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남아 대신 동유럽·중동… 한국 ‘수출 효자’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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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일렉트릭은 8일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청(SEC)과 822억원대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의 인프라 프로젝트 열풍에 정부의 세일즈 외교가 더해지면서 방산·원전·건설기계 수출이 급증했다.
카타르도 국내 기업의 가스전 공사 수주 등으로 한국산 무계목강관(420%), 화학기계(5482%) 수출이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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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동남아 주춤한 사이 전선 확대
수출 증가액 ‘톱10’ 중 9개국 차지
HD현대일렉트릭은 8일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청(SEC)과 822억원대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사우디 동부와 중부에 새로 지어지는 변전소 4곳에 고압차단기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사우디 정부의 ‘비전 2030’ 프로젝트에 따른 인프라 투자가 급증한 영향이 컸다. 카타르에선 지난달 5조원 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7척을 수주한다는 낭보가 울렸다. HD현대 관계자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잇달아 진행되면서 중동이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수출 지형이 변하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기존 수출 시장이 주춤한 사이 동유럽과 중동, 중앙아시아로 수출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우리나라의 국가별 수출실적과 호조국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수출 증가액이 컸던 상위 10개국 중 미국(7위)을 제외한 9개국이 동유럽·중동·중앙아시아 국가였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비교적 주변 시장으로 여겨졌던 국가에 대한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기존 주요 교역국의 수출까지 반등한다면 최근 회복세에 더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증가액 ‘톱3’ 국가는 폴란드, 헝가리, 튀르키예로 집계됐다. 유럽 배터리 시장을 겨냥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생산 공장을 각각 운영 중인 폴란드와 헝가리에선 지난 1~9월 배터리 원료인 정밀화학 제품 수출이 각각 30.1%, 73.8%(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 완성차 공장이 있는 튀르키예에도 자동차부품 수출이 40.1% 증가했다. 이들 3개국이 국내 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한 셈이다.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중동 국가도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의 인프라 프로젝트 열풍에 정부의 세일즈 외교가 더해지면서 방산·원전·건설기계 수출이 급증했다. 사우디는 다연장로켓 천무, 유도로켓 비궁 등 국내 무기류 수출이 1년 새 88.1% 늘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친환경 발전 사업 확대로 건설중장비와 유압식 변압기 수출도 각각 81.7%, 133.3% 증가했다. UAE는 한국전력의 바카라 원전 수주로 핵연료 우라늄 수출이 494.2% 늘었다. 카타르도 국내 기업의 가스전 공사 수주 등으로 한국산 무계목강관(420%), 화학기계(5482%) 수출이 급증했다.
지정학적 위기도 한국 수출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 키르기스스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자동차 무역이 어려워지자 올 1~9월 한국산 중소형(1500~2500㏄) 자동차 수입을 전년 대비 573.5% 늘렸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국내 중소형 자동차(32.4%)·자동차부품(615.6%) 수출이 증가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월 중국 대만 일본 등 주요국 수출 증가율은 각각 마이너스(-) 24.3%와 -29.4%, -9.0%를 기록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수출 증가액 상위 10개국 중 미국을 제외한 9개국 수출 총액은 약 337억 달러로, 수출 4위국인 일본(215억 달러)보다 1.5배 크다”며 “익숙한 시장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발전 가능성이 높은 틈새 시장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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