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포의 서울시 편입은 ‘산 넘어 산’

2023. 11. 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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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걸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번 가을은 그야말로 ‘정치의 계절’이다. 서울 주변 생활권 도시의 서울 편입, 이른바 ‘메가시티’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내가 사는 주소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행정구역 개편 정책에 유권자의 민감도가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그런데 행정구역도 한정된 경제재의 성격을 가진다. 특정 행정구역을 합치거나 나누거나 하는 과정에서 가격은 달라진다. 그래서 행정구역 개편에는 아주 미묘하고 복잡한 심리전이 숨어있다.

필자는 정치권의 행정구역 개편 논의에 찬성 또는 반대 논리를 주장하기보다 행정구역 개편 정책의 특수성과 가능성에 대해 말해 보려 한다. 지자체 행정구역 개편은 다른 어떤 정책보다도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관련되는 특징이 있다.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이슈는 940만 서울 시민과 1400만 경기도민이 이해당사자가 된다. 결국 대한민국 인구의 46%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는 거대한 이슈다.

「 총선 전에 터진 메가시티 논쟁
수도권, 소용돌이에 빠질 수도
지방의회, 지역주민 동의 필수

시론

행정구역 개편의 결과는 해당 지역 주민의 사회·경제적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행정구역 개편은 지가와 임대료에 주는 경제적 영향뿐 아니라 사는 곳이 어디냐에 대한 질문을 무시하지 못하는 심리적 요인과도 연관된다. 지역에 대한 정체성이나 자부심, 지역 희소성의 감소, 주변 지역 변화에 대한 호불호, 지방세인 도세나 특·광역시세의 변화와 그에 따른 조정교부금의 증감 등으로 인해 해당 지역뿐 아니라 주변 지역주민에게도 영향을 준다.

행정구역 개편 논의에 대한 주민의 관심 표출 양상은 좀 특이하다. 기존 행정구역 개편 사례를 보면 개편 이슈가 제기된 초기보다 중기, 그리고 결정적 시점이 될수록 주민 내부 갈등이 확대·강화된다는 특징이 발견된다. 예컨대 청주시·청원군의 통합 실패와 성공, 마산·창원·진해시의 통합, 전주시·완주군의 통합 무산 과정에서 그랬다. 행정구역 개편 이슈의 등장 초기에는 말하는 주민이 주도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실화가 가까워졌다고 느끼면 조용했던 주민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그래서 행정구역 개편 정책은 조용한 주민이 누구인지 미리 알고 시작해야 한다.

지방자치법에 명확히 규정된 지자체 행정구역 개편의 법적 절차를 살펴보자. 일차적으로 관계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거나, 해당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시행해 주민 의사를 확인하고, 이차적으로 국회가 법률을 제정하면 된다. 따라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과 관련해서는 김포시 의회, 경기도 의회, 서울시 의회가 동의하거나 해당 지역주민의 주민투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경기도 의회와 서울시 의회가 동의할 것인가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이때쯤이면 말하지 않고 있던 조용한 주민들이 어느 정도인지를 지역정치인은 충분히 인지하기 때문이다. 조용했던 주민이 많든 적든 그 수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면 지역정치인은 더 신중해진다. 주민투표로 가는 것은 어떨까. 경기도민과 서울시민, 국민의 절반 가까이 투표에 참여하는 형국으로 수도권이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다.

국회가 직접 특별법으로 만들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백번 양보해 지방자치와 주민의 자기 결정성을 무시하는 특별법 제정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국회가 2300만 주민의 동의나 해당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지 않은 입법을 할 수 있을 것인가.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지금까지 지자체 행정구역 개편이 지방의회나 지역주민의 동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없다. 국회의원 과반수가 무모하게 지방자치를 훼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해외사례는 어떠한가. 일부에서 외국의 광역연합을 거론하며 외국도 대도시 확대가 대세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 광역연합은 행정구역 개편이 아니라 행정구역은 그대로 두되 서로 연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만일 수도권 교통이 문제라면 수도권교통만을 담당하는 특별한 지자체, 특별지방자치단체를 만드는 것이다. 영국의 지방정부가 청소나 소방 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연합 청소기구’나 ‘연합 소방기구’를 만드는 것은 사례다. 한국의 지방자치법으로도 가능한 방법이다. 가능한 대안을 검토하는 것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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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걸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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