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LG 구해낸 박동원 "짜릿해서 눈물날 정도…우린 2만명과 같이 싸운다" [KS2]

김지수 기자 2023. 11. 9.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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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LG 트윈스 안방마님 박동원이 생애 첫 한국시리즈 무대 홈런포를 쏘아 올리고 팀의 극적인 역전승을 견인했다. 벼랑 끝에 몰려 있던 LG는 박동원의 한방으로 'V3'를 향한 희망의 불씨를 크게 키웠다.

박동원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승제, KT 위즈 1승) 2차전 KT 위즈와의 경기에 7번타자 겸 포수로 선발출전해 4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 2득점을 기록, LG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데일리 MVP에 선정돼 상금 100만 원을 챙겼다.

LG는 박동원의 활약 속에 전날 1차전 2-3 역전패의 아픔을 씻고 시리즈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기분 좋게 오는 9일 휴식을 취한 뒤 10~11일 적지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3~4차전을 준비하게 됐다.

LG는 이날 1회초부터 선발투수 최원태의 난조 속에 KT에 4점을 내주면서 0-4로 끌려갔다. 안방에서 1~2차전을 모두 패하는 최악의 상황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하지만 LG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염경엽 LG 감독은 1회초부터 투수를 이정용으로 교체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이정용 1⅔이닝-정우영 1⅓이닝-김진성 ⅔이닝-유영찬 2⅓이닝-함덕주 1이닝-고우석 1이닝 무실점으로 2회부터 9회까지 KT 타선을 추가 실점 없이 봉쇄하면서 역전의 발판을 놨다.

박동원은 고비 때마다 투수들과 환상적인 호흡을 뽐냈다. LG 투수들은 박동원의 리드를 믿고 공격적인 피칭을 펼쳤다. 벤치의 승부수에 선수들도 발맞춰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박동원은 타격에서도 해결사로 나섰다. 전날 1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아쉬움을 2차전에서 완벽하게 털어냈다. 5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2023 한국시리즈 마수걸이 안타를 신고한 뒤 LG가 3-4까지 추격한 8회말 1사 2루에서 짜릿한 손맛을 봤다.

박동원은 KT 셋업맨 박영현을 상대로 스코어를 5-4로 뒤집는 역전 2점 홈런을 폭발시켰다. 원 스트라이크에서 박영현의 2구째 124km짜리 체인지업을 완벽한 스윙으로 걷어올렸다. 스트라이크 존 한 가운데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박동원이 쏘아 올린 타구는 그대로 잠실야구장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2m의 2점 홈런이 터지는 순간 1루 쪽 LG 응원석과 더그아웃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박동원은 타격 직후 홈런을 직감한 듯 타구를 잠시 바라본 뒤 힘차게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키움 히어로즈 소속이던 2014 시즌과 2019 시즌 두 차례 한국시리즈에 출전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치고 단 한 개의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던 아픔을 2023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풀었다.

박동원은 2차전 종료 후 공식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홈런을 친 타석에서는 솔직히 3루수를 잠깐 쳐다봤다. 어떻게든 살아 나가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기습) 번트를 대볼까 고민했는데 치기를 잘한 것 같다"며 "박영현 투수가 워낙 구위가 좋아서 타이밍만 늦지 말자 생각하고 쳤는데 스윙이 잘 나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너무 짜릿했다.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 돌아와 선수들에게 너무 많이 맞기도 했고 너무 좋아서 눈물 날 것 같았다"고 웃은 뒤 "소리도 지르고 했는데 눈물이 살짝 고이긴 했던 거 같다"고 돌아봤다. 

LG 투수들에 대한 고마움과 자부심도 드러냈다. 자신이 요구한 코스 그대로 묵직한 공을 펑펑 뿌려준 투수들 덕분에 극적인 역전승이 가능했다는 입장이다. 

박동원은 "우리 투수들이 정규시즌 때는 반대 투구도 많이 오고 낮은 공을 요구하면 높게 오고 했는데 오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다들 너무 잘 던져줬고 준비를 잘한 것 같았다. 마운드 위에서 집중력도 좋아서 1회 이후 실점이 없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KT 타자들도 이닝 때마다 계속 새로운 투수를 만나다 보니 (공략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더 좋았던 건 투수들마다 직구, 변화구 등 잘 던지는 게 다 달랐다. 구종을 선택하는 게 좋았고 편하게 잘 던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날 1차전 패전의 멍에를 썼던 마무리 고우석의 마음도 어루만져 줬다. 고우석은 2차전 세이브 후 박동원과 함께 공식 인터뷰를 진행했다. 2차전에서는 LG의 4-3 리드를 완벽하게 지켜내는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박동원은 "고우석이 전날도 솔직히 정말 잘 던졌는데 커브 실투 하나가 아쉽게 됐다"며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좋은 마무리 투수가 어디있나. 잘 던질 거라고 항상 믿고 있었다"고 치켜세웠다. 

잠실야구장 2만 3천석을 가득 메워 주는 LG팬들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LG 팬들은 트윈스의 7670일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가 확정된 뒤 2차전 종료 후에도 곧바로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구단 응원가를 부르며 기쁨을 만끽했다.

박동원 "수비를 나가다 보면 관중석에 유광점퍼 입으신 분들이 정말 많이 보인다. 노란 수건도 많았다. 선수들은 2만명과 같이 힘을 합쳐 싸우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KT 팬들도 많이 오셨지만 LG팬들이 티켓팅을 잘하셔서 많이 와주신 거 같은데 너무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염경엽 LG 감독은 "박동원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역전 홈런을 쳐줬다"며 "오늘 승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니라 우리 선수들에게 시리즈의 자신감을 심어 주는 그런 경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박지영 기자/고아라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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