 번 망가진 치아는 영구치가 나서도 충치가 잘 생겼다. 30대부터는 어금니부터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하나씩 심어야 했는데 어쩌면 이러한 부분이 내가 구강미생물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기도 한 것 같다.
이번에 임플란트를 진행한 부분은 오른쪽 아래 큰 어금니로 발치하고 당일 임플란트를 진행했다. 2008년에 신경치료를 했던 치아인데, 2~3주 전부터 씹을 때 통증이 있었다. 신경치료를 한 치아의 경우 가끔 그럴 수 있으니 며칠 두었는데, 마침내 씹지 않을 때도 욱신거림이 느껴졌다. 우리 병원 보존과에 치아 상태를 보이니, 신경치료 한 치아의 잇몸이 좋지 않고 뿌리에 금이 간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신경치료를 하면 치아 수명이 짧아지는데 치아의 남은 수명을 평균 10년~15년으로 정도로 본다고 한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 임플란트를 위해 내가 아는 치과의사 중 가장 발치와 임플란트, 골 이식술의 능력이 탁월한 우리 사과나무치과병원 김 모 원장의 신세를 또 졌다. 그래도 치과병원에 근무하니, 필요할 때 능력 있는 분께 의지할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발치 전 일반환자와 다름 없이 마취를 시작했다. 잠시 따끔, 뻐근한 뒤 얼굴 한쪽과 혀 반쪽이 부어오르는 듯하더니 마취가 진행되었다. 마취된 쪽을 살짝 씹어봐도 감각이 없었다. 약의 역사상, 인류에게 가장 많은 혜택이 되는 약 중 하나가 마취제라 생각하는데 역시나 효능이 좋았다. 나 역시 늘 발치와 임플란트 수술, 골이식술을 주 진료로 하기에 익숙한 과정이지만, 막상 환자가 되니 조금은 무서웠다.
수술이 시작되니, 그 무서움은 더해졌다. 발치를 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기구가 입안에 들어가는데 발치할 곳만 잘 제거하고 나머지 치아를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혹시 삐끗하면 다른 이들도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릴로 임플란트가 들어갈 홀을 턱뼈에 만드는 소리 또한 매우 크게 들렸다. 조금 과장하면, 천지가 울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턱이 드릴의 회전과 함께 덜덜거리고 좌우로 흔들리는데 역시나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발치와 드릴링 하는 과정에서 김 모 원장 옆의 노련한 치과위생사는 피와 식염수가 입 안에 잠기지 않도록 석션을 열심해 해주었다. 입에 액체가 고이지 않아서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너무 석션을 잘한 탓일까, 입 한쪽이 오히려 말랐다. 입을 벌리는 기구가 닿고 스치는 부위의 입술과 얼굴이 말라가니 가벼운 마찰 통증도 있었다. 이 부분은 내가 진료할 때 신경 써야겠구나 생각이 든 부분이었다.
시술에 걸린 시간은 총 25분 정도였다. 뿌리가 2개에서 3개인 제거하기가 쉽지 않은 어금니를 발치하고 임플란트 시술, 봉합하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모두 20분이었다. 다만 아무리 빠르게 진행된 과정이더라도 환자의 입장에선 어쨌든 쉽지 않은 시술과 긴장감이 있었다. 시술 시작 전 직원이 웃으면서 안겨준 쿠션을 몇 번이나 꼬옥 안게 된 나를 발견하면서 더욱이 쉽지 않은 과정이란 걸 다시 한번 느끼고 경험하게 됐다.
이번 시술을 진행하며 무엇보다 고민되었던 점은 바로 약물 복용이었다. 보통 임플란트 시술 전후 항생제와 진통소염제를 3일에서 5일 정도 처방한다. 감기나 피부 상처에 가능하면 항생제를 먹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발치나 잇몸치료 후에도 항생제는 가능한 피해야 한다. 하지만 임플란트는 인공 물질이 외부에서 나의 잇몸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다. 임플란트가 턱뼈에 들어가는 동안 침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침에는 늘 구강세균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정리하자면 턱뼈에 들어가는 외부 인공물질 임플란트와 그 표면에 세균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종의 의도치 않는 오염이다. 이 세균들이 약이나 면역에 의해 적절히 제어되지 않으면 임플란트 주위에 급성 만성으로 염증이 생기고 실패율이 올라간다. 바로 이 부분이 항생제가 필요한 이유다. 진통소염제야 수술을 했으니 통증완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평소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내 몸에도 최소한의 약을 쓰기로 했다. 특히 장으로 흡수돼 건강한 장 내 세균이 파괴되는 약물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복용약은 안 먹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가 한 순서는 이렇다.
1.시술 1시간 전 근육주사로 항생제와 진통소염제를 맞았다.
2.시술 전 화학적 계면활성제 없는 항균치약과 구강세정기, 농축가글로 깨끗이 양치를 한 뒤 프로바이오틱스 한 포를 입안에 오래 머물게 한 뒤 삼켰다.
3.시술 시에는 프로토콜처럼 구강과 입 주위를 소독한다.
4.시술 후 약을 먹지 않았다. 내 턱뼈에 들어간 임플란트 역시 침과 타액 세균이 함께 들어가 있겠지만, 그들이 증식하지 못하도록 내 몸의 면역이 잘 커버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냈다.
모든 시술이 끝난 것은 6시 조금 넘어서였다. 집에 가서 저녁으로 죽과 간 과일을 조금 먹었다. 특히 먹을 때 마취가 안 풀린 곳으로 씹지 않도록 주의했으며 식사 후엔 다시 입 안을 잘 씻어냈다. 또한 시술 부위엔 칫솔이 닿지 않도록 더욱 주의했다.
침대에 8시쯤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다시 거실로 나와 드라마를 보며 10시가 가까워지니 마취가 모두 풀렸다. 마취가 4~5시간 간 것이다. 다시 잠을 청했는데 중간 중간 시술 부위 통증은 느껴졌으나 그래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이었다. 깨어보니 12시 즈음,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다시 나와 책을 좀 보았다. 1시간 후 다시 잠을 청했는데 아침까지 깊이 잔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 글을 쓰는 아침 7시 30분 현재까지 통증은 없다. 아직은 내 위장관으로 약을 투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잘 마친 듯하다. 아침 양치는 이미 했으니 항생제 대신 구강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을 시간이다. 입안에 오래 머물게 한 후 삼키기. 복기를 해 보니, 가끔 이렇게 나 스스로 치과 치료나 임플란트를 시술을 받아본 경험이 의료인으로서 소중함 시간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의료행위를 받는 환자는 임플란트 시술이라는 시간이 매우 중요한 삶의 이벤트다. 하지만, 의료서비스 공급자인 보건의료인들에게는 이러한 이벤트가 반복된 일상일 수 있다. 매우 중요한 이벤트와 반복된 일상 사이의 차이를 줄이지 않으면 자칫 비극으로 치달을 수 있다.
환자를 존중하며 좀 더 섬세한 치료과정이 필요함을 나 스스로 다시 한번 느낀다. 또한 이왕 식립한 임플란트, 사후관리를 잘해서 오래 써야겠단 다짐도 함께한다.
/기고자: 사과나무의료재단 사과나무치과병원 김혜성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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