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함께 뿌려지는 1만 리터의 비…이름값 제대로 하는 ‘루치아’ [D:헬로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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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승무원이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1번 활주로 이륙 준비 완료."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한껏 들뜬 여행객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든다.
잠깐의 암전, 그리고 다시 빛이 들면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멕시코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스페인어로 '빛'(luz)과 '비'(lluvia)의 소리를 합쳐 만들어진 단어인 '루치아'는 이름값을 제대로 보여주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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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승무원이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1번 활주로 이륙 준비 완료.”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한껏 들뜬 여행객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든다. 잠깐의 암전, 그리고 다시 빛이 들면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멕시코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지난달 25일 개막한 ‘태양의서커스 루치아’의 공연장이다. 이국적인 자연과 멕시코 전통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사람들 안에서 관객들은 순식간에 여행자가 된다.
1980년대 초 캐나다 퀘벡의 작은 마을 길거리 공연단이 펼친 곡예와 묘기는 1984년 ‘태양의서커스’라는 이름으로 정식 공연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90개국 1450개 도시를 돌며 3억650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한국에서도 2007년 ‘퀴담’을 시작으로 6차례 내한공연을 펼쳐 100만 관객과 만났다.
지난해 ‘뉴 알레그리아’로 한국을 찾았던 태양의서커스는 올해 빅탑 투어 공연으로는 처음 물을 활용한 ‘루치아’로 돌아왔다. 낙하산을 타고 온 여행자가 꿈속의 나라에서 만난 신비한 종족들의 문화, 자연, 신화를 기록한다는 내용이다. 오래된 영화 촬영장에서 바다로, 연기가 자욱한 댄스홀에서 사막으로 이동하면서 장소, 인물, 소리를 통해 고전과 현대의 멕시코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스페인어로 ‘빛’(luz)과 ‘비’(lluvia)의 소리를 합쳐 만들어진 단어인 ‘루치아’는 이름값을 제대로 보여주는 공연이다. 퍼포머들의 기상천외한 아크로바틱은 빛과 함께 뿌려지는 물과 맞물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낸다. 물은 단순히 쏟아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자체로 워터 캔버스처럼 활용되면서 하나의 배경으로까지 쓰인다.
특히 재규어가 물을 마실 때 세노테의 정령이 교감하는 모습을 담은 ‘에어리얼 스트랩’은 이 작품의 매력적인 포인트를 압축해 놓은 씬이다. 마야 문명이 번창하던 시절, 마야인들은 세노테(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싱크홀, 구덩이에 지하수가 모인 천연 우물)가 사후 세계와 이어지는 길이라 믿어 이곳에 제물을 바치며 신에게 기도를 드렸다. 멕시코를 찾는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이 씬에서 아티스트는 스트랩 하나에 의존해 세노테를 자유자재로 오르내린다. 그 과정에서 비산되는 물방울들과 아티스트의 잘게 쪼개진 근육들은 빛을 받아 보석처럼 빛난다. 자연과 인체의 아름다움을 빛을 통해 더욱 또렷하게 살려낸 셈이다.
이밖에도 볼거리는 넘쳐난다. 움직이는 트레이밀에서 선보이는 ‘후프 다이빙’, 거대 원형 휠 아래 쏟아지는 빗줄기를 가르며 춤을 추는 후프 곡예사들, 독창적 기술이 돋보이는 트라페즈(공중그네) 곡예, 태양의서커스 최초로 회전 무대 위에 설치돼 최대 10미터까지 올라가는 스윙과 스윙을 이동하는 고난도 퍼포먼스 ‘스윙 투 스윙’까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쉴틈없이 이어지는 곡예와 함께 작품 곳곳에 멕시코 문화를 주제로 스토리텔링이 입혀지면서 주는 몰입감도 상당하다.
‘태양의서커스 루치아’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공연된다. 서울 공연 이후 부산으로 무대를 옮겨 내년 1월 13일부터 2월 4일까지 신세계 센텀시티 내 빅탑에서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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