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물가상승 고통 받는데…기시다, 연봉 390만원 '셀프 인상'
연일 지지율 바닥을 찍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이번에는 자신과 각료들의 연봉을 올리는 법안으로 야당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국민들이 고통 받는 상황에서 고위 공무원들의 급여를 올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다.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중의원 내각위원회는 8일부터 기시다 총리와 각료 등 특별직 공무원의 급여를 올리는 내용을 담은 '국가 공무원 특별직 급여법 개정안' 심의에 들어간다. 법안에 따르면 일반직 공무원의 임금 인상률을 기준으로 특별직 공무원의 월급도 올라가 기시다 총리의 연봉은 기존보다 연간 46만엔(390만원)이 늘어난 4061만엔(약 3억 5300만원)이 된다. 각료들은 32만엔(270만원)씩 올라 2961만엔(약 2억 5700만원)의 연봉을 받게 된다.
이 법안에 야당의 공격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최대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물가가 올라 크게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다. 당연하다는 듯 세비로 나가는 급료를 올려도 좋은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대표도 "타이밍을 포함해 정치 센스가 나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법안을 밀어붙일 방침이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8일 정례 회견에서 "임금 인상의 흐름을 멈추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무원의 임금 또한 민간에 준거해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며 이해를 요구했다. 이어 "이미 행정·재정 개혁을 가속한다는 관점에서 총리가 급여의 30%, 장관과 부대신이 20%, 정무관이 10%를 국고로 반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지난 2일 물가 상승에 대응해 1인당 4만엔(약 34만원)의 소득세를 감면하고 저소득층 세대에 7만 엔(약 60만 원)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은 종합 경제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기업에 임금 인상을 독려하는 한편 감세 등으로 가정의 소득을 늘리는 데 맞춰졌다. 실제로 일본 노동자들의 임금은 오르는 추세지만 물가 상승 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노동자들의 9월 실질 임금은 전년보다 2.4% 줄어들어 1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월급 셀프 인상' 논란이 커지면 기시다 총리의 정권 운영에도 타격이 될 전망이다. 최근 기시다 총리 내각 지지율은 바닥을 모르고 하락하는 추세다. 일본 민영방송 뉴스네트워크 JNN이 지난 4∼5일 실시한 조사에선 내각 지지율이 29.1%로, 지난달보다 10.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0월 기시다 정권이 출범한 후 최저치다. 정부의 경제 대책에 대해서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2%에 달했다.
교도통신이 감세 등 경제 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3∼5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8.3%로, 지난달보다 4.0%포인트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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