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시장 효자 종목 된 OST, 그 뒤의 그림자 [‘K’ 딱지 노리는 OST①]

박정선 2023. 11. 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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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감정의 언어다.

이때부터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가던 드라마 OST 시장의 전성기는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 등이 잇따라 대박을 터뜨렸던 2016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작곡가는 "뭐든 인기 있는 장르, 돈이 되는 장르엔 사람이 모이게 되어 있다지만, 드라마 OST 시장은 굉장히 짧은 기간 동안 많은 OST 제작사들이 생겨나면서 경쟁이 심화됐다. 과열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드라마에 대한 이해 없이 '잘 팔리는 음원'에만 집중하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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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인기 OST 차트 장기 집권하며 점유율 유지
제작비 대비 리스크 적어...과열 경쟁 부작용

음악은 감정의 언어다. 드라마 속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감정의 언어인 음악을 만나 더 깊은 몰입감을 얻는다.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드라마 OST는 그 감정의 파동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과거 드라마의 홍보 수단쯤으로 여겨졌던 OST가 하나의 독립된 음악으로 자리 잡은 것도 음악이 가진 힘 때문이다.

이는 음원 차트에서도 여러 차례 증명됐다. 드라마 방영 중에는 물론이고, 종연 이후에도 OST는 오랫동안 차트에 이름을 올려놨다. 써클차트 기준, 지난 9월 디지털차트 월간 톱50에 이름을 올린 성시경의 ‘너의 모든 순간’, 임영웅의 ‘사랑은 늘 도망가’, 멜로망스의 ‘사랑인가봐’는 각각 ‘별에서 온 그대’ ‘신사와 아가씨’ ‘사내맞선’의 OST로, 드라마가 완결된 지 최소 1년 6개월, 최대 9년이나 흐른 곡이다.

드라마 OST의 흥행을 이끈 요소를 하나만 언급하긴 어렵다. 곡이 좋은 것은 기본이고, 작품 분위기와의 일치도, 작품의 흥행 여부, 가창자의 인지도 등이 종합적으로 갖춰져야 가능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런 본질적인 흥행 요소 외에 드라마 OST의 전성기를 이끈 건 음원 시장의 변화도 한몫했다는 점이다.

드라마 OST 시장이 2000년대 이후 활성화된 것도, 이 당시를 기점으로 음원 차트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음악 사이트 엠넷닷컴은 2006년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장르별 차트에 OST를 포함시켰고, 멜론과 지니, 벅스 등도 OST 차트를 따로 분류해 놓거나 장르별 보기 서비스를 잇따라 도입했고 이 영향으로 OST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가던 드라마 OST 시장의 전성기는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 등이 잇따라 대박을 터뜨렸던 2016년이다. ‘태양의 후예’는 그해 매출 120억원을 넘겼고, 이는 전체 OST 시장의 58%에 수준이었다. 덕분에 전년 10%에 불과했던 OST 점유율은 2016년 18%대로 뛰었고, 이듬해인 2017년 1월에는 ‘도깨비’ OST 영향으로 점유율이 28%까지 치솟았다.

OST가 업계에서 ‘수익성 좋은 사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부터 OST 투자자, 제작사가 급격히 늘었다. 실제로 OST는 듣기 좋은 부분이 집중적으로 방송을 타기 때문에 온라인 시장 매출에서 정규 음반보다 훨씬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제작비 대비 리스크도 매우 낮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유명 작곡가, 프로듀서, 가창자를 섭외하면서 OST 고급화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급성장 이후 많은 제작자가 몰리면서 과열 경쟁으로까지 이어졌고, 이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작곡가는 “뭐든 인기 있는 장르, 돈이 되는 장르엔 사람이 모이게 되어 있다지만, 드라마 OST 시장은 굉장히 짧은 기간 동안 많은 OST 제작사들이 생겨나면서 경쟁이 심화됐다. 과열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드라마에 대한 이해 없이 ‘잘 팔리는 음원’에만 집중하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 예로 KBS2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의 OST ‘어린 날’은 tvN ‘나의 아저씨’ OST 손디아의 ‘어른’의 반주에 멜로디를 얹는 식으로 곡을 만들었다가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어린 날’ 작곡가는 제작사가 ‘어른’을 레퍼런스로 잡아줘 참고했다고 뒤늦게 인정했고, 해당 음원은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례도 있었다.

한 OST 제작사 관계자는 “OST가 꾸준히 일정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일부 차트를 장기 집권하고 있는 과거의 드라마 OST의 영향이 크다”면서 “드라마에 맞지 않는 곡을 만들어 그 작품에 기생해 수익을 올리려고 하는 행위는 드라마 시청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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