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상고하저’ 전망 무너졌다…대외 환경 최악 [무너진 식탁①]
석유·가스 등 에너지 가격 변동성 가시화
4분기 전기요금 인상도 유력…상승세 이어질 것
올 한해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가 10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원자잿값 상승이 물가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과거 가격을 올렸다 철회하며 정부 눈치만 살피던 업체들까지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정부는 일시적 현상으로 일축했으나, 하반기를 넘어 내년 전망까지 암울하다. 기업들은 아직도 제품 가격 인상 요인이 다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플레이션의 끝은 어디일까. 한 번 무너진 식탁 물가는 회복의 기미조차 보이질 않고 있다. 정부 압력도 비껴 간 식품‧외식 업체들의 불가피한 무더기 가격 인상 배경과 소비자들 어려움, 그리고 해결책에 대해 4회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연초부터 식탁 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신선식품을 비롯해 통조림과 같은 가공식품의 가격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데 이어 하반기에도 유제품과 소주, 맥주 등이 가격 인상을 결정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어느 때보다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물가 전망을 놓고 상반기에는 고물가 흐름이 상당 기간 이어지더라도, 하반기 이후에는 상승 폭이 둔화하는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지 않는 등 경제를 위협하는 대내외 변수가 산적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를 기록한 가운데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이를 크게 웃도는 4.6%를 기록했다. 지난 2월(5.5%)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10월 물가 상승의 주범은 농축수산물과 의류 및 신발 등이다.
농산물이 가장 많이 올랐다. 올해 6~8월 전국 평균기온이 과거 30년 평균인 23.7℃보다 1.0℃ 높은 24.7℃를 기록하면서 농산물 수확이 떨어진 탓이다. 사과는 작년보다 72.4% 폭등했고, 상추도 40.7% 치솟았다.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마저도 19.1% 상승했다.
의류 및 신발 상승률은 8.1%로 지난 1992년 5월(8.3%) 이후 3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집을 제외한 ‘먹고 사는데’ 필요한 필수 품목이 모두 급등한 셈이다. ‘의식주’ 가운데 식비와 의류비가 치솟은 셈이다. 특히 먹거리 물가 상승은 체감물가 마저 끌어 올렸다.
그 중에서도 농산물이 가장 많이 올랐다. 올해 6~8월 전국 평균기온이 과거 30년 평균인 23.7℃보다 1.0℃ 높은 24.7℃를 기록하면서 농산물 수확이 떨어진 탓이다. 사과는 작년보다 72.4% 폭등했고, 상추도 40.7% 치솟았다.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마저도 19.1% 상승했다.
먹거리 상승은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오른 영향이 컸다. 최근에는 이상기온까지 겹치면서 과일·채소류 등의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식료품 및 외식 가격 오름세까지 더하면 연말께 고물가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보다 못 한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와 민생 안정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대외 여건 악화와 맞물려 물가 불안 우려는 고조되는 모습이다. 4분기뿐 아니라 내년 경제까지 휘청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이란의 팔레스타인 지원을 막기 위해 원유 수출 금지 등을 검토 중이라고 전해지면서 국제유가가 추가로 상승하는 등 국내 경기 회복이 늦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석유·가스 등 에너지 가격 변동성도 커지고 있어 이달 인상될 전기요금 수준이 물가 변수로 거론된다.
관건은 전기요금 인상이다. 앞선 에너지난 때 미처 올리지 못해 한전의 역대급 적자를 야기한 전기요금이 이달 중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및 당국에 따르면 고물가에 총선을 앞둔 상황이란 변수가 있지만 전기요금은 4분기 인상이 유력시되고 있다.
물가가 치솟다보니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이 지난 8월까지 6개월째 감소했다. 통장에 찍히는 월급(명목임금)은 늘었지만, 정작 물가를 반영한 월급(실질임금)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필수 소비항목인 먹거리와 입을거리 가격이 치솟으면서 체감물가는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의 물가 둔화 속도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영향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만큼 고금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요 기관들은 한국의 물가목표(2%) 도달 시점을 2025년 상반기 중으로 보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요금을 정부가 안 올렸기 때문에 물가에 반영이 안 되면서 덜 올랐다고 봐야 한다”며 “4분기 에너지 요금이 올라버리면 정말로 인상요인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로서 어찌할 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식업계 “올려도, 버텨도 걱정” [무너진 식탁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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