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 '회수 불능' 대출만 2조 [은행 마녀사냥③]
이자 부담 확대에 부실 리스크 확산
은행권이 마녀사냥에 휩싸였다. 높아진 금리에 모두가 고통 받고 있는데 혼자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공격이다. 정부를 넘어 대통령이 선두에 서면서 공세는 더 매서워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선거가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논리는 늘 그랬듯 매력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은행에게 고금리는 기회이자 리스크다. 이익이 불어나는 만큼 위험 관리 비용을 짊어지게 된다. 은행을 둘러싼 비난의 이면에 놓여 있는 불편한 진실을 팩트체크해 본다. <편집자주>
국내 4대 금융그룹들이 떠안고 있는 부실 대출 가운데 아예 회수 불능 상태로 판명된 금액이 올해 들어서만 5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맞물리면서 대출의 질이 급격히 악화되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시돼 온 금융지원까지 감안하면 아직 숨겨진 리스크도 상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개 금융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여신 중 추정손실로 분류된 액수는 총 1조893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3.3%(5721억원) 늘었다.
추정손실은 회수가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 여신을 일컫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빌려준 돈인 여신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최하 단계에 속한다. 금융사는 해당 액수 전액을 충당금으로 잡아야 한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선 신한금융의 추정손실 여신이 743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9.1%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금융 역시 4378억원으로, 하나금융은 3978억원으로 각각 46.8%와 69.3%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KB금융도 3146억원으로 추정손실 여신이 38.2% 증가했다.
이는 그만큼 금융사 대출을 상환하는데 곤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대출을 갚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추정손실 여신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현실은 걱정을 더욱 키우는 대목이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대출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아직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시행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같은 금융지원 규모가 감소 추세로 접어들었다고 강조한다. 관련 차주들의 연착륙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9월 말 대비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23.9%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만기연장은 21.6%, 상환유예는 44.7% 축소됐다.
하지만 차주가 원금은 물론 이자도 갚지 않고 있는 이자 상환유예 잔액 1조1000억원은 지원 종료 시 부실화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이다. 금융위는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있지만 불가피한 경우 금융사 자체 연착륙 지원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등 채무조정 등 금융 편의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에 따른 여신 리스크 확대를 상수로 두고, 고정이하여신을 더욱 세분화해 위험이 더 큰 여신을 보다 세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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