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는 맞아야 한다"고 했는데 무차별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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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경남 진주의 한 이십 대 남성이 편의점에서 일하는 여성을 "머리가 짧은 것을 보니 페미니스트"라며 폭행했다.
피의자는 범행 당시 아르바이트 여성의 머리가 짧으니 페미니스트라며 "나는 남성연대인데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폭행의 이유가 분명한 이 사건을 일부 언론에서 무차별 혹은 묻지마로 명명하는 것은 여성혐오라는 이 사건의 근본 원인을 조명하기보다 한 개인의 이상행동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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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
▲ 한 20대 남성이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편의점 여성 아르바이트생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범행 당시 편의점 내부 폐쇄회로(CC)TV 화면 캡쳐. |
ⓒ 연합뉴스 = 독자 제공 |
지난 4일, 경남 진주의 한 이십 대 남성이 편의점에서 일하는 여성을 "머리가 짧은 것을 보니 페미니스트"라며 폭행했다. 그는 폭행을 제지하려는 50대 남성에게도 "당신도 남자인데 왜 나를 돕지 않고 페미니스트를 돕냐"고 말하며 폭행을 저질렀다.
결국 귀와 인대를 크게 다친 아르바이트생과 오른손과 어깨에 골절상을 입은 50대 남성은 병원으로 이송됐고 남성은 현행범으로 체포돼 현재 구속됐다.
이유 명확한데 '무차별 폭행', 심지어 '묻지마 폭행'이라고도
여러 언론이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무차별 폭행'이라고 했다.
"여자가 머리 짧아? 페미네"…여성 알바 무차별 폭행한 20대 (중앙일보)
"페미는 맞아야 해"…편의점 알바 무차별 폭행 20대 영장 (노컷뉴스)
"페미는 맞아야"…편의점 알바 무차별 폭행한 20대 구속 (문화일보)
심지어는 <"페미는 맞아야"… 알바생 묻지마 폭행 20대男 구속>(국민일보), <"묻지마 폭행?" 편의점서 난동 20대 검거…조현병 이력도>(부산일보)와 같이 해당 사건을 '묻지마 폭행'으로 지칭한 언론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무차별 폭행'이나 '묻지마 폭행'으로 칭하는 것은 옳지 않다. 피의자는 범행 당시 아르바이트 여성의 머리가 짧으니 페미니스트라며 "나는 남성연대인데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50대 남성을 폭행한 이유도 피의자가 해당 남성이 페미니스트를 돕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피의자 스스로 폭행의 이유로 페미니스트이거나 페미니스트를 돕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폭행의 이유가 분명한 이 사건을 일부 언론에서 무차별 혹은 묻지마로 명명하는 것은 여성혐오라는 이 사건의 근본 원인을 조명하기보다 한 개인의 이상행동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 하지만 이번 폭행 사건에서는 피의자로부터 페미니스트라는 폭행의 뚜렷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무차별 범죄의 개념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
ⓒ 한국공안행정학회 |
또한 학술적 정의를 살펴봐도 이번 사건은 무차별 범죄라고 칭할 수 없다.
박형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무차별 범죄(Random Crime)의 개념과 특징: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무차별 범죄>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무차별 범죄란 "피해자의 입장에서 범죄와 무관한 행동 중 갑작스럽고 예기치 않은 피해를 당하고,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피해자와 별다른 관계가 없고, 뚜렷한 이유도 발견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무차별'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폭행 사건에서는 피의자로부터 페미니스트라는 폭행의 뚜렷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무차별 범죄의 개념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같은 논문에서 박 선임연구위원은 증오범죄(hate crime)에 대해 "어떤 대상에 대해 극단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혐오가 폭력으로 표출되는 범죄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증오범죄라고 명명돼야 할 것이다.
▲ 한편 영국 국영방송 BBC는 해당 사건을 보도하며 "경제 선진국 가운데 한국은 일하는 여성이 살기에 최악인 국가로 자주 꼽히며 성평등도 열악하다"면서 "최근 몇 년간 반페미니즘적 정서가 증가했다. 특히 역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당했다고 느끼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더욱 그렇다"라며 한국 사회의 성차별과 반페미니즘 기류를 언급했다. |
ⓒ BBC 보도 갈무리 |
한편 영국 국영방송 BBC는 해당 사건을 보도하며 "경제 선진국 가운데 한국은 일하는 여성이 살기에 최악인 국가로 자주 꼽히며 성평등도 열악하다"라면서 "최근 몇 년간 반페미니즘적 정서가 증가했다. 특히 역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당했다고 느끼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더욱 그렇다"라며 한국 사회의 성차별과 반페미니즘 기류를 언급했다.
또한 BBC는 "짧은 머리를 가진 여성들은 이전에 한국에서 공격의 대상이 되어 왔다. 많은 여성 혐오론자들은 짧은 머리를 남성혐오와 동일시 되는 용어인 페미니즘과 연관시킨다"며 지난 2021년,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가 짧은 머리라는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페미니스트라고 비난받자 안 선수와 연대하는 뜻에서 여성들이 짧은 머리를 과시하는 캠페인을 벌였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BBC는 해당 사건을 기존의 안산 선수를 향한 사이버불링을 예시로 들며 반페미니즘을 위시한 한국의 여성혐오 기류와 맞닿아 있음을 확실하게 지적했다. 피의자의 자극적인 발언과 정신병 경력을 강조하고 그저 무차별 폭행이라며 피의자 개인만의 문제로 규정해 버리는 우리 언론이 배워야 할 모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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