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눈물짓게 한... 엄마 그리는 어린 시인 이야기 '약속'

성하훈 2023. 11. 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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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관객 감성 자극하는 다큐멘터리 <약속> 민시우와 민병훈 감독

[성하훈 기자]

 다큐멘터리 영화 <약속>의 연출자이자 주인공인 민병훈 감독과 아들 민시우
ⓒ 민병훈필름 제공
 
"저처럼 슬픈 사연이 있는 사람에게 치유가 될 수 있고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자신이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 <약속>을 처음 본 소감에 대해 어린 시인의 답은 꽤 성숙했다. 치유, 위로, 공감 등의 표현을 초등학생이 사용한다는 것이 뜻밖이었다. 그러나 그가 쓴 시를 읽으면서 표현의 깊이가 이해됐다. 엄마를 잃은 슬픔과 그리움을 시를 통해 이겨내고 있는 소년에게 성숙함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지난 1일 개봉한 민병훈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약속>이 잔잔하지만 열띤 반응을 얻으며 주목받고 있다. 치유를 주제로 담고 있는 <약속>은 엄마를 잃은 소년 민시우와 아빠인 영화감독 민병훈이 각각 엄마와 아내의 빈자리에서 허전함과 아픔을 달래는 일상을 꽤 빼어난 영상미로 표현해냈다.

민병훈 감독과 아들 민시우에 대한 이야기인데, 감독이 자신의 이야기를 대중에 공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무릅썼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영화다. 아버지와 아들은 아내와 엄마를 그리워하며 서로 껴안고 엉엉 운다.

감독의 혼란한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자연의 힘이고, 어린 시인 민시우의 치유의 도구는 솔직 담백한 시어다. 아내와 엄마의 빈자리를 시와 영상으로 이겨내는 영화는 곳곳에서 뭉클한 감정과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흐르게 만든다. 꾸밈없는 이야기는 내내 영화에 몰두하게 한다.

시와 맞아 떨어지는 멋진 자연에 울림과 눈물

이 영화에서 주목되는 것은 시를 쓰는 초등학생 민시우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눌러 담은 시는 관객에게도 깊이 있게 전달된다. 순수한 시어 속에 솔직한 생각과 감정이 담겨 있기에 뭉클함과 함께 적잖은 위로와 감동을 준다.

유치원을 졸업할 무렵 떠나간 엄마를 그리워하는 민시우는 이미 여러 번 TV 예능 프로그램과 방송 다큐멘터리에 나오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 8월 9일 방송된 <유 퀴즈 온 더 블럭> 206회에서는 진행자인 유재석과 조세호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제가 죽을 때 봄이었으면 좋겠어요. 왜나하면 벚꽂을 손에 들고 엄마한테 선물을 주고 싶기 때문이에요'라는, 엄마를 향한 솔직하고도 절절한 시어에 두 진행자는 연신 눈을 만져야 했다. 어린아이의 진솔한 마음과 함께 깊이 있는 감정이 전달됐기 때문이었다.
 
 영화 <약속>의 한 장면. 시를 쓰는 초등학생 민시우
ⓒ 민병훈필름 제공
 
<약속>을 관람한 관객들의 감상평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내겐 올해 최고의 영화다. 어린 시인의 생각이 영그는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참 멋진 자연을 보고 있자니 울림과 눈물이...", "또래 아이를 키우기 때문일까요. 가슴이 먹먹해서 혼났습니다" 등등의 관객 반응에서 볼 수 있듯 스크린을 채운 아빠와 아이에게 눈을 떼기가 어렵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5학년 때까지 3년간 촬영한 영화에 대해 민시우 시인은 "내가 저런 모습으로 있었구나.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시를 더 쓰게 된 것은 일상에서 변화였다고 했고, 아빠랑 더 놀게 된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꼽았다.

민병훈 감독에 따르면 아들 민시우는 표현이 특별한 아이다. 한번은 "아빠는 엄마에게 어떤 행동이나 표현을 했냐는 질문을 하더라"며 "정확한 의미의 질문을 주니까 답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천국에서 만나자는 약속 이루어질 거야

영화의 제목인 <약속>은 엄마와의 약속을 의미한다. 민시우는 '약속'이라는 시에서 약속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약속이란 뜻은 꼭! / 지키겠다는 말 /... / 엄마는 나한테 아주 좋은 약속을 해주셨어 / 시우야~ 우리 언젠간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 이런 약속은 꼭! 이루어질 거야."

민시우의 엄마인 고 안은미 작가의 모습은 영화 내내 모자에 얼굴을 가린 채 뒷모습이나 옆모습으로 등장하다 끝부분에 와서야 이르러 살짝 생전의 모습을 드러낸다. 민병훈 감독은 "아빠로서 엄마를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면서 시우의 소원을 들어주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영화 <약속>의 한 장면. 생전의 엄마 뒤를 따라가고 있는 어린 민시우
ⓒ 민병훈 필름
 
민시우 시인의 동시는 주로 엄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동백꽃이라는 시에는 엄마에 더해 '제주도의 아픔을 상징하는 동백꽃'이라는 표현도 있다. 역사적 아픔을 끼워넣는 어린 시인의 태도가 인상적이다. 민시우 시인은 "4.3은 슬픈 사건이다"라며 "학교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약속>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지만, 영상으로 보는 제주의 사계절과 다양한 풍광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기능도 한다. 미디어아트 전시회도 열었던 감독이 미학적인 영상을 구현해낸 덕분이다.

민병훈 감독은 "죽음을 묘사한 영화들은 많지만 죽음을 통해 현실을 견뎌내고 애도하는 영화는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지극히 힘든 이야기를 풀어 놓으면서도 절제를 보여주고 싶었고, 아이의 시를 통해 영화의 뼈대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연의 이미지와 시를 통해 감동적으로 읽히길 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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