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갈량 살뜰히 챙긴 LG 선수들 "감독님! 승리구 가져가세요" [KS]

김지수 기자 2023. 11. 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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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LG 트윈스가 드라마 같은 역전승으로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를 따냈다. 경기 종료 후에는 명승부를 지휘한 사령탑에게 선물을 건네는 훈훈한 풍경도 연출했다.

LG는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승제, KT 위즈 1승) 2차전에서 KT 위즈를 5-4로 이겼다. 전날 1차전 2-3 역전패의 아픔을 되갚고 시리즈 전적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LG는 이날 2차전에서 벤치의 빠른 상황 판단과 결단력이 빛을 발했다. 선발투수 최원태가 1회초 선두타자 김상수를 볼넷, 황재균에 안타, 앤서니 알포드에 볼넷을 내줘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1사 후 장성우에 2타점 2루타를 허용하자 곧바로 투수를 이정용으로 교체했다.

이정용이 1사 2·3루에서 배정대에 2타점 적시타를 맞고 0-4까지 스코어가 벌어지면서 LG의 투수교체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다만 이정용은 2회초 KT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고 무섭게 타오르던 KT의 방망이를 일단 꺾어놨다.

염경엽 LG 감독은 말 그대로 총력전을 펼쳤다. 이정용(1⅔이닝)-정우영(1⅓이닝)-김진성 (⅔이닝)-유영찬 (2⅓이닝)-함덕주(1이닝) 등 주축 불펜투수들을 모두 투입해 KT의 추가 득점을 저지했다.

LG 투수들도 염경엽 감독의 승부수에 멋진 투구로 화답했다. 포수 박동원과 호흡을 맞춰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며 2회부터 8회까지 KT를 무득점으로 봉쇄했다.

KT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에 막혀 있던 타선도 3회말부터 힘을 냈다. 4번타자 오스틴 딘의 1타점 적시타로 귀중한 만회 점수를 얻었다.

LG는 이후 4, 5회말 공격에서 무득점에 그쳤지만 6회말 '캡틴' 오지환의 한방이 터졌다. 오지환이 쿠에바스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려 2-4로 점수 차를 좁혔다.

7회말에는 타선의 리더 김현수가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2사 1루에서 KT 셋업맨 박영현을 상대로 1타점 2루타를 때려내 3-4로 KT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8회말에는 박동원이 경기를 지배했다. 1사 2루에서 박영현을 무너뜨리는 결승 역전 2점 홈런을 폭발시켜 스코어를 5-4로 만들었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모든 걸 쏟아부은 염경엽 감독의 게임 운영에 선수들이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기어이 승부를 뒤집었다.

LG는 이후 9회초 마운드에 오른 클로저 고우석이 KT의 마지막 저항을 삼자범퇴로 잠재웠다. 대타 김민혁과 조용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김상수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LG 선수들은 2차전 승리가 확정된 뒤 그라운드에서 역전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염경엽 감독은 선수단과 하이파이브를 마친 뒤 더그아웃에서 공식 방송 인터뷰를 기다리며 잠시 머리를 식혔다. 

이때 LG 선수들이 염경엽 감독에게 다가와 승리구를 건넸다. 고우석이 김상수를 2루 땅볼로 처리했던 마지막 27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은 공이 염경엽 감독의 손에 들어왔다. 염경엽 감독은 웃는 얼굴로 승리구를 받아 든 뒤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LG의 최근 한국시리즈 승리는 2002년 11월 8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2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꺾은 이후 7670일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승전고를 울렸다. 

염경엽 감독 개인으로서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사령탑 시절이던 2014 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이후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염경엽 감독은 승장 인터뷰에서 "2차전 승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니다. 우리 선수들에게 시리즈를 임하는 자신감을 만들어 준 그런 경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또 한 가지 소득은 젊은 불펜들이 경험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2차전에서 굉장히 좋은 투구를 해줬다. 남은 시리즈에서 정우영, 유영찬, 백승현 등을 더 과감하게 기용할 수 있는 모습들을 보여줬다. 감독에게는 많은 카드를 만들어 준 경기였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전날 1차전을 지면서 팬들께 정말 죄송했다. 뜨거운 응원을 해주셨는데 거기에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아 굉장히 아쉽고 미안한 마음도 있고 잠도 못 잤다"며 "2차전에서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수, 타격 파트 모든 선수가 똘똘 뭉쳐 팬들에게 좋은 경기로 웃고 돌아갈 수 있게 해줄 수 있었던 게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LG는 9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0~11일 적지 수원KT위즈파크에서 한국시리즈 3~4차전을 치른다. LG는 3차전 선발투수로 우완 임찬규를 예고했다. KT는 웨스 벤자민이 출격한다.

■ LG 트윈스 역대 한국시리즈 전적

▲ 1990 시즌

- 정규리그 1위 → 한국시리즈 직행 vs 삼성 라이온즈 4승 우승

▲ 1994 시즌 

- 정규리그 1위 → 한국시리즈 직행 vs 태평양 돌핀스 4승 우승

▲ 1997 시즌

- 정규리그 2위 → 플레이오프 진출 vs 삼성 라이온즈 3승 2패 한국시리즈 진출

- 한국시리즈 vs 해태 타이거즈 1승 4패 준우승

▲ 1998 시즌

- 정규리그 3위 → 준플레이오프 vs OB 베어스 2승 플레이오프 진출

- 플레이오프 vs 삼성 라이온즈 3승 1패 한국시리즈 진출

- 한국시리즈 vs 현대 유니콘스 2승 4패 준우승

▲ 2002 시즌

- 정규리그 4위 → 준플레이오프 vs 현대 유니콘스 2승 플레이오프 진출

- 플레이오프 vs KIA 타이거즈 3승 2패 한국시리즈 진출

- 한국시리즈 vs 삼성 라이온즈 2승 4패 준우승 

사진=잠실, 엑스포츠뉴스/김한준 기자/박지영 기자/고아라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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