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다 무서운 사람들…현실 공포 ‘뉴 노멀’ [쿡리뷰]

김예슬 2023. 11. 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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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없는 귀신이 주는 오싹함과 실재하는 사람이 주는 공포는 분명 다르다.

8일 개봉한 '뉴 노멀'(감독 정범식)은 명확히 후자를 지향한 영화다.

'뉴 노멀'은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옛말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이 기묘한 영화에 마음이 쏠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뉴 노멀'이 담은 이야기가 새로운 표준으로 남지만은 않길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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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뉴 노멀’ 포스터. 바이포엠스튜디오 

실체 없는 귀신이 주는 오싹함과 실재하는 사람이 주는 공포는 분명 다르다. 8일 개봉한 ‘뉴 노멀’(감독 정범식)은 명확히 후자를 지향한 영화다. 국내 공포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엄마귀신(‘기담’)을 비롯해 여러 괴담을 엮어 실제상황처럼 꾸민 페이크 다큐멘터리 공포 영화(‘곤지암’)로 유명한 정범식 감독의 신작이다. 하지만 ‘뉴 노멀’에는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사람 사이 일어나는 사건으로 서스펜스를 극대화한다.

‘뉴 노멀’은 여섯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엮은 옴니버스 형식을 취한다. 이들은 각기 고립된 공간에서 각자의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챕터가 이어질수록 이들이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게 드러난다. 저마다 방식으로 연결을 꿈꾸던 이들은 각자의 결말을 맞는다. 외로워서 누군가와 닿고 싶지만 동시에 모르는 타인을 불신하게 되는 시대,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며 이야기를 차근차근 끌고 간다.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거나 위로를 주려는 영화는 아니다. 현실에 철저히 발붙인 채 공포가 일상이 된 지금 시대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연쇄살인부터 누구나 한 번쯤은 접했을 법한 도시괴담,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거친 위험한 만남, 서로를 쉽게 헐뜯고 힐난하는 사이버 세상… 뉴스와 신문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것들이 각 챕터를 구성한다. 의도적으로 흐트린 시간선 위에서 이야기가 다층적으로 쌓일수록 기묘한 오싹함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영화가 막을 내린 이후에도 몇몇 장면이 잔상처럼 머릿속에 남는다. 서스펜스 영화의 고전적인 공식이 지금 사회와 만나자 파괴력은 더욱 강해진다. 

영화 ‘뉴 노멀’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현실성 외에도 각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배우들의 신선함이 ‘뉴 노멀’의 또 다른 무기다. 배우 최지우와 이유미, 그룹 샤이니 민호(최민호)와 블락비 피오(표지훈), 청소년 트로트 가수 정동원, 신예 배우 하다인이 각 챕터의 주인공을 맡았다. 이들은 각각 웃지 못하는 여자 현정(최지우), 누군가와 연결을 원하는 취업준비생 현수(이유미), 인연을 찾고 싶은 대학생 훈(최민호), 파렴치한 사랑에 취한 백수 기진(표지훈), 영웅이 되고 싶은 중학생 승진(정동원), 삶에 큰 애착이 없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연진(하다인)을 연기했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평범한 인물들의 하루가 공포로 물들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앞서 ‘곤지암’을 통해 위하준, 박지현 등을 발굴한 정범식 감독의 안목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각 배우들이 꾸며낸 의외의 모습과 새로운 얼굴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문식, 이주실, 황승언, 이동규, 김미화 등도 극에 감칠맛을 배가한다. 

‘뉴 노멀’은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옛말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을씨년스럽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마냥 무섭지만은 않다. 엄습하는 오싹함 사이 씁쓸함이 불쑥불쑥 고개를 치민다. ‘영화는 사회를 담는 거울’이라는 말을 오랜만에 실감할 수 있다. 이 기묘한 영화에 마음이 쏠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뉴 노멀’이 담은 이야기가 새로운 표준으로 남지만은 않길 바라게 된다. 현재 상영 중.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2분.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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