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노란봉투법 강행→경제파탄, 책임은 정부가? [기자수첩-산업IT]
사용자 개념 무분별한 확대로 산업생태계 붕괴, 대량 실업사태 우려
문재인 정부 시절 잠잠하던 민주당, 정권 바뀌자 적극 추진 나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야당이 9일 오후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2‧3조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별칭에는 상당히 감성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2009년 쌍용자동차(현 KG 모빌리티) 옥쇄파업 사태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법원이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시민들이 노란색 봉투에 성금을 넣어 전달한 것을 계기로 ‘노동자들이 손배가압류로 고통 받지 않도록 법을 뜯어 고치겠다’며 법 개정이 추진돼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시만 이 법안의 실상은 무시무시하다. 고통 받는 노동자가 아닌 권력집단화 된 강성 노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얹어 주고, 기업의 책임 범위를 하청업체 직원, 나아가 자영업자들까지 무한대로 확장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노조는 파업을 하고 싶다면 언제든 근로조건의 해석을 놓고 시비를 걸어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다. 노동쟁의 개념이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기업의 투자결정이나 사업장 이전 등 이사회나 주주총회를 거쳐야 할 사안들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다. 노조가 주주 위에 서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파업의 강도도 달라진다. 노조가 불법행위를 하고, 그로 인해 회사가 심각한 피해를 입어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길은 사실상 막힌다. 노란봉투법의 또 다른 별명이 ‘파업 조장법’인 것도 이 때문이다.
더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노란봉투법이 업종별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된 국내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접 고용관계가 없는 근로자나 자영업자들이 원청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에 나서면 기업은 1년 365일 파업으로 몸살을 앓아야 한다.
이런 상황을 감내할 기업은 없다. 국내 협력사와 거래를 단절하거나 이런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다. 국내 산업은 공동화되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는 결과를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민주당은 과연 이런 상황을 예견치 못해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는 것일까.
사실 노란봉투법은 민주당이 여당인 시절,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설정한 사안이었다. 당시에도 민주당은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기에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일 여지는 충분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는 물론, 고용노동부 차관까지 나서 노란봉투법에 포함된 ‘손해배상 제한’ 부분이 민법·민사집행법·신원보증법 등 기존 법률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법안 추진에 소극적인 스탠스가 됐다. 노동계에서 이례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기존 법률과 충돌도 문제지만, 법안 통과 이후 민생에 미칠 파장 역시 고려 대상이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의 ‘청구서’가 ‘마음의 빚’으로 남는다 한들 산업 공동화와 대량 실업 사태의 책임을 떠안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정권이 바뀐 지금, 민주당은 그 책임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9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을 놓고 벌어지는 여야간 충돌은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통해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에 맞설 예정이다. 하지만 민주당 역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179석 이상)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가 24시간 이후 종결되는 국회법으로 여당의 저지 노력을 무력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권 교체 이후에서야 노동계의 청구서에 답하려는 민주당과, 그로 인한 경제 파탄의 책임을 대신 떠안을 처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충돌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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