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리언 "경제 닻 잃었다...2024년 경기침체 걱정돼"
"우리는 경제의 닻(anchor)을 잃었다. 2024년 경기침체가 걱정된다."
월가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알리안츠그룹의 수석 경제고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8일(현지시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저축이 바닥나고, 신용 비용이 상승하고, 주택담보대출 비용이 늘고, 재정회복력이 상실되면서 이 모든 것이 경기회복력을 갉아먹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엘-에리언 고문은 "2023년 한 해 동안 사람들이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하는 동안, 나는 뒤로 빠져있었다. 나는 미 경제가 본질적으로 탄탄하기에 우리가 침체에 빠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었다"면서 "이제 나는 2024년이 더 걱정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 배경으로 ▲대규모 금리 인상의 지연효과(the lagged effect) ▲저축 고갈 ▲한층 불확실해진 글로벌 상황을 꼽았다.
최근 국채금리 급등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혼란스럽다고 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엘-에리언 고문은 앞서 국채시장에서 2022년에는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임을, 2023년 들어서는 금리가 더 오랜 기간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간단한 해석으로 분석됐던 것과 달리, "이제 우리는 재정적자를 걱정하고, 국채 발행과 누가 그것을 살 것인지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엘-에리언 고문은 더 근본적인 문제로 "지난 15개월 이상 보여준 미 경제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을 꼬집었다. 그는 미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가장 성숙한 제도를 가진 경제임에도 경제전망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소프트랜딩(연착륙)에서 하드랜딩(경착륙)으로, 노랜딩(no landing, 무착륙)으로, 하드랜딩으로, 크러시랜딩(crash landing)으로, 다시 하드랜딩으로, 다시 소프트랜딩으로 움직였다"면서 "놀라운 순서"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우리가 닻을 잃었음을 알려준다"며 "우리는 경제의 닻을 잃었다. 정책의 닻도, 기술적 닻들도 잃었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 억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움직임을 결정한다"면서 "Fed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중앙은행으로, 그들이 정책실수를 반복할 경우 Fed 홀로도 경제를 어렵게 만들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은 빈곤층에 큰 타격을 준다. 경제적 결과뿐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결과를 가져온다"면서 "물가 안정 없이는 고성장도 어렵다"고 짚었다.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은 결국 구매력을 잠식시키고 소비자 심리와 기업 심리를 모두 떨어뜨린다는 진단이다.
이날 엘-에리언 고문은 Fed가 무려 6차례의 큰 정책실수를 저질렀다는 비판도 쏟아냈다. 인플레이션을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진단했고, 그 상황에서도 충분히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으며, 같은 방향으로 예측에 실패했고, 중소은행들의 파산사태로 이어진 감독 실수를 저질렀고, 소통 공백으로 변동성을 키웠고 결국 이 모든 것이 Fed를 둘러싼 신뢰성, 책임의 실패가 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연초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최고경영자(CEO)가 의회에서 "내가 Fed를 믿었기 때문이다. (Fed의 분석대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던 일화를 언급하며 "Fed가 신뢰를 상실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Fed가 금리를 결정함에도 시장은 다른 경로를 예상하며 엄청난 변동성을 보였다면서 이 또한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Fed가 잘하고 있다고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부르는 커다란 실수 이후 더 나은 위치에 있다"면서 "모두에게 운이 좋게도 미 경제는 놀라울 정도로 튼튼하고 회복력 있었다"고 평가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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