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2명 교체한 LX, 반도체·물류·신성장 '퀀텀 점프' 정조준
HMM 등 대형 M&A 시도 전망…세미콘은 외부 수혈로 체질 개선 나서
LX그룹이 2024년 정기 인사를 통해 반도체, 물류, 신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다졌다.
그룹의 성장축으로 꼽히는 이들 부문에서 자체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인오가닉(Inorganic) 성장 기회를 적극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X그룹은 이번주 LX홀딩스, LX인터내셔널, LX세미콘, LX하우시스, LX판토스 등 주요 계열사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시기에 단행한 이번 인사는 성과주의와 미래 준비 강화에 초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LX세미콘이다. 삼성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장 부문에서 두루 경험을 축적한 이윤태 전 삼성전기 사장을 전격 영입했다. 외부 수혈을 통해 부진한 사업 개선을 꾀하는 한편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LX세미콘은 반도체 설계 및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DDI), 타이밍 콘트롤러(T-Con), 전력 관리 반도체(PMIC) 등이며 신규 성장동력으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반도체, 방열기판 사업을 추진하며 사업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작년에는 310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올해는 전방 산업 수요 부진, 재고자산 증가 등으로 3분기(누계) 618억원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연간으로는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인 1647억원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LX세미콘 수장을 새롭게 맡게 된 이윤태 사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에서 두루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회사 체질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LX세미콘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그간 조용했던 M&A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성사 가능성이 높은 곳은 매그나칩이다. LX세미콘이 매그나칩을 인수하게 될 경우, DDI 시장 점유율 확대와 더불어 전력 반도체 사업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매그나칩은 삼성에도 DDI를 공급하고 있어 거래선 다변화 수혜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고금리·고환율 여파로 M&A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하지만,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애정이 워낙 큰데다, 미래 전기차 시장을 대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반도체 '빅딜'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LX세미콘이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해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면 LX인터내셔널은 내부 인사 발탁에 초점을 뒀다.
이번 인사에서 인도네시아 지역총괄 구혁서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투자사업담당 홍승범 이사와 김경우 광물사업담당도 각각 상무와 이사로 선임됐다.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을 통해 LX인터내셔널이 미래 자산 확보에 더욱 과감하게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LX인터내셔널은 배터리 밸류체인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이 회사는 인도네시아 AKP 광산 지분 60%를 인수하고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133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번 니켈 자산 인수를 시작으로 자산을 지속적으로 추가해, 자원사업 주력을 석탄에서 니켈 등 배터리 핵심광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행보로 미루어볼 때 LX인터내셔널은 광물-소재-배터리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 구축에 더욱 힘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6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도 1조2000억원 이상을 보유한 만큼 조 단위 자금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투자 및 M&A에도 유연하게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발행 주식 총수도 2배 늘려 신성장동력 확보 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사전 작업도 마무리했다.
LX그룹의 성장축 하나로 물류 사업이 지목되는 만큼 LX판토스를 앞세워 매물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력 매물로 HMM가 거론된다. 현재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최근 HMM 경영권 매각을 추진중이며 LX그룹은 지난 9월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됐다. 본입찰은 오는 23일이다.
국적선사인 HMM을 인수하게 되면 LX인터내셔널로서는 사업 다각화 뿐 아니라 LX판토스와도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다. HMM의 해운 인력과 운송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되면 명실상부 국내 최대 종합물류회사로 단숨에 도약하게 된다. 항공-해운-육상사업을 두루 아우르고 있는 LX판토스로서는 '퀀텀 점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LX판토스도 이번 정기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에 이용호 부사장을 선임, 수장을 새롭게 교체했다. 해외사업부장, 포워딩사업부장 등을 두루 거친 이 부사장은 풍부한 해외 경험과 국제물류 전문성을 토대로 LX판토스가 글로벌 장악력을 확대하는 기회를 적극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성장축인 상사, 물류, 반도체 부문 등이 각각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주사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노진서 LX홀딩스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의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체질 개선을 주도할 역할을 새롭게 부여받았다.
LX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인 LX벤처스도 LX그룹의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 제조·물류 자동화, 친환경 소재, 반도체 기술·소재 분야에서 기회를 포착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LX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엄정한 성과주의와 책임경영을 감안한 승진 인사로 내실 있는 성장 전략 기조를 한층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LX그룹은 출범 3년 만에 대기업 반열에 오르며 재계 내 입지를 공고히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LX그룹은 LX홀딩스, LX인터내셔널(자원 개발·트레이딩), LX하우시스(건자재), LX세미콘(반도체 설계) 등 4개 상장회사를 비롯해 LX판토스(물류), LX MMA(석유화학), 포승그린파워(바이오매스 발전) 등 11개의 비상장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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