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종이 빨대, 진짜 사라질까?

라효진 2023. 11. 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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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 정책의 일환으로, 몇 년 전부터 일부 식당과 카페 등지에서는 종이 빨대가 사용됐습니다. 무분별하게 생산되고, 또 버려지는 일회용품 문제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는 건 이미 시대적 합의가 이뤄진 사실입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다회용품 이용을 생활화하고, 일회용품은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소재를 적용할 필요가 있죠. 그래서 나온 것이 이 '종이 빨대'입니다.

하지만 종이 빨대는 결코 환경 친화적 발명품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종이 빨대는 재활용이 가능하거나 자연 분해되는 것이 전제돼야 하는데요. 종이 빨대가 음료에 닿아도 젖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코팅이 필요해요. 생분해 소재로 코팅하지 않았다면 플라스틱 빨대처럼 미세 플라스틱을 방출합니다. 또 카페에서 종이 빨대를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듯, 오래 음료에 꽂은 상태로 있으면 흐물흐물해집니다. 어차피 일반쓰레기로 버려져 소각된다는 뜻이죠. 그래서 사실은 종이 빨대의 존재 자체가 환경 보호에 유의미한 영향은 주지 못해요. 종이 빨대 대신 생분해 플라스틱 빨대 등도 대체 일회용품으로 상용되지만 단가 차이가 엄청납니다. 소비자가 대나무나 옥수수 등 친환경 소재 빨대나 유리, 스테인레스 빨대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종이 빨대를 향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던 1년 전, 정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했습니다. 비닐 봉투 제공시 과태료 부과,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이 정책이 계도 기간이었던 약 1년 만에 사실상 백지화됐습니다. 종이컵 단속은 아예 중단하고,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 봉투 계도 기간은 무기한 연장한다고 해요. 단속 대신 대체품 사용을 정착시키겠다는 의도라지만, 다소 갑작스럽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전 세계가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정 반대의 길을, 너무 급히 제시한 탓일까요? 다만 정부는 다회용품 사용 등을 지속하고자 하는 자영업자를 지원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비용도 플라스틱 빨대의 2.5배에 달하는데다가 음료 맛과 소비자 경험까지 해치는 종이 빨대는 이번 정책의 영향으로 사라질 수도 있겠는데요.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건, 종이 빨대를 생산하던 기업들의 생계 문제도 있습니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한 종이 빨대 업체는 천연 접착제를 활용한 무코팅 종이 빨대 기술을 개발해 나가며 안 좋았던 인식을 바꿔 나가는 도중에 날벼락을 맞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당장 발주가 끊기니 기업 존폐까지 거론됩니다. 더 좋은 종이 빨대가 나올 수도 있던 가능성이 차단된 셈입니다. 엄격한 규제 1년 만에 이전으로 회귀한 환경 정책, 혼란 없이 정착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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