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정부땐 거절한 유엔사 '한국군 참모장' 파견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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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적정규모화' 작업에 한국 적극 참여 계획
8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유엔사가 확대를 추진하는 참모부 직위에 한국군 장교가 다수 파견될 전망이다. 유엔사는 2014년부터 ‘재활성화(Revitalization)’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6·25 전쟁 때부터 한국을 지키던 임무를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연합사)로 넘겨주고 정전협정 관리와 유사시 전력제공 업무만 맡으면서 유엔사의 역할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다.
이에 따라 2019년 유엔사 조직·인원 정비가 완료된 뒤 몸집을 불리는 ‘적정규모화’에 들어갔다. 17개 회원국에 추가 참모부 파견을 요청하면서 명실상부한 사령부를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참모부는 전시 유엔사의 작전, 기획 그리고 군수를 계획·실행하며 비전투원 철수 작전(NEO) 등 다국적 협조 임무에도 참여한다. 군사정전위(군정위)가 정전협정 관리를 맡는다면 참모부는 유엔사의 또 다른 중요 임무인 유사시 전력제공에 주력하는 식이다.
한국은 회원국이 아닌 당사국 지위임에도 유엔사로부터 참모부 편성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50개 미만 자리로 구성된 유엔사 핵심 참모 직위를 약 80개까지 늘리는데, 이중 10여 개 자리를 한국이 맡아달라는 제안이 2020년 말부터 들어왔다. 회원국이 아닌 한국은 유엔사 참모부에 자리가 없는 상태다.
文 정부 거부한 참모부 한국군 파견, 조만간 본격화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이 같은 논의는 더 이상 진척되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신중 검토’라는 결론이 되풀이되다가 결국 2021년 9월 ‘단기간 내 참여는 어렵다’는 입장을 유엔사 측에 전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당시 유엔사가 독일을 회원국으로 참여시키고 6·25 전쟁 의료지원국인 덴마크가 전력 제공국으로 기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주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그만큼 유엔사의 활발한 활동을 불편해했던 것 아니냐”며 “북한과 관계 개선에 유엔사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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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핵심 직위 참모장에도 한국군 장성 파견 검토
정부는 또 유엔사 참모장에 한국군 장성을 상시 포함시키는 방안을 놓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참모부 실무 업무를 총괄하는 참모장은 유엔사에서 핵심 직위로 꼽히는데, 현재 해당 직위에는 미국군 소장(2성)이 파견돼있다. 한국군의 경우 유엔사에 참모부가 아닌 군정위 수석대표로 소장과 그 아래 대령급만 파견하고 있다.
정부 내에선 참모부에 참여할 수 있는 국가를 6·25 참전국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앞으로 유엔사 회원국의 문호를 넓힌 뒤에도 참모부 내에서 한국의 위상을 공고히 다져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군 참모장이 실현되면 2018년 7월부터 캐나다와 호주를 거쳐 영국군 중장(3성)이 맡고 있는 유엔사 부사령관 자리도 향후 한국군 장성에게 길이 열릴 수 있다.
한국 내 거주하는 미군을 제외한 유엔사 회원국 국민의 유사시 철수 작전도 논의될 수 있다. 재한 미국인 NEO 작전을 본 딴 관련 작전은 지난 정부 유엔사가 협의를 제안해왔지만, 이 역시 문재인 정부의 거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유엔사는 한국 정부가 주권 문제라면서 관련 논의 자체를 금기시하는 태도에 불만이 크다고 한다.
"당사국에 회원국 역할 더해"…수동적 입장에서 의사결정 참여 등 적극 역할로
해당 계획들은 오는 14일 '한국·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를 기점으로 실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사전 작업으로 해당 회의 후 유엔사 회원국 명의로 내는 첫 번째 공동선언에 이런 구상을 아우르는 협력 정신을 담겠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유엔사와 적극적 공조 행보는 한국의 회원국 지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유엔사 참모장에 한국군이 포함될 경우 자연스럽게 당사국에서 회원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당시 지원을 받았던 나라를 뜻하는 당사국은 6·25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수동적으로 도움을 받는 성격이 짙다. 반면 회원국이 되면 유엔사 구성의 일부로 사령부의 목표에 따라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게 실질적으로 가능해진다. 여기엔 한국이 정식 회원국으로 유엔사 역할 확대를 주도함으로써 대북 억제력을 높일 뿐 아니라, 정권이 바뀌더라도 다자동맹의 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은 당사국이라 유엔사의 결정 과정에서 소외됐다. 회원국이 되면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게 된다”면서 “회원국 참여에 앞서 유엔사에 대한 한국의 입장과 방침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가치동맹으로 맺어진 인도태평양 지역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역할을 한국이 주도하는 유엔사가 맡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우군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일 기자단과 만나 “6ㆍ25 전쟁 때와 달리 북한은 유엔 회원국이며, 북한을 도울 수 있는 중국ㆍ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라며 “(이런 구도에서) 한ㆍ미 동맹도 있지만, 유엔사를 강화하면(다자협력 강화 측면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한국의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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