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주의에도 어리둥절…'신림 살인예고' 男 법정서 보인 태도
‘신림역 살인예고글’을 인터넷에 올린 20대 남성에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장수진 판사는 9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협박죄로 기소된 최모(29)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조선의 신림동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7월 26일 “신림역 2번 출구 앞에 칼을 들고 서 있다. 이제부터 사람 죽인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지난 8월 31일 구속 기소됐다.
장 판사는 “이 사건으로 검거될 때까지 비슷한 내용의 게시글을 10회 반복하는 등 변호인의 주장과 달리 고의가 확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시민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줬던 잔혹 무도한 범죄에 대한 경찰의 신속하고 강경한 대응 지침이 대대적으로 고조되던 시기였음에도 관심을 끌기 위해 별다른 죄의식 없이 살인예고글을 올려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9월 14일 처음 열린 재판에서 “부주의하게 글을 게시했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지난달 30일과 지난 6일 두 번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다. 9월 12일에는 보석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선고까지 구속된 채 재판을 받게 됐다.
황갈색 수의를 입고 재판에 출석했던 최씨는 판사가 재판 마지막 무렵 “앞으로 주의하라”고 말하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섰다. 다만 법무부가 최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9월 19일 최씨에게 “112신고 접수부터 검거에 이르기까지 경찰청 사이버수사팀, 경찰기동대 등 총 703명의 경찰력이 투입됐다”며 43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7월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일어난 후, 경찰은 대대적인 살인예고글 게시자를 검거하고 나섰다. 이후 8월까지 487건을 수사에 착수해 241명을 검거(23명 구속)했다. 당시 검거된 피의자들에 대한 법원의 선고가 최근 줄잇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양진호 판사는 지난 8일 “신림역에서 한녀(한국 여성) 20명을 죽이겠다”고 인터넷에 글을 쓴 이모(26)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인천지법도 “인천 부평 로데오 거리에서 여성만 10명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린 40대 남성에게 지난달 26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20대 남성이 석방 후 “구속 후기를 쓰겠다”며 인터넷에 구치소 생활을 자세히 올려 비판을 받은 사례도 있다. 춘천지법은 지난달 26일 ‘춘천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제목의 글과 흉기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던 이 남성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이 사건 역시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해 2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살인예고글 게시자들에 대한 집행유예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최주필 변호사는 “(살인을) 계획적으로 준비해 실행에 옮길 생각이 있다면 실형도 가능했겠지만, 범행 동기가 우발적이어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태정 변호사는 “협박의 대상이 특정되지 않아 위험 정도가 집행유예 없는 징역형을 선고할 정도로 크진 않다고 본 듯하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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