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장 개화하니 대기업 진입…협력사는 어쩌나 [기자수첩-산업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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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의 장사가 잘되자 건물주가 세입자를 내보낸 뒤 그대로 그 가게 운영을 이어가는 사례들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현재 해당 시장 강자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협력사이자 국내 1위 공조 기업인 A 업체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위아의 시장 진출이 중견기업인 협력사 입장에서 반가울 리 없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완성차의 품질은 협력사의 품질"을 외치며 부품업계까지 포괄하는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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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계열화 집착 버리고 ‘유전적 다양성’ 추구해야
세입자의 장사가 잘되자 건물주가 세입자를 내보낸 뒤 그대로 그 가게 운영을 이어가는 사례들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다소 치사해 보이기는 하지만 자유시장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영리 목적 기간에 관한 규정들을 지킨다면 위법은 아니다.
대기업과 협력사를 이 같은 관계로 빗대보면 비슷한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외부 중소기업으로부터 소싱을 받다가 해당 분야가 유망하다 싶으면 내재화하거나 계열사를 진입시키는 식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부품계열사인 현대위아는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도 부품 내재화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열관리는 히터와 에어컨을 관장하는 편의사양 기술로 치부됐지만, 전동화 시대 막이 오르면서 전기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해당 시장 강자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협력사이자 국내 1위 공조 기업인 A 업체다.
물론 현대위아의 이번 사업 진출은 그룹 차원으로 진행되는 ‘부품 내재화’는 아니다. 그룹 내 계열사라 해도 각각의 독립된 법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도 계열관계 여부와 무관하게 더 우수한 제품을 더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하는 업체를 택하는 게 합리적이다.
또, 이 분야에서 10년간 공고히 입지를 다져온 A 업체의 아성을 후발주자인 현대위아가 당장 뛰어넘긴 힘들다. 기업 규모 면에서도 단일 기업끼리 비교하자면 A사가 현대위아보다 더 크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위아의 시장 진출이 중견기업인 협력사 입장에서 반가울 리 없다. ‘팔은 안으로 굽게’ 마련이다. 당장의 큰 위협은 아닐지라도 언젠가 기술력이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오면 계열사에 물량을 몰아주거나 최소한 물량을 분산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부담이다. 특히 A 업체는 현대차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50%에 육박해 잠재적인 위협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기술 연구개발을 하는 것은 응당 해야 할 일이다. 이윤 추구를 위해 외형을 확대하는 일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이끄는 기업이다. 개별 기업으로서의 사업 확장보다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의무가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밑바탕이기도 하다.
그룹 내 수직계열화는 공급망 측면에서 일견 안정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치명적 결함이 될 수 있다. 족내혼(族內婚)을 하게 되면 유전적 다양성의 결핍으로 기형 발생률이 올라가듯, 새로운 유전자는 생존에 핵심적인 전략이다. 캡티브 마켓(내부시장) 의존도가 높은 계열 부품사는 다양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반면,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소싱하며 부품 개발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교환한 부품사들은 현대차나 기아에게도 훨씬 경쟁력 높은 부품을 제공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이를 모르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완성차의 품질은 협력사의 품질”을 외치며 부품업계까지 포괄하는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동안 1, 2차 협력사들의 해외 동반진출을 지원하며 해외 경쟁 완성차들로 소싱을 확대하는 부분에서도 관대한 모습을 보여 왔다.
국내에서 보쉬나 콘티넨탈과 같은 메이저 부품 업체가 등장해 현대차와 기아에게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도록 현대차그룹이 산업생태계 내에서 좀 더 관대하고 든든한 형님 노릇을 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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