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도파민 중독, 이렇게 극복했습니다

조수민 2023. 11. 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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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보드를 만나고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난 대학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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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민 기자]

요즘 20,30대들이 술과 담배만큼 중독된 것이 하나 있다. 이들은 도파민에 강력하게 중독되어 있다. 도파민은 '행복호르몬'이라고도 불리며, 사람이 쾌락을 느끼도록 한다. 도파민은, 쾌락을 유발하는 상황인 음주, 흡연, 맵거나 단 음식을 먹는 행위 등에서 모두 발생된다.

하지만 부자연스러운 도파민 자극제는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만들기도 한다. 도파민이 지나치게 분비되면 뇌는 향상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자극에 익숙해진 뇌에 자극을 주기 위해서는, 더 쉼 없는, 더 강력한 자극을 찾는다.

요즈음 많이 사용되는 '밈'으로서의 '도파민 중독'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자극 중에서도 특히 디지털 중독을 설명한다. 자극적인 내용의 콘텐츠만 찾는 사람이나, 영상 재생을 배속으로 하며 지나치게 빠른 정보로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과 같은 숏폼을 기계적으로 넘기며 몇 십 분, 몇 시간씩 소비하는 이들을 '도파민 중독자'라고 부른다. 이들 '도파민 중독자'들은 끊임없는 콘텐츠 소비로 뇌에 쉬는 시간조차 주지 않으며, 말 그대로 '도파민이 나오는 상태'에 중독된 사람들이다.

21살 평범한 대학생인 나 역시, 완전한 도파민 중독자라고 할 수 있다. 매일 새벽, 나는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내 신경을 맡긴다. 누워서 몇 시간씩이나 유튜브 쇼츠를 내리고, 중간 콘텐츠가 떨어지면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가 릴스를 시청한다. 이러한 영상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보통 30초에서 1분 내외의 짧은, 그리고 빠른 속도의 영상이기 때문에 보는 데에 있어서 집중력을 요하지 않는다. 둘째, 대개 유행하는 주제나 음원에 대한 영상이기 때문에, 출연진만 다른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시청하게 된다.

이처럼 나에게 숏폼을 소비하는 시간은 정말이지 생산성 없고 무의미한 시간낭비였으나, 동시에 아무것도 생각하지도, 아무것도 행하지도 않으면서 손 쉽게 '쾌락'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도파민에 중독된 나는 잠들기 직전까지 끊임없이 영상을 시청하고, 휴대폰으로 인해 잠이 달아나면 '그것 역시 좋다' 생각하며 새벽 네다섯 시까지 숏폼을 소비하다 자는 건강하지 않은 생활패턴과 건강하지 않은 도파민 분비가 반복되는 날들을 보냈다.

건강한 도파민을 찾는 방법

처음 스케이트보드를 만나게 된 것은, 학기 초, 동아리 박람회에서였다. 평소 스트리트 패션, 힙합 음악 등 멋있어 보이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동경했던 나는 박람회에서 보드 기술을 선보이는 선배 동아리원들의 멋있는 모습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그 길로, 동아리에 바로 입부를 하게 되었고 주중이나 주말, 정기모임이 있을 때 종종 나가 보드를 배우고, 탔다. 개인 보드가 없었던 나는 정기 모임이 있지 않은 날에는 보드를 연습할 수 없었기에 대학생 신분으로서는 거금인 20만 원을 들여 나의 보드를 구입했다.

초등학생들이 주로 타는 이미 조립이 되어 나오는 식의 플라스틱 데크를 가진 크루저 보드나, S보드 등을 생각해 최대 10만 원 정도로 예산을 잡았었는데, 생각보다 비싼 스케이트 보드 가격에 알바비를 받을 때까지 몇 주를 기다려야만 했다.

