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공장 들어서자 카레향 솔솔…국내 1등 제품기지 오뚜기 대풍공장
품질관리·자동화 설비, 생산효율 극대화
"머리 쓰고 땀 흘리자."
충북 음성군에 있는 오뚜기 대풍공장에 들어서면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동상 아래 이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자신이 고찰한 방법으로 일의 능률을 높이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뜻을 담은 '오뚜기인'의 생활신조다. 부지 면적 10만4853㎡(약 3만2000평), 건물면적 8만2850㎡(약 2만5106평)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제조 시설이 함 명예회장의 동상과 마주하고 있다. 2001년 8월 문을 연 이곳은 오뚜기 주력 제품의 생산기지다. 오뚜기라는 기업을 세상에 알린 '카레'를 비롯해 '케챂'과 '마요네스' '3분 요리' '식초' 등 이 회사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제품과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들을 이곳에서 제조한다.
스테디셀러의 집결지
오뚜기가 8일 미디어에 처음으로 공개한 대풍공장에서는 18개 유형의 452개 품목을 생산한다. 연간 제조하는 제품의 총생산 중량은 약 25만t이다. 금액으로는 864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3조1833억원을 기록한 오뚜기 제품 전체 매출액의 27% 이상을 책임지는 회사 내 최대 생산시설이다. 사무동을 지나 자동물류센터로 향하는 통로에 들어서자 이날 구내식당 메뉴로 제공한 '오뚜기 카레' 향이 실내에 가득 퍼졌다.
오뚜기는 1969년 5월 국내 최초로 분말카레를 선보였다. 이후 50년 넘게 국내 즉석 카레 시장을 이끌면서 지난달 기준 분말카레 시장점유율 83%로 1위를 지키고 있다. 국내 가정간편식(HMR) 제품의 원조 격으로 불리는 레토르트 제품 '3분 요리'도 이곳에서 대량으로 생산한다. 카레와 짜장, 덮밥 소스, 곰탕 등 62개 품목에 달하는 레토르트 제품도 시장점유율 89%로 압도적인 선두다. 김혁 오뚜기 대풍공장 공장장(상무)은 "국내 소비자들의 카레 수요를 늘리고, 전체 카레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뚜기가 1971년과 1972년 각각 국내에 첫선을 보인 토마토 케챂과 마요네스도 대풍공장의 주력 생산 품목이다. 이들 제품 모두 50년 넘게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면서 지난달 기준 시장점유율 91%와 79%로 1위를 달린다. 이 밖에 식초와 즉석밥 시장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식초는 국내 조미 식초 시장에서 점유율 64%로 1위에 올랐고, 후발 주자로 나선 즉석밥은 2004년 출시 이후 누적 생산량 20억개를 돌파했다. 컵밥류도 올해 9월 기준 점유율 37.8%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상훈 오뚜기 대풍공장 품질관리부장은 "즉석밥과 컵밥 등의 제품은 수요가 몰려 생산라인을 24시간 가동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조·물류 자동화…깐깐한 위생·품질 관리
오뚜기 대풍공장의 종사자 수는 307명으로 시설 규모와 비교해 인원이 많은 수준은 아니다. 대신 스마트팩토리를 지향하며 자동화 시스템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제조와 검수, 포장, 물류에 이르기까지 첨단 설비를 갖췄다. 가령 100g짜리 제품을 만들 때 과거에는 작업자가 중량을 조절해 오차 범위가 들쑥날쑥했으나 지금은 자동으로 최적의 무게를 조절해 재료가 더 들어가거나 덜 담기는 일을 방지한다. 김 공장장은 "수율(완성된 양품의 비율)이 높아져 회사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출하 기준에 맞춰 박스 단위로 포장된 제품들은 레일을 따라 자동물류센터에 보관한다. 아파트 12층 높이의 자동물류센터는 포장에 새긴 바코드를 인식해 품목별로 제품군을 분류하고, 정해진 셀에 물건을 보관한 뒤 날짜에 맞춰 출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오뚜기가 생산라인 운영에서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위생관리다. 식품을 다루는 업의 특성을 고려해 제조 라인에 '클린룸'을 도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클린룸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m인 정육면체 안에 먼지 수가 10만개 이하의 상태로 관리되는 공간을 뜻한다. 정 부장은 "반도체 공장이나 병원 수술실과 비슷한 수준으로 엄격한 위생환경을 유지하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국내 최초이자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이들 제품을 발판으로 해외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식품업계에서 8곳에 불과한 매출 '3조 클럽'에 가입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여전히 해외 매출 비중은 10% 안팎에 머물러서다. 이는 라면을 주력으로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인 경쟁사들과 달리 내수를 중심으로 가공식품이나 소스 등 다른 사업 부문까지 고르게 추진해온 결과다. 이명원 오뚜기 마케팅팀장은 "경쟁사들보다 우위에 있는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이나 다른 유형의 품목을 내세워 해외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성=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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