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명환 (3) 꼴찌도 놓지 않으시는 하나님 “어찌 너를 버리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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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
나는 늘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데도 공부를 못했다.
드디어 3학년부터 좋은 성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에 편승해 83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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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지인인 대학교수의 조언으로
문과생인데도 불구, 공대 지원해 합격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 나는 늘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데도 공부를 못했다. 공부를 열심히 했고 기도도 열심히 했건만 정말 이상하게 성적이 늘 안 좋았다. 고3이 됐을 때 예비고사에는 겨우 합격했지만 본고사를 쳐서 갈 수 있는 대학이 없었다.
그런 내게 하나님은 에드나 어머니에 이어 두 번째 인물을 만나게 하셔서 길을 내주셨다. 어느 날 김명진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님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분은 아버지와 동향이셨다. “명환아, 너 대학 갈 때 안 됐니?” 교수님이 대뜸 묻기에 대학은 가고 싶으나 성적이 형편없다고 이실직고했다. 그러자 교수님은 꿈이 뭐냐고 물었다. 나는 사실 꿈이 없었다. 내 입에서는 나도 예측할 수 없었던 대답이 흘러나왔다. 교수였다.
교수님은 내 대답을 듣고 환하게 웃으며 잘됐다고 했다. 대학에 들어갈 성적도 못 되는데 뭐가 잘되었단 말인가. 교수님은 한술 더 떠서 내가 갈 수 있는 학과가 건국대에 있다며 공과대학 미생물공학과(현 생물공학과)에 지원하라고 했다. 교수가 되려면 남이 하지 않는 공부를 해야 한다면서 말이다. 당시에는 우리나라 언론에 생명공학이라는 단어가 아예 언급된 적이 없을 정도였는데 교수님은 10년 뒤에는 생명공학 시대가 올 거라 하셨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나는 문과생이라 공대에 지원할 수 없었다. 교수님은 미달이 될지도 모르니 무조건 원서를 넣으라 했다. 미달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시간이 남았으니 그동안 미적분만 공부하면 된다고 했다. 수학 문제가 4문제 정도 나오는데 그 가운데 미적분학 문제는 꼭 나오지 않겠냐면서 말이다.
대학 진학이 어려운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건국대에 입학 원서를 냈는데 그해에는 정원을 조금 초과하는 경쟁률을 보여 본고사를 치러야 했다. 교수님 말씀대로 수학 4문제 중 한 개는 미적분학 문제였고 나는 그 한 문제를 맞혀서 1975년 꿈에 그리던 대학생이 될 수 있었다.
막상 공대 공부를 하려니 물리 화학 수학 등 교수님들의 강의를 이해하는 것만도 벅찼다. 지금도 대학 성적을 떼어 보면 1학년 학점이 D로 시작한다. 3학년이 되면서 부모님께 학교 앞에서 하숙하게 해달라고 했다. 수업을 마치면 하숙집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도서관으로 가서 공부했다. 드디어 3학년부터 좋은 성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믿은 건 ‘내가 어찌 너를 놓겠느냐, 내가 어찌 너를 버리겠느냐’(호 11:8)는 하나님 말씀뿐이었다. 결국 나는 평점 A-로 졸업했다. 그리고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김명진 교수님의 예측은 적중했다. 1980년대 초부터 신문을 펼치면 앞으로 유전공학 시대가 올 것이며 유전공학은 세상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보도가 거의 매일 실렸다. 나 역시 그에 편승해 83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에 있는 오하이오주립대 미생물학과에서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대학에 진학할 실력도 안 되던 내가 적성에도 안 맞는 공대에 입학하더니 마침내 미국 대학 대학원에서 입학허가서를 받고 유학을 가게 된 것이다.
정리=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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