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후 갑자기 외국어 '술술'… 세상에 이런 질환도 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신을 잃었다 깨어났더니 갑자기 영국 악센트로 말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뉴질랜드 토박이인데요".
1951년생 뉴질랜드인 브로닌 폭스는 2008년 다발성경화증으로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난 이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영국식 억양으로 영어를 구사하게 됐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만 나고 자라 스페인어를 배운 적도 없는 축구 선수 아들이, 경기 중 부상으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일어나선 첫 마디로 배고프다고 스페인어로 유창하게 얘기했어요"
마치 소설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그러나 외국인 억양 증후군(foreign accent syndrome, FAS)이라는 실제로 있는 의학적 질환이다.
이 질환은 1907년 처음 보고됐다. 이후 1941년부터 2009년 사이 세계적으로 60건 정도 확인됐으며, 지금까지는 100건 이상 발병됐다고 알려진 매우 드문 희소병이다.
억양만 바뀌기도 하고, 아예 사용하는 언어가 바뀌기도 한다. 1951년생 뉴질랜드인 브로닌 폭스는 2008년 다발성경화증으로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난 이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영국식 억양으로 영어를 구사하게 됐다. 다발성경화증은 뇌, 척수, 시신경 등 중추신경계에서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당시 MRI 검사 결과 폭스의 뇌는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에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영국 80대 남성이 배운 적 없는 웨일스 지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고 보고됐으며, 2016년에는 턱 수술을 받은 미국 여성이 회복 후 영국식 발음을 하게 됐다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전한 적이 있다.
FAS는 보통 갑작스럽게 억양이 바뀌는 양상으로 진행되는데, 드물게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외국어를 구사하게 되기도 한다. 2016년 당시 미국 고교 축구 선수였던 루벤 누스모(23)는 경기 중 다른 선수 발에 오른쪽 머리를 심하게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고, 뇌가 심각하게 손상돼 중환자실에서 응급 치료를 받았다. 4일 후 깨어난 누스모는 본능처럼 스페인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스모는 스페인어를 쓰는 친구들에게 몇 개의 단어만 들었을 뿐, 제대로 스페인어를 공부한 적이 없었다. 깨어난 당시에는 아예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향후에는 두 언어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외에 2012년 심각한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졌던 호주 청년 백 맥마흔도 깨어난 후 갑자기 중국말을 하게 됐다고 호주 언론에서 보도한 바 있다. 일본어에서 한국어로, 영국식 영어에서 프랑스어로, 스페인에서 헝가리어로 사용하는 언어가 바뀐 사례도 문서화돼 보고되고 있다.
FAS는 언어 능력을 담당하는 뇌 부분이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 크게 구조적, 기능적 원인으로 나뉜다. 구조적 FAS는 말할 때 사용하는 뇌 영역에서 신경 연결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할 때 나타나며, 뇌졸중, 뇌진탕, 뇌동맥류, 뇌암, 다발성 경화증, 전두측두엽 치매 등과 관련이 있다. 기능적 FAS는 원인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으며, 발작, 편두통, 환각, 망상, 조현병, 조증, 우울증 등이 함께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뇌가 손상됐다가 회복된 후에 기능적 FAS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FAS는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영구적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모국어를 잃어버리는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면 바로 전문의를 찾아 뇌에 특이 병변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에서 벌어진 일… '9쌍둥이 임신', 어떻게 가능했지?
- "앞머리 심었다" 인기 아이돌 박지원, 탈모 고백… 모발 이식 방법 보니
- '브리저튼' 각본가 숀다 라임스, 약 안 쓰고 68kg 감량… 평소 '이 과일' 챙겨 먹었다던데
- 유럽의약품청, 치매약 ‘레켐비’ 승인 권고 결정… 7월 거부 권고 뒤집었다
- 소유, 과거 8kg 뺐다던데… 비법 뭔가 보니, '이 식단' 덕분?
-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 주식 105만주 매각 “모친 296억 빌리고 안 갚아”
- [제약계 이모저모] 제일약품, ‘자큐보’ 런칭 심포지엄 진행 外
- “8살부터 담배 피워” 美 유명 영화감독, 결국 ‘이 병’ 투병… 폐조직 파괴까지?
- “부끄러워서?” 대변 참았다가… 극심한 복통 유발하는 ‘이 병’ 위험 증가, 왜?
- "'이것' 먹고 속 부대껴 죽을 뻔"… '사랑과 전쟁' 유지연, 그래도 포기 못한다는 음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