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전 30-20' 박지수, 'WKBL 여왕'의 귀환
[양형석 기자]
KB가 시즌 첫 경기에서 신한은행을 완파하며 우승후보의 위용을 되찾았다.
김완수 감독이 이끄는 KB스타즈는 8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23-2024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의 원정경기에서 82-57로 승리했다. 전반까지 29-28로 신한은행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던 KB는 후반에만 43-19로 신한은행을 압도하면서 자칫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었던 시즌 첫 경기에서 가볍게 승리를 챙기며 순조로운 시즌 출발을 알렸다.
▲ 박지수는 이번 시즌부터 새로운 등번호 7번을 달고 코트를 누빈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예기치 않은 박지수의 이탈과 KB의 몰락
지난해 8월 1일은 한국 여자농구와 KB를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매우 슬픈 날이었다. 바로 프로 데뷔 후 6번의 시즌 동안 3번의 정규리그 MVP와 두 번의 챔프전 MVP에 선정됐던 '한국 여자농구의 기둥' 박지수가 대표팀에서 하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박지수는 농구월드컵 준비를 위해 대표팀에 소집돼 훈련하던 도중 과호흡 증세로 병원 진료를 받았고 '공황장애 초기'라는 진단을 받으면서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대표팀 전력의 반'이라는 박지수가 빠진 한국은 작년 9월 호주에서 열린 여자농구 월드컵에서 1승4패의 성적으로 8강진출에 실패했다. 사실 대표팀보다 더 큰 문제는 박지수의 소속팀 KB였다. KB에서 박지수는 단순히 팀 내에서 많은 득점을 올리고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센터가 아니라 모든 팀 전술의 중심이 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박지수가 있기 때문에 슈터 강이슬을 비롯한 나머지 선수들도 함께 시너지를 발휘하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박지수는 끝내 시즌이 개막할 때까지 돌아오지 못했고 KB는 시즌 개막 후 13경기에서 2승11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바로 직전 시즌까지 우리은행 우리원과 함께 WKBL을 양분했던 KB가 박지수 한 명이 빠진 후 하나원큐와 최하위 다툼을 하는 팀이 된 것이다. 그렇게 벤치에서 동료들이 고전하는 것을 지켜보던 박지수는 12월부터 팀 훈련에 합류했고 작년 12월 17일 하나원큐전에서 드디어 복귀전을 치렀다.
박지수는 복귀 후 9경기에서 평균 23분13초를 소화하며 13.8득점8.1리바운드2.7어시스트를 기록했고 KB는 박지수 복귀 후 9경기에서 5승4패의 성적을 거뒀다.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진 않았지만 박지수가 코트에 있는 것만으로도 KB에겐 엄청난 힘이 됐다. 만약 박지수가 후반기에 본격적으로 경기감각을 회복해 KB가 상승세를 탄다면 극적으로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내고 포스트시즌에서 이변을 일으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박지수는 2월 1일 하나원큐전에서 왼쪽 가운데 손가락이 탈골되는 부상을 당했고 인대까지 손상돼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아웃 판정을 받았다. KB는 다시 박지수 이탈 후 9경기에서 2승7패의 부진에 빠졌고 결국 10승 20패로 6개 구단 중 5위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직전 5번의 시즌에서 우승 2회와 준우승 3회를 기록했던 KB는 박지수가 빠진 시즌에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 박지수는 9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자신이 뛰는 KB가 얼마나 무서운 팀인지 보여줬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손가락 수술 이후 착실하게 재활과정을 마친 박지수는 지난 6월 대표팀에 복귀했다. 박지수는 복귀 후 첫 국제대회였던 6월 여자농구 아시아컵에서 뉴질랜드전 18득점10리바운드, 중국전 22득점8리바운드로 활약했다. 박지수가 지난 1년 동안 공황장애와 손가락 부상으로 공백기를 가졌고 그 때문에 훈련량과 실전감각이 턱없이 부족했음을 고려하면 복귀 무대로는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박지수는 곧이어 2020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해 한국의 동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여자농구에서는 조별리그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두 차례 남북대결이 있었는데 두 경기 모두 박지수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박지수는 조별리그 남북전에서 18득점13리바운드6어시스트4스틸3블록슛을 기록했다. 동메달결정전에서는 25득점10리바운드7어시스트5스틸로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시안게임 일정을 마치고 KB에 복귀한 박지수는 짧은 시간이나마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며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박지수에 대한 시선은 반으로 갈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건재를 보여준 만큼 시즌 개막 후에도 다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일 거라는 의견과 9개월 동안 리그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만큼 적응에 다소 시간이 걸릴 거라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박지수는 시즌 첫 경기를 통해 리그 적응기간 따위는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박지수는 8일 신한은행과의 시즌 첫 경기에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6분15초를 소화하며 30득점21리바운드5어시스트3스틸3블록슛으로 기록지를 풍성하게 채웠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슛을 시도했는데 2점슛 성공률은 무려 78.6%(11/14)에 달했고 80%의 확률로 8개의 자유투 득점을 성공시켰다. 박지수를 막기 위해 투입된 신한은행의 장신(189cm) 센터 김태연도 박지수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농구팬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부분은 바로 박지수의 '건강'이었다. 박지수의 건강여부에 따라 리그의 판도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시즌 KB의 몰락을 통해 증명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지수는 9개월 만의 리그 복귀전이었던 시즌 첫 경기에서 30득점2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건강한 박지수'가 얼마나 무서운 선수인지 보여줬다. 박지수의 화려한 복귀로 나머지 구단들의 긴장과 경계는 더욱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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