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가 천원?’ 중국 원료로 ‘짝퉁’ 판 고령 일당 검거

김용현 2023. 11. 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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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짝퉁’ 비아그라 유통·판매한 총책 등 24명 검거
국내 불법 제조공장 차려·시가 920억원 600만여정
정품 식별표시와 제조사명 각인도 그대로
압수된 '짝퉁' 비아그라 모습. 정품과 동일한 포장용기와 라벨지가 붙어있고 의약품 설명서가 담겨있다. 김용현 기자

시가 920억원에 달하는 ‘짝퉁’ 비아그라 600만여정을 국내에서 불법 제조해 유통한 고령 일당이 붙잡혔다. 이들은 코로나로 의약품 밀수가 어려워지자 중국에서 원료를 밀수입해 서울과 강원도 일대에서 약을 직접 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소매상을 통해 시골 농부와 공사장 인부 그리고 유흥업소 종사자 등에게 원가 166원의 가짜 비아그라를 1000원에 판매했다고 한다. 의사의 처방으로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정품 비아그라 1정의 가격은 1만5000원이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9일 서울 마포구 서울광역수사단에서 브리핑을 열고 불법 약물을 제조하고 유통한 총책 A씨(66)와 제조기술자 B씨(67), 제조유통책 C씨(55), 유통 총책 D씨(61) 등 4명을 구속 송치하고 검거한 나머지 판매책 등 20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강원도 정선과 서울 금천구에 제조공장을 차례로 만들어 중국에서 밀수입한 원료 물질로 비아그라를 제조하고 유통한 혐의(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법, 약사법 위반 등)를 받는다. 이들이 이 기간 얻은 순수익은 9억여원으로 추정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사업차 중국을 수십 차례 왕래하던 중 비아그라 원료 물질을 취급하는 지인으로부터 ‘짝퉁’ 약 제조와 판매가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지인을 통해 제조 기술자 B씨 등을 소개받아 본인 소유의 시골 농가를 이용해 범행을 공모했다. A씨는 중국에서 장뇌삼을 밀수입해 온 이력으로 관세법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 이들 일당 대부분은 건강식품 판매를 주로 해왔다고 한다.

서울 소재 사무실 안에 세운 '짝퉁' 비아그라 제조 공장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이들은 제조한 약물을 정품으로 속이기 위해 중국에서 의약품 설명서·포장 용기·라벨지 등을 밀수입했다. 국제우편이나 다른 화물에 숨겨오는 방법을 썼다고 조사됐다. 이들이 유통 판매한 ‘짝퉁’ 비아그라는 정품과 동일한 ‘VGR100’ 식별표시와 제조사명을 각인해 일반인이 정품과 구별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렇게 제조한 ‘짝퉁’ 비아그라는 소매상들에게 1정에 233원에 유통해 시중에 최대 1000원에 판매했다고 한다. 주요 고객은 시골 농촌 인구와 공사장 인부 그리고 유흥업소 종사자였다고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시가 13억3000만원 상당의 가짜 비아그라 8만8792정을 압수했다. 지난 1월에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탐문수사와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강원도 정선에 있는 비닐하우스 내부에 설치한 제조공장을 특정했다.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서울 소재 사무실 내에 설치한 2차 공장도 추가로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강원도 공장을 지난 1월 정리하고 서울 소재 공장을 6월쯤 다시 차렸다고 한다.

강원도 소재 농가 비닐하우스 안에 세운 '짝퉁' 비아그라 제조 공장. 서울경찰청 제공

이 약품은 정품 비아그라보다 원료 성분인 실데나핀이 10배 많게 들어있을 수 있어서 부작용이 우려된다. 함량이 불분명하지만, 이들은 일반 비아그라보다 실데나핀이 10배 많게 들어갔다고 홍보했다. 실데나핀은 혈관 확장제로 과다 복용 시 심장에 무리가 가고 실제로 외국에서 실명된 사례도 있다.

압수한 비아그라를 제외한 600만여정은 시중에 이미 불법 유통돼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1월 이전에도 제조했을 가능성도 있어서 더 많은 양이 유통 판매됐을 수 있다. 정품은 하늘색 빛이지만 유통한 가짜 제품은 진한 파란색 빛이라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경찰은 “병원 처방 없이 시장 등에서 원료 함량이 더 높다면서 저가에 판매한다면 가품이다”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짜 비아그라를 복용 시 정품과 달리 성분함량이 일정하지 않아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드린다”며 “중국 내 공급 조직에 대한 단서를 확보해 수사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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