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네옴' 특수 노리는 정기선의 믿는 구석…HD현대일렉트릭
계속 이어지는 '러브콜'로 꽉찬 일감…맞춤 제작 제품 '척척'
"우리 집보다 깨끗하다"…2020년 재탄생한 스마트 공장
급증한 수요에 내년까지 변압기 공장 증설 추진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흔히 알려진 '얼굴 마담'은 야드 곳곳에 위치한 대형 선박들이지만, 이곳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알짜 사업이 숨어 있다. 바로 HD현대그룹의 '아픈 손가락'에서 어느새 '효자'로 거듭난 HD현대일렉트릭이다.
7일 방문한 HD현대일렉트릭의 국내 최초 '초고압 변압기 스마트 공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북미 등 글로벌 시장의 훈풍으로 꽉 찬 곳간 덕에 웃음꽃이 한가득 피어있었다.
불황 시기에도 지난 2020년 '똘똘한 공장'으로 재탄생 한 500kV 스마트 공장 내부는 각국의 끊이지 않는 러브콜로 쉴 틈도 없이 제품 생산이 한창이었다. 사우디 네옴시티부터 북미, 유럽 등 가지각색 지역에서 수주한 변압기들이었다.
앞서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최근 아람코 회장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최측근이자 ‘금고지기’로 알려진 야시르 오스만 알 루마이얀 아람코 회장 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총재와 한국에서 회동한 직후 전력기기 관련 대규모 수주를 따낸 바 있다.
전체 시설은 500kV 스마트 공장을 포함해 총 4개로, 800kV 공장, 400kV 공장, 300kV 공장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 공장에서 한 번에 제작 가능한 변압기는 100대다. 스마트 공장에서는 25~34대 정도 제작이 가능한데, 현재 수요가 늘어 물량이 꽉 찬 상태라고 한다.
깔끔한 공장 내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최신식 시설들은 공장의 '스마트함'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게 끔 했다. 양재철 상무는 "스마트 공장을 방문하는 외국 고객들이 '본인들이 살고 있는 집보다도 깨끗하다'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며 "사물인터넷(IoT)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최첨단 설비와 프로세스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리모델링 당시 HD현대일렉트릭이 중점적으로 생각한 분야는 총 5가지로 ▲생산공정 최적화 ▲ 생산운영시스템(MES) 및 통합관제실 구축 ▲공장 외관 개선 ▲자동화를 통한 공정개선 ▲생산 및 근무환경 개선 등이다.
모습은 넓은 층고와 면적을 갖춰 마치 '창고형 마트' 같은 인테리어를 갖췄다. 면적의 반을 기준으로 한 쪽은 로봇이, 다른 한 쪽은 소수의 근로자들이 제품 생산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다른 양산품을 제조하는 일반적인 스마트공장과 달리, 변압기는 고도의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공정이 필수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자동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 상무는 "현재 변압기 스마트공장은 스마트 시설과 수작업 공정 효율화가 섞인, 초고압 변압기 생산에 최적화된 상태의 공장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공장 레이아웃은 크게 총 4개의 베이(Bay)로 나뉘어진다. 생산 효율화를 위해 각 베이별로 작업 특성에 맞춰 공정을 분리 운영 중이다. 대규모 공조 설비가 구축됐으며, 각 베이 별로 이중도어와 간실을 적용해 변압기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온습도와 이물질 관리도 한층 강화된 상태로 이뤄지고 있었다.
딱딱하고 무거운 '고철덩어리' 같은 외관과 달리 변압기의 제작 모습은 상당히 섬세했다. 생산공정은 크게 철심-권선-중신조립-총조립으로 나뉘며, 이후 시험-해체 및 포장-출고 및 납품-사이트(SITE) 설치 순으로 진행된다.
현장을 둘러보니 여러 공정이 제각각 이뤄지는 것 같아 보였지만, 통합관제실에서 전 공정을 컨트롤한다고 한다. 생산현장에서 키오스크(KIOSK) 및 테블릿, 바코드, 설비시스템을 통한 정보들을 수집해 한눈에 현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대시보드는 생산운영시스템(MES), 설비모니터링시스템(FMS), 현장모니터링시스템(VMS)로 구성됐다. 큰 화면에 CCTV화면 여러개가 띄워져 있었으며, 모니터 10대 정도가 구축됐다.
관제실에서는 작업 인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무인시스템으로 관제가 이뤄진다. 하루 계획이 몇 퍼센트 정도 진행됐는지 그래프로 확인이 가능했다. 다만 사람의 개입이 필요할 경우, 이를 테면 ▲수분 ▲습도 ▲온도 등이 기준치를 벗어나게 되면 담당자에게 바로 알림이 간다고 한다.
세부 공정들도 살펴봤다. 첫 번째는 '철심적층공정' 공정이다. 현장은 펜스 안에 설치된 로봇이 주도하고 있었다. 철심적층 전공정에 자동화설비 시스템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최초다. 로봇은 0.23㎜~0.3㎜ 두께의 얇은 전기강판을 길이, 형상대로 절단하고 절단품을 형상에 맞게 층층히 쌓고 있었다.
두 번째는 '권선공정'이다. 실제로 전압을 변경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장치로, 절연지로 싸인 동선을 원형틀 외부로 감고 건조 후 치수에 맞게 제작한다.
다음은 '중신조립'이다. 완성된 철심과 권선을 조립하고, 필요한 리드 및 절연물을 조립하는 과정으로, 진공건조로를 이용해 건조 후 변압기 내부 구조물을 완성시켰다.
작업대 앞에 키오스크 몇 대가 설치돼있었는데, 이를 통해 3D로 마치 '일러스트' 같은 세부 도면을 여러 방면에서 수시로 확인이 가능했다. 기존 종이로 된 도면으로 작업했을 당시 개정된 최신도면이 현장에 전달되지 못하는 오작이 발생했었지만, 현재 키오스크 설치로 항상 시스템을 통해 도면을 확인할 수 있게 돼 이러한 오작이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양 상무는 "도면은 항상 최신 버전으로 나오고, 출력 시 QR코드가 찍혀있다. 이 QR코드를 통해서도 도면이 가장 최신 도면인지 아닌지 확인이 가능하다"며 "다른 곳에서는 이런 시스템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총조립' 단계에 왔다. 여기서는 완성된 중신을 외함에 삽입하고, 부싱, 방열기, 각종 악세서리들을 부착했다. 모든 외함의 부품 부착 완료 후 진공 및 주유를 실시하게 된다.
이렇게 전 공정을 끝낸 변압기는 시험실에 입실해 시험을 실시한다. 시험 종료 후에는 악세서리등을 해체하고 포장해 사이트로 납품 후 설치된다.
주체할 수 없는 글로벌 인기에 HD현대일렉트릭은 현재 울산 변압기 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법인의 변압기 공장을 증설해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스마트 공장 옆 쪽 공사가 한창인 울산 공장의 경우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하고 있으며, 투자 금액은 총272억원이다. 이를 통해 연간 매출 기준 1400억원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앨라배마 법인은 보관창고 및 야적장 신축을 통해 총조립 공간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내년 9월 준공을 목표로 하며, 투자 비용은 약 180억원이다. 이 곳에서는 연간 800억원의 매출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략지원담당 김주윤 상무는 "2019년 말 조석 사장 부임 후 HD현대일렉트릭은 선별 수주, 품질관리, 경영 혁신프로그램, 혁신 활동 등을 통해 회사의 체제를 개선했다"며 "지난해 분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올해 또 그 기록을 갱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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