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다 길다, 김동민 대하소설 <백성> 21권으로 출간

윤성효 2023. 11. 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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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농민항쟁부터 일제강점기, 해방까지 다뤄... 200자 원고지 3만2000장 분량

[윤성효 기자]

 대하소설 <백성>의 김동민 작가.
ⓒ 윤성효
 
임술년 진주농민항쟁부터 해방까지 시대를 다룬 김동민(68) 작가의 대하소설 <백성>(문이당 간)이 나왔다. 200자 원고지 3만2000장 분량의 소설은 5부 21권으로 출간되었다.

출판사 문이당은 "<백성>은 이제까지 출간된 대하소설 중에서 단연 가장 긴 작품이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비롯한 많은 작품이 있지만, 그중에서 원고지 분량으로 가장 긴 대하소설"이라고 소개했다.

김동민 작가는 탈고하면서 "나의 바람은 꿈을 꾸지 않는 잠이었다. 눈만 감았다 하면 작품 속 수백 명의 인물이 나를 괴롭혔고, 작품 속 무수한 시간과 공간은 예측 불가한 못된 조화를 부렸으며, 작품 속 사건들은 영원한 미제(未濟)의 가면(假面)을 둘러쓰려고 안달 나게 했다"고 적었다.

<백성>은 한 권을 200자 원고지 1000장 길이로 엮으면 전 32권, 800장 길이로 엮으면 전 40권이 될 정도로 방대하다. 10년마다 강산이 변하는데, 작가는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세월을 지나고서야 <백성>을 완성했다.

김 작가는 <백성> 1부 4권이 완성될 무렵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2006년부터 <경남일보>에 대하소설 <백성>(원제 돌아오는 꽃)을 연재하기 시작했고, 책 출간으로 대장정을 마무리 했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 최초의 운동권 노래라고 할 수 있는 언가(諺歌), 이 걸이 저 걸이 갓 걸이와 임술년 진주농민항쟁의 발발과 실패에 대해 재조명해 놓았다.

진주농민항쟁은 한때 민란(民亂)으로 치부되었다. 김동민 작가는 "특정 계층의 이익을 추구하는 민란으로 치부하지 않고 정당한 운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할 것들이 현재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다"라며 "팩트로 발전 가능한 픽션이 내 소설의 중추적인 글감이자 핵이다"라고 했다.

이어 "<백성>은 그것을 관통하고 있는 작품이다. 모든 문제는 백성에게서 나오지만 모든 답도 백성에게서 나온다. 소설로 쓸 만한 가치와 의미가 가멸찬 게 왜 백성이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하여, 떠도는 만백성의 메아리를 한데 모아 '꽝'하고 한 방 세게 후려치고 싶었고, 그 형상화의 결정체가 이 소설 <백성>이다"라고 덧붙였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전까지를 다루고 있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400여 명으로 조선인과 일본인, 중국인, 미국인, 호주인, 프랑스인도 있다.

소설의 무대는 경상도를 중심으로 서울과 부산, 일본, 만주, 상하이, 러시아, 미국 등지이다. 조정과 외세의 부당한 억누름에 항거하는 한국인들의 새로운 정신 태도를 형상화해 놓았다.
  
 김동민 작가의 대하소설 <백성>.
ⓒ 출판사 문이당
 
1862년 진주농민항쟁 때 불렀던 노래가 "이 걸이 저 걸이 갓 걸이, 진주 망건(網巾) 또 망건, 짝발이 휘양건(揮項巾), 도래매 줌치 장도칼(장독간), 머구밭에 덕서리, 칠팔 월에 무서리, 동지섣달 대서리"이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운동권 노래이자 혁명 가요다.

진주농민항쟁을 이끈 중심인물은 진주 출신 유계춘(柳繼春 1816∼1862)이다. 소설 <백성>에서는 '유춘계'로 해놓았다.

이 소설은 진주농민항쟁의 발발 원인과 당시의 시대상이 밀도 있게 응축된 것은 물론 지배계층의 수탈과 착취에 맞선 진주 농민들의 삶의 애환과 아픔, 그리고 저항정신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삼정(三政) 문란이 극심한 시기로서 곳곳에는 민란이 일어나고, 철종이 왕위를 이으면서 세도정치가 판치는 어수선한 때, 진주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농민항쟁을 시대적 배경과 함께 사실적으로 그려놓은 소설이다.

문무를 두루 갖춘 무관 김호한과 윤씨 사이에서 태어난 무남독녀 비화를 중심인물로 천석꾼인 비화 조부 김생강의 소작인이었던 임배봉과 재취 운산녀는, 죽은 생강에게 원한을 품고 비화 집안을 향한 복수의 칼을 갈며 사악한 음모를 꾸민다는 내용이다.

또 강용삼과 동실댁 여식인 옥진은 비화와 친자매처럼 지내던 중 대사지 숲속에서 배봉의 자식들인 점박이 형제 억호와 만호에게 몹쓸 짓을 당한 옥진은 두 살 위인 비화에게 그 일을 고백하고, 그들은 둘만의 영원한 비밀로 하자고 맹세한다는 줄거리다.

제1부는 강산에 들렀더라, 2부는 메아리가 묻혀 오는 것, 3부는 세월의 사닥다리, 4부는 사람탈 짐승탈, 마지막 5부는 돌아오는 꽃으로 되어 있다.

진주에서 태어나 경상국립대 문학박사학위를 받은 김동민 작가는 장편소설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해 저물녘 티티새 1·2> <가지를 꺾는 나무들> <무슨 말로 노래하라 하십니까> <사랑의 모자이크> 등을 썼고, 임진왜란 진주성싸움 때 하늘을 나는 기구인 비차를 소개한 작품 <비차 1·2>를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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