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민주당 자체 여론조사 "이준석 신당땐 與보다 野 더 이탈"
최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이준석 신당’이 생길 경우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더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내부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는 최근 ‘이준석 신당’ 출현을 전제로 내년 총선에서의 정당 투표율을 분석한 내부 여론조사를 지도부에 공유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층을 크게 적극 지지층과 소극 지지층 등으로 분류했을 때 소극 지지층 가운데 ‘이준석 신당’으로 상당히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야 양당 지지층 모두 수도권보다 영·호남권에서 신당으로 이탈률이 높은데, 민주당(지지층)이 국민의힘보다 더 많이 빠진다”며 “특히 젊은 층에서 많이 이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업체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달 21~22일에 걸쳐 전국 성인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선 ARS 방식 여론조사에서도 ‘이준석·유승민 신당’ 창당 시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에서 이탈하는 비율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해당 조사에선 지지정당이 민주당이라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17.9%가, 국민의힘이라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13.9%가 신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당 지도부에선 민주당 지지층 이탈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로 이준석 전 대표가 윤석열 정부에 맞서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양당의 약(弱)지지층이 신당으로 빠져나가는데, 민주당 이탈층은 이 전 대표가 윤석열 정부에서 탄압을 받는 듯한 모습에 공감해서 신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당장 ‘이준석 신당’이 생기면 양당에 실망하는 층이 꽤 몰리겠지만, 선거가 가까워지면 다시 ‘윤석열 심판론’으로 우리 당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지도부 관계자도 “크게 유의미한 결과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선거법 개정이 변수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현행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되는 걸 전제로 이 전 대표가 ‘비례대표 신당’을 창당하면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을 찍고 비례대표 투표에서 신당을 찍는 이른바 ‘교차투표’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다양한 정당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돼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비례 투표에서 이준석 신당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비례 신당을 조심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들린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이준석 신당’이나 ‘조국 신당’이 나올 경우 이들이 비례의석수를 대폭 가져갈 수 있는 만큼, 과거의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가는 게 낫다는 지적이다.
다만 단순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할 경우 ‘개혁 후퇴’라는 비판이 쏟아질 수 있어, 현실적으로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한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가 가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당초 연동형 비례제를 지지했던 한 친명계 의원은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면 병립형으로 돌아가더라도 조금 진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으려고 해도 곳곳에서 (민주당 위성정당을 자임하는) ‘참칭(僭稱) 정당’이 나올 수 있다”며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게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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