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잊지 말아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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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프로야구 중계를 보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 대화 주제에 야구가 올라올까 싶어 경기 결과는 챙겨보곤 한다.
야구와 멀어졌는데 TV 프로그램 '최강야구'를 1년 넘게 애시청 중이다.
프로야구에서 은퇴한 평균 연령 40대의 '노쇠'한 선수들로 팀을 만들어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팔팔'한 현역 선수팀과 경기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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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프로야구 중계를 보지 않는다. 경기 시간 때문이다. 서너 시간을 꼬박 잡혀 있는 게 ‘별로’라고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관심도, 아는 선수도, 응원하는 팀도 없어졌다. 그래도 혹시 대화 주제에 야구가 올라올까 싶어 경기 결과는 챙겨보곤 한다. 야구와 멀어졌는데 TV 프로그램 ‘최강야구’를 1년 넘게 애시청 중이다. 요즘엔 한 편을 2시간 넘게 방송하는데도 꼬박꼬박 보고 있다.
처음엔 말 그대로 예능이려니 했다. 프로야구에서 은퇴한 평균 연령 40대의 ‘노쇠’한 선수들로 팀을 만들어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팔팔’한 현역 선수팀과 경기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대충하다 말겠지 싶었다. 그래선지 조건이 걸렸다. 30경기에서 7할 승률을 올리지 못하면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했다. 승률 8할 이상은 쉽다고 공언하는 은퇴 선수들의 자신감이 공허하게 들렸다. 명불허전.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첫 상대인 덕수고 야구팀 감독의 도발이 자극으로 작용했는지 최강야구팀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다. 경기력 보완을 위해 투입된 대학교와 독립리그에서 활동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나 아직 살아 있다’고 존재를 증명하면서 건재하다는 걸 보여줬다.
이름 날리던 선수들의 끝 모를 자존감 상승은 다섯 번째 경기에서 무너졌다. 일곱 번째 경기 상대인 충암고 야구팀에게 콜드패를 당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감독이던 이승엽 선수가 프로야구 두산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고 80대의 김성근 감독이 최강야구팀 감독으로 출연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돈 받으면 프로라면서 경기 결과에 따라 제작진까지 200여명의 ‘밥줄’이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때부터 최강야구팀 선수들의 훈련 모습이 방송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역처럼 훈련했다. 이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진짜 야구가 시작됐다. 지난해 예정했던 마지막 경기가 방영된 2023년 2월 13일 기준으로 통산 전적 29전 21승 8패를 기록했다. 최종 승률은 7할2푼4리로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올해 들어 11월 6일 현재까지의 전적은 25전 18승 7패, 승률 7할2푼이다.
올해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선수 공모도 진행했다. 입단 테스트를 받는 은퇴 또는 방출된 프로 선수들 모습에선 절실함이 느껴졌다. 최강야구를 보는 내내 묘한 감정이 들었다. 열정 근성 진심 등이다. 최고의 순간을 누렸던, 그래서 오만하거나 교만할 수 있는 선수들이 고등학교, 대학교, 프로 2군팀과의 경기를 위해 수시로 훈련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감정 과잉일 수도 있지만 현재 상황을 즐기고 가치 있게 살라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화무십일홍 등이 떠올랐다. 겸손한 삶,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 등을 강조하는 말이다. 애플의 신화를 일군 스티브 잡스의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하연설 내용도 떠올랐다. 스티브 잡스는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면서 “시간은 한정돼 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가라”고 조언했다.
어쩌면 소시민들은 오만이나 교만을 가질 틈이 없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내일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만이나 교만은 일정한 지위의 힘이나 권력을 갖고 있거나 가져봤던 사람들에게 생기는 병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지위와 힘의 의미를 파악하고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최선인지 늘 돌아봐야 한다. 자신의 영달을 위한 꼼수는 늘 들통난다. 최강야구 선수들의 열정과 진심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에게도 느껴졌으면 좋겠다.
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jw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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