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 66권을 순서대로 설교” 한국기독교학회장 역임한 왕대일 목사
[저자와의 만남] ‘주의 말씀을 내 마음에 두었나이다’ 저술한 왕대일 하늘빛교회 목사
첫 주는 창세기 17장 1~8절 아브람이 99세 되었을 때를 주제로 말씀을 전한다. 그 다음 주일은 출애굽기 13장 17~22절 광야로 나온 이스라엘 민족의 길을 설교한다. 이어 세 번째 주는 레위기 1장 1~2절 회막에서 모세를 부르시는 여호와를 주제로 한다. 이어 민수기 신명기 여호수아를 거쳐 신약의 복음서 서신서를 지나 요한계시록까지 매주 신·구약 66권을 한 편씩 설교한지 벌써 4년째다.
‘주의 말씀을 내 마음에 두었나이다’(두란노)는 이렇게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설교한 66편 원고가 모인 책이다. 지난해에는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설교로 풀어쓴 성서,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제목으로 같은 형식의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한국기독교학회장을 역임한 왕대일 하늘빛교회 목사다. 감리교신학대 구약학 교수로 30년간 제자들을 가르친 왕 목사는 2019년 교수직을 은퇴하자마자 갈등이 있던 서울 하늘빛교회로 청빙됐다.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교회에서 만난 왕 목사는 성경 66권을 순서대로 설교하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성경 구석구석을 다 설교해 보아라. 이게 제가 강단 사역에 나서며 기도할 때 들은 말씀입니다. 오랫동안 신학교 강단에 있었고 모세오경을 전공했지만, 구약의 소선지서와 신약의 서신서까지 모두 설교하는 건 만만치 않습니다. 최신 논문을 다시 보며 공부해야 합니다. 부모가 편식하면 자녀가 편식하듯, 목회자가 편식하면 교우들도 성경의 특정 본문만 편애하게 됩니다. 성경학자로서 다시 강단에 나서며 성경적인 강단, 본문 중심의 강단의 본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왕 목사는 직전 주일인 5일 데살로니가후서 3장 6~12절 말씀을 본문으로 ‘이 말뜻을 새기십시오. 삼등은 괜찮지만 삼류는 안 된다’란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직전 주에 데살로니가전서의 말씀을 들은 교우들은 미리 데살로니가후서를 읽고 주일 설교를 들으러 왔다. 왕 목사는 “이번 주에는 목사님이 성경책에서 무슨 말씀을 전하실까 하고 기대하면서 예습하는 성도들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성경 통독을 돕는 효과는 물론 예배당 건축으로 불거졌던 갈등이 풀리고 교회가 안정되는 은혜가 나타났다.
왕 목사는 첫째 둘째 셋째 하는 이른바 삼대지(Three Points) 설교를 피한다. 삼대지 설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언급한 설득 기술의 한 방편으로 청중이 오래 기억하게 하는 방법이지만, 첫째 둘째 셋째 구분 자체가 주관적이고 자의적이란 비판이 있다. 나무를 헤아리다 숲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 그는 본문을 통째로 살피는 기승전결 방식을 선호한다.
앞서 언급한 창세기 17장 설교의 경우 왕 목사는 먼저 아폴로 11호에 탑승해 달 탐사에 나섰으나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에게 달 표면을 걷는 영광을 내주고 우주선에 남아 미 항공우주국(NASA)와 교신 업무를 맡았던 마이클 콜린스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아담 이래 가장 고독한 남자’로 불린 콜린스로부터 아브람의 고독을 이야기하고, 99세에 소명을 받아 뭇별처럼 심히 번성하게 하리라는 언약을 듣는 아브라함을 전한다. 결론으로 “같이 하면 가치가 있다, 하나님과 같이 하라, 삶의 차원이 아브람에서 아브라함으로 달라진다”고 전한다. 일상의 이야기와 언어를 통해 청중의 귀를 열게 한 뒤 복음의 정수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성서학자이면서 동시에 교회를 섬겨온 왕 목사는 앞서 2003년부터 10년간 새바람커뮤니티교회 대표 목사로 강단을 이끈바 있다. 이 교회는 감신대 왕 교수를 비롯해 장신대 한신대 서울신대 교수 4명이 공동으로 목회하는 곳으로 지난 1월 작고한 은준관 전 실천신학대학원대 총장 때부터 이어져 온 전통을 유지한 바 있다. ‘신학은 교회를 섬기는 학문’이란 정신을 실천하던 곳이다.
한경직 영락교회 목사와 곽선희 소망교회 목사, 그리고 세계적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을 설교와 학문의 전범으로 꼽은 왕 목사는 후배와 제자 목회자들에게 성직자 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성도 숫자로 말하는 세속적 목회 성공 풍토에서 벗어나, 좀 더 내려놓고 낮추고 비우고 말씀에 충실한 성직자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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