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해 韓 성장률 1.5→1.4% 하향…고금리에 '소비' 경고등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1.4%로 하향조정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경기 회복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도 전망치도 0.1%포인트 내리면서 한국 경제 반등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KDI도 하향조정…OECD만 1.5% 성장률 전망 유지
11일 KDI는 이런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KDI는 지난 5월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5%로 낮춘 뒤 8월엔 한 차례 유지했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이유와 관련해 “8월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고, 시장금리도 많이 올라갔다”라며 “이런 부분이 우리 경제 회복세를 더 늦추고 있고 내년까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KDI가 전망한 1.4% 성장률은 기획재정부·한국은행·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와 같다. 이제 주요 기관 중 1.5% 전망치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유일하다. 한국금융연구원·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일찍이 1.3%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가 발목 잡아
경기 반등의 핵심 키였던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경기 반등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고금리 상황이다. 통상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상품소비와 설비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데 한국 경제에도 동일한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전년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전망(2.5%)보다 0.6%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전년 대비) 전망치도 1.1→0.2%로 뚝 떨어졌다. 그나마 건설투자 증가율은 2.8%로 8월 전망(1.3%)보다 늘었지만 향후 건설업 경기 악화로 수주가 부진해져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민간부채가 크게 누적된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는 가계의 소비여력과 기업의 투자여력을 축소하면서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중심 수출 회복세…고용 양호
다만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전체적인 경기 부진은 다소 완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천 총괄은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산업의 경기가 급격한 위축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전체 경기의 흐름이 전환되는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실제 지난달 수출은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서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전망했다. 8월보다 0.1%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근원물가는 3.5%로 동일했다. 천 총괄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단기적으로 등락하고 있으나 근원물가 상승세가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고, 기대인플레이션도 완만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라며 “물가안정 목표(2%대)에 비교적 이른 시점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물가상승률은 올해보다 낮은 2.5%로 전망했다.
고용지표도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KDI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 전망치를 기존 30만명에서 32만명으로 높여 잡았다.
내년 경제성장률 2.3→2.2% 하향
고금리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 속도는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 KDI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8월보다 0.1%포인트 낮은 2.2%로 전망했다. 한은과 IMF의 전망치와 동일하고 정부 공식 전망치(2.4%)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정 실장은 "내년 2.2% 성장률은 '고(高)'라고 보기 힘들고 밑에서 점점 '중'(中)에 가까운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이라며 "우리 경제는 아주 완만한 속도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KDI는 물가 안정을 위해 당분간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 총괄은 “근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3%대 초반에 머물러 있어 당분간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만 국내 물가상승률이 주요국에 비해 낮은 편인만큼 미국과 같은 강한 통화 긴축 기조는 요구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복지지출 등 재정수요가 늘면서 재정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특히 빠르게 늘고 있는 의무 지출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5년 정도 지나면 (우리 경제가) 1%대 성장이 자연스러운 시기가 올 것"이라며 "구조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성장률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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