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음식과 약] 오래 앉으면 건강에 해로운 이유
오래 앉아있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 이야기의 시작은 1950년대 영국 런던이다. 과학자들은 버스 기사와 버스 차장의 심장병 발생 위험에 차이가 있는지 조사했다. 연구 결과 버스 기사의 심장 질환 발생률은 매년 1000명에 2.7건, 버스 차장은 1000명에 1.9건으로 버스 기사가 차장보다 심장병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만 버스 기사는 주로 앉아서 일하고 버스 차장은 서서 움직이면서 일한다. 버스 기사의 심장병 위험이 차장보다 크다는 건 앉아있는 시간이 길수록 심장에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후 앉아 생활하는 시간이 길면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졌다. 비만·당뇨병 위험이 증가하고 조기 사망위험마저 커진다. 지난 9월에는 이런 목록에 한 가지 위험이 추가되었다. 앉아있는 시간이 길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운동해도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앉아있는 시간이 하루 10시간 이상이 되면 치매 위험이 증가했다.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실린 이번 연구는 60세 이상 남녀 4만9941명을 대상으로 7년 가까이 관찰한 결과이다. 설문 조사 방식이 아니라 손목에 스마트워치 같은 가속도계를 착용하고 온종일 움직임을 추적했다. 이렇게 얻은 1주일간의 자료를 인공지능 알고리듬의 도움을 받아 분석하여 참가자들이 깨어있는 동안 얼마큼 앉아있었는지 파악했다.
연구 시작 시점에는 참가자 모두 치매가 없었지만 이후 7년 동안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하루 10시간 이상을 앉아 생활한 사람은 10시간 미만을 앉아 생활한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8% 높았다. 하루 12시간을 앉아있는 경우 치매 위험은 무려 63% 높게 나타났다. 운동한다거나 중간 중간에 의자에서 일어난다고 해도 앉아 생활한 전체 시간이 10시간 이상이 되면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만 효과가 있었다. 이를테면 하루 9.5시간을 앉아 생활하는 사람은 특별히 치매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로 인과관계를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오래 앉아있으면 건강에 해로운 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볼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앉아있으면 우리 몸에서 가장 커다란 근육인 엉덩이와 다리 근육을 움직이지 않게 된다. 이들 근육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건 혈액 순환이 어려워지고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 게 된다는 의미이다. 에너지를 적게 쓰니 혈중 포도당과 지방은 남아돌고 그로 인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각종 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숨어있다. 더 많이 움직이고 더 적게 앉자. 건강한 삶을 위한 생활습관은 알고 보면 간단하다, 실행이 어려울 뿐.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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