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옥의 컬처 아이] 복덩이 국제 레지던시 걷어차는 인천시

손영옥 2023. 11. 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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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19세기 말 격동기 때 조선이 부산·원산에 이어 3번째로 1883년에 개항한 도시다.

복합문화공간 인천아트플랫폼은 근대의 역사가 보존된 그 개항장 거리에 위치한다.

창작 스튜디오(레지던시), 전시장, 공연장, 인천생활문화센터 등이 있는데 그중 중추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2009년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매년 국내외 작가를 불문하고 수십명 입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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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19세기 말 격동기 때 조선이 부산·원산에 이어 3번째로 1883년에 개항한 도시다. 복합문화공간 인천아트플랫폼은 근대의 역사가 보존된 그 개항장 거리에 위치한다. 일본 회사들이 사무실과 창고로 쓰기 위해 지은, 100년도 넘은 건물들을 리모델링해 2009년에 들어섰다.

창작 스튜디오(레지던시), 전시장, 공연장, 인천생활문화센터 등이 있는데 그중 중추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레지던시는 국내외 예술가들이 일정 기간 무료로 입주해 창작 활동을 하고 전시를 열며 지역민과 문화적 소통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입주 작가 A씨는 “레지던시에서 국제기획전이 열리는 날이면 근처에 바다가 있는 점, 옛날 붉은 벽돌 건물이라는 점 등이 오버랩되며 베니스비엔날레 개최 장소 아르세날레에 온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만큼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예술 인천’의 상징이 됐다.

인천시가 10년도 넘게 예술인의 창작 산실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 온 인천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 기능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술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 예술가가 아닌 일반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바꾼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인천민예총 등 31개 문화예술단체, 예술인 및 시민 1000여명이 시의 인천아트플랫폼 운영 개편안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천시는 이에 타협안 같은 새로운 입장을 밝혔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인천시는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에 인천 예술가 참여 기회가 적다는 지적에 따라 인천 작가를 위한 레지던시 공간은 확대하되 다른 지역 예술인을 위한 레지던시는 대체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얼핏 레지던시 확대로 보이지만 레지던시를 축소하겠다는거나 마찬가지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2009년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매년 국내외 작가를 불문하고 수십명 입주시켰다. 페미니즘 미술의 대모 윤석남, 2023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른 전소정,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 참여한 차지량, 중국 작가 조우치 등 국내외 쟁쟁한 작가 500명이 거쳐 갔다. 그런 개방성, 국제성은 개항장 인천의 이미지와도 연결이 된다. 무엇보다 이들이 인천시 홍보대사 노릇을 한다.

그런데 편가르기식으로 인천 작가·비(非)인천 작가를 구분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굴러오는 복을 걷어차는 격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주창하는 ‘제물포 르네상스’는 그런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

통독 후 수도가 된 베를린시는 예술가 지원 방침에서 남성 작가·여성 작가, 국내 작가·국외 작가를 구분하지 않았다. 똑같이 지원해줌으로써 전 세계 중견 예술인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그들을 국적과 상관없이 독일 작가로 소개하며 해외 순회전도 열었다. 그리하여 베를린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을 제치고 세계의 예술 수도 지위를 거머쥐었다.

문화행사와 축제로 관광객 마케팅을 하는 것은 ‘쌍팔년도식’ 마인드다. 관광 마케팅은 같은 개항장인 군산과 목포가 그렇게 한다. 그곳에 없는 게 예술이다. 문화유산과 예술이 결합한 유일한 개항장인 인천시가 오랜 기간 쌓은 성과를 하루아침에 차버리는 게 안타깝다.

인천 시민 A씨는 “굳이 서울 가지 않아도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기획전을 통해 수준 높은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전국 3위 도시임에도 현대미술을 관장하는 시립미술관 하나 없는 인천에서 인천시립미술관 역을 대신했는데…”라며 날벼락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시민단체가 10년간 논의와 토론 끝에 탄생시켰다. 그 미래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시민에게 의견을 묻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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