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만큼 사랑받았는데…美 동물원 판다 3마리 中 반환
사실상 종식된 50년 '판다 외교'
15일 바이든-시진핑 회담 주목
중국의 상징으로 미·중 관계 개선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동물 외교관' 판다 세 마리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를 떠나 중국으로 반환됐다. 미·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50여년간 이어져 온 판다 외교가 사실상 종료된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5일 정상회담을 개최, 1년 만에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국의 관계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워싱턴DC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에 살던 암컷 메이샹과 수컷 톈톈, 새끼 샤오치지 등 판다 세 마리가 이날 중국 청도로 떠났다. 이들은 2006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판다 최대 서식지인 쓰촨성 보호구역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게 된다.
판다들은 이날 트럭으로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이동한 뒤 페덱스 화물기 보잉777을 타고 19시간 비행한다. 판다들이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몇 달 간 이동을 위한 준비를 해왔으며 사육사 2명과 수의사 1명이 동반했다. 기내 간식으로는 220파운드(약 100㎏)의 대나무를 준비했다고 한다.
이들은 중국과 미국의 임대 계약이 다음 달 7일로 끝나면서 미국을 떠나게 됐다. 국립동물원 관계자들은 계약상 판다가 노년에 접어들거나 새끼의 경우 번식기인 만 4살 전에 중국으로 돌려보내기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메이샹과 톈톈은 각각 25, 26살이고 샤오치지는 3살이다.
중국에서 자란 메이샹과 톈톈은 2000년 12월 워싱턴의 국립동물원으로 왔고, 2020년 8월 샤오치지가 태어났다.
메이샹과 톈톈은 미국과 중국 간의 공식 협약에 따라 처음 10년 계약을 맺었고 이후 5년씩 임대 계약을 두차례 연장했으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직후 3년 계약 연장을 한 상태였다. 그 사이 메이샹이 노산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출산, 작은 기적이라는 의미의 샤오치지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다.
세 판다의 중국행은 NBC방송 등에서 생중계됐다. 판다들이 국립동물원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만큼 대중의 관심을 고려한 것이었다. 특히 샤오치지는 전 세계 팬들이 선정한 인기 1위 판다로 꼽혔다.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에서는 이러한 인기를 고려해 판다 모양을 한 포스터와 머그잔, 잠옷, 퍼즐, 아이스크림까지 판매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판다 세 마리가 동물원을 떠나기 전 수주간 많은 방문객이 동물원을 찾았다고 한다. 일부는 판다를 보기 위해 수백 또는 수천마일을 이동해 동물원을 방문했다. 세 판다의 중국행 일정이 사전에 공개되지 않아 이날 밤새 운전해 온 방문객들이 비어있는 우리를 보고 실망하는 일도 있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1972년 시작한 '판다 외교'…中, 또 임대할 지 미지수이번 판다 반환을 두고 NYT는 "판다는 워싱턴DC에 도착한 이래 미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상징이었다"면서 "판다 외교의 시대가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끝났다"고 평가했다.
판다가 워싱턴DC에 처음 온 것은 1972년이다.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해 미·중 관계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고,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판다를 보고 감탄한 팻 닉슨 영부인에게 판다 임대를 약속했다. 그 해 워싱턴DC에 도착한 판다 한 쌍이 큰 인기를 얻자 중국은 미국 다른 지역의 동물원에도 판다를 보냈고 한때 미국에는 15마리의 판다가 있었다.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은 판다 임대 비용으로 중국에 매해 50만달러(약 6억6000만원)를 지급했다. 당초 판다 임대는 멸종위기종인 판다 보존이 명목이었지만, 중국은 '판다 외교'를 통해 미국 대중이 중국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미·중 관계 변화에 따라 미국에서 판다 개체 수는 점차 줄었다. 최근 10년 새 미·중 관계가 악화했고 그사이 판다의 임대 계약이 종료하는 등 미국 내 판다 수가 감소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사라지는 판다가 중국과 미국의 현재 관계를 반영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미국에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동물원에 판다 4마리가 남아있지만, 내년에 임대 계약이 끝나면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된다. 국립동물원은 중국 측에 판다 한 쌍을 새로 요청할 계획이나 중국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최근까지도 판다를 외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2019년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러시아에 판다 한 쌍을 임대했고, 모스크바 동물원에서 열린 판다 전달식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했다. 카타르도 지난해 중동국 최초로 판다 한 쌍을 받았다.
한편, 국내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국민적 사랑을 받는 판다 푸바오도 중국과의 계약에 따라 내년 7월 이전에 중국에 반환된다. 2020년 7월에 태어난 푸바오는 2024년 7월을 기점으로 만 4살이 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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