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유자녀 커리어우먼의 ‘출산할 결심’
“어유, 애국자네.”
둘째를 임신한 후 ‘애국자’ 칭송을 받을 때가 많다. 3년 전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땐 ‘국뽕(배타적 애국주의)’을 강요하는 것 같아 살짝 반감이 생겼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로 잠재성장률 1%대 하락 우려가 커지는 엄중한 시기에 임신·출산이라는 행위가 추앙 좀 받는들 어떠한가 싶어서다.
문제는 단지 추앙으로 그쳐선 안 된다는 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2년 52.6%→2017년 58.3%→2022년 61.2%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유(有)자녀 30대 여성의 경우 53.5%로, 자녀가 없는 여성(78.7%)에 비해 25.2%포인트 낮았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얘기다.
자녀가 많은 여성일수록 일을 하기 어렵다는 것도 통계로 나타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2019년 대비 2022년) 30~45세 여성 고용률 증가폭은 1.7%포인트로 남성(0.3%포인트)보다 높았다. 자녀가 1명인 여성의 고용률은 1.4%포인트 증가했지만 2자녀(-0.4%포인트), 3자녀 이상(-0.7%포인트)인 경우는 모두 고용이 감소했다.
육아는 부부 공동의 몫이란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주로 여성들이 커리어를 포기하거나 희생하는 이유로 성별 임금 격차가 꼽힌다. 이제껏 가정은 뒤로한 채 더 오랜 시간 회사에 충성을 다하는(?) 이에게 더 많은 임금과 승진 기회를 주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시대를 살아왔고, 그 대상은 주로 남성이었다. 도태되고 싶지 않은 여성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돌봄을 외주화하거나 자녀를 갖지 않거나. 전자가 여의치 않다면 답은 뻔하다.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중요한 건 ‘출산 후 경력 단절, 처우 악화→학습효과에 따른 무자녀 결심’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오랜 시간 성별 임금 격차 문제를 연구해 온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이른바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에 대한 보상을 줄이고,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유연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여성들이 일하면서 아이도 낳고 싶게 해야 저출산·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러려면 30대 이상 유자녀 커리어우먼들이 더 굳건하게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부당한 차별이 있다면 맞서야 한다. 그래야 후배들도 ‘출산할 결심’을 할 수 있을 테니. 두 번째 출산을 앞두고 여러모로 비장한 마음이다.
김경희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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