몇 주의 긴 기다림이 끝나고 나의 취향에 맞는 보드 데크를 찾고 또 찾아 홍대에 가서 붉은색 페이즐리 무늬의 보드를 구매한다. 실제로 보면 빨간색인 듯 핑크색인 듯 애매한 색상이 정말 매력적이다.
 
 나의 스케이트보드
ⓒ 조수민
나만의 보드와 함께 보드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하면서, 목표하는 기술이 생겼다. 바로 모든 스케이트 보드 기술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알리(ollie)이다. 알리는 보드와 발을 붙인 상태로 함께 점프하는 트릭을 말한다.

처음 볼 땐,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원리를 이해하자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알리는 지렛대의 원리를 활용한다. 지렛대는 판과 지지대를 이용하여 작은 힘으로 큰 물건을 이동시키는 원리로, 힘점, 작용점, 받침점이 있다.

이것을 스케이트보드에 작용하자면, 받침점을 뒷바퀴, 힘점을 뒷발에 둔다. 이때 한쪽이 들리는 순간, 작용점인 앞쪽 발을 들어주면 보드가 약간 들리게 된다. 그 이후 바로 이어서, 거의 동시에 가까운 시간 내에 작용점에 있는 데크를 바닥으로 눌러주어 양쪽의 수평을 맞추면 공중에 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알리를 마스터한다면, 그 이후 알리를 바탕으로 하는 트릭인 킥플립이나, 팝샤빗 등도 가능하게 된다.

스케이트보드 중독으로

스케이트보드를 타게 되면서 크진 않지만 나의 '도파민 중독' 증세에 나름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건강하지 않은 도파민에 중독된 상태에서 스케이트보딩으로부터 오는 건강한 도파민을 느끼는 상태로의 전환이다.

일단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온 날은 지나치게 피곤한 몸 덕분에 늦은 시간까지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지 못하였다. 큰 변화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평소 침대에 누운 한 시부터 네다섯 시까지 휴대폰만 바라보다 잤던 나에게는 '도파민 중독' 상태에서 몇 시간이나 벗어난 것이다.

실제로, 중독원으로부터의 점차적 단절은, 중독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고도 한다. '유산소 운동이 인터넷 게임중독 청소년의 건강관련 삶의 질(Peds QL™ 4.0)과 도파민에 미치는 영향과 상관관계 분석(강소형, 2017, 한국체육과학회지)'에 따르면, 스케이트보딩과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는 스릴과 트릭의 성공으로 인한 성취감을 통해서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실제로, 균형이 잡힐 듯 말 듯, 넘어질 듯 말 듯한 긴장감 속에서 넘어지지 않고 한 번의 라이딩을 해냈을 때의 쾌감이 나를 보드에 빠지게 했다. 그때 깨닫게 되었다. 내가 두세 시간씩 유튜브를 보며 간간히 얻었던 쾌락이, 보드를 타는 수 분, 수 초 동안의 쾌감과 성취감으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푸쉬오프
ⓒ Pixabay
아직도 나는 처음 '푸쉬오프''를 했을 때의 두려움과 짜릿한 감정을 잊을 수 없다. 푸쉬오프(push off)란 보드에 한 발은 올린 상태로 다른 발로 밀어 주행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보드 용어이다. 말 그대로 보드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법, 즉 보드의 제일 기초가 되는 기술이다.

하지만 푸쉬오프를 한 후에는, 땅에 딛고 있던 나머지 발도 보드 위로 안착시켜야 하는데, 이것을 처음 할 때 상당히 두렵다. 땅에 딛었던 한 발을 드는 순간, 보드 위의 한 발로만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두 발이 모두 보드 위에 올라가 공중에 떠있는 상태가 되면, 보드 데크와 휠에 내 몸을 맡겨야만 하는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푸쉬오프에 성공하게 되면, 앞으로 바람을 가르며 나아갈 때 느껴지는 시원함과 해방감이 수 초 내에 교차하며 거대한 '희열'이 다가온다. 스케이트보드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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