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7연승, 초보 감독의 질주 본능 “봄 농구까지 달린다”
“D(디드릭 로슨의 애칭)가 있어서 이 초보 감독은 든든합니다.” (김주성 감독)
“노노, 다 레전드 출신 감독님 덕분이죠.” (디드릭 로슨)
2023~24시즌 프로농구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원주 DB의 김주성(44) 감독과 파워 포워드 디드릭 로슨(26·미국)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원주 DB는 7일 서울 삼성을 94-58로 완파하고 개막 7연승을 달렸다. DB는 10일 열리는 안양 정관장전에서 이기면 프로농구 개막 최다 연승 타이기록(8연승)을 세운다. 개막 8연승은 2011~12시즌 원주 동부(현 DB), 2014~15시즌 고양 오리온(현 소노)이 각각 달성했다. DB는 공동 2위 팀과의 승차도 3경기로 벌리면서 선두를 굳게 지켰다.
시즌 개막전까지만 해도 DB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중위권 전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전주 KCC나 서울 SK가 선두 경쟁을 할 거라고 전망했다. 7일 강원도 원주 명륜동 훈련장에서 만난 김주성 감독은 “이 정도로 잘할 줄은 예상 못 했다. 개막 8연승은 내가 DB를 이끌던 시즌에 세운 기록이다. 지도자로서도 달성한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성 감독은 국내 프로농구의 레전드다. 2002~03시즌 신인왕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16시즌 동안 DB 한 팀에서 뛰며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3차례나 들었다. 최다 블록슛 1위(1037개), 최다 득점 2위(1만288점), 최다 리바운드 2위(4425개), 최다 출장 2위(742경기) 등 기록도 화려하다. 하지만 지도자로는 ‘초보’다. 은퇴 이듬해인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DB 코치로 활동한 그는 올 시즌 처음 감독이 됐다. 김 감독은 “아직은 배워야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초보 감독’이다. 선수들이 코치를 부르는데 내가 돌아보곤 한다”며 웃었다.
그는 ‘DB 돌풍’의 비결에 대해서도 “초보 감독이라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키워드를 ‘에너지’로 정했다. 플레이는 물론 마음가짐에서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임하자는 뜻이다. 팀 훈련에서 김 감독은 코치처럼 직접 플레이 시범을 보인다. 코트 밖에선 큰 형님처럼 선수들과 소통하며 신뢰를 쌓았다. 은퇴를 앞두고는 식스맨(후보 선수)으로 뛴 덕분에 김 감독은 벤치 멤버도 다독일 줄 안다. 김 감독의 ‘형님 리더십’에 선수들은 코트에서 역전승을 일궈내는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로 화답했다. 지난 5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DB는 2쿼터 한때 31-50으로 크게 뒤졌지만, 후반 대반격을 펼친 끝에 90-79로 경기를 뒤집었다. 지난달 28일엔 우승 후보 KCC에 31-49, 18점 차로 끌려가다 101-90으로 역전하는 저력을 보였다.
DB 전술의 핵심은 장신 선수 3명이 중심인 ‘트리플 포스트(로슨 2m2㎝·김종규 2m7㎝·강상재 2m)’다. 그중에서도 리더격인 로슨의 활약이 돋보인다. 로슨은 평균 득점 3위(27.7점), 블록 1위(1.9개), 3점슛 성공 2위(3.3개), 리바운드 6위(8.9개) 등 내외곽을 오가며 활약 중이다. 시즌 초반이지만 로슨은 벌써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오리온(2020~21년)과 고양 캐롯(2022~23시즌)에서 뛰었던 로슨은 많은 팀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DB를 택했다. 로슨은 “레전드 빅맨이었던 김주성 감독님께 지도받고 싶었다”면서 “같은 포지션이라서 배울 게 많다. 나도 감독님처럼 블록슛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DB를 챔피언으로 이끈 뒤 감독님을 초대해 ‘고기 파티’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로슨을 비롯한 우리 선수들과 합심해서 반드시 ‘봄 농구(포스트시즌)’를 하고 싶다. 물론 목표는 우승”이라고 밝혔다.
원주=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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