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00) 길림추(吉林秋)
2023. 11. 9. 00:16
길림추(吉林秋)
안확(1886∼1946)
강파(江波)에 바람 치니, 밝은 달이 구으른다
단풍이 서두르니, 도처마다 낙엽이라
만 리에 객의 수심이, 새로 수선하고나
-자산시선(自山詩選)
시조로 편 독립운동
일제강점기에 『조선문명사』 『조선문학사』 『조선문법』 등을 저술한 독립운동가 자산 안확(安廓)의 시조다. 안확은 고종의 해외 망명 유치 계획에 관여하고, 3·1운동 당시 마산 지역의 만세 운동을 주도했다. 1930년대 들어 일본의 식민지배가 무단통치로 바뀌어 학문적 탐구가 어렵게 되자 국내를 벗어나 만주와 중국, 노령의 연해주 지역과 하와이를 유랑하였다.
바람이 강의 수면을 치니 물결이 일고, 밝은 달이 굴러간다는 표현이 재미있다. 나무들은 서둘러 단풍을 떨어뜨리니 도처에 낙엽이다. 수난의 고국을 떠나 어언 만 리, 나그네의 수심이 새록새록 쌓인다.
안자산은 7년 동안의 유랑을 마치고 귀국해 어학과 고구려 문학, 시조·향가·미술사 등에 관한 글을 발표하였다. 일본어 쓰기를 강요하던 1940년 이후에는 아예 붓을 꺾었다. 그는 240수에 이르는 시조 작품과 이론을 발표했으니 거의 독립운동 수준이었다. 오늘의 우리는 이런 선열들의 피땀 위에 서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앙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남현희, 전청조 보자마자 "뭘 봐"…6시간 대질조사 분위기 살벌 | 중앙일보
- 모친 사망 전 "집은 딸 가져라"…그 합의 무효시킨 오빠의 '법' | 중앙일보
- "은행 털어 대박난 동네"…하루에만 5000명 다녀갔다, 어디 | 중앙일보
- ‘엄마 죽음’ 짊어졌던 신지애…그 뒤 20년, 그의 롱런 비결 | 중앙일보
- [단독] "이준석 신당 생기면, 국힘보다 민주당 지지층 더 이탈" | 중앙일보
- 울면서 찬송가, 공수처장 리더십 리스크…2기는 '尹수처' 되나 [미완성 공수처 下] | 중앙일보
- 노소영 측 "아트센터 퇴거 안한다…이혼한다고 이렇게까지 하나" | 중앙일보
- 한국 지하철에 빈대 못 산다?…전문가 밝힌 '빈대 공포' 진실 | 중앙일보
- 유해진, 45억 현찰로 성북동 주택 샀다…이웃은 배용준·리사 | 중앙일보
- 3.2m 악어의 습격…'여기' 물어 뜯고 기적적으로 살았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