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70일 만에 이겼다! '0-4' 뒤집은 LG, 박동원 '결승 역전 투런포' 폭발…KT 5-4 꺾고 1승1패 [KS2]

김지수 기자 2023. 11. 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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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LG 트윈스가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쓰며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게임 초반 0-4의 열세를 뒤집는 저력과 뒷심을 보여주면서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힘찬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LG는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승제, KT 1승) 2차전에서 KT를 5-4로 이겼다. 전날 2-3 석패의 아쉬움을 털어낸 것은 물론 극적인 역전승으로 팀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시리즈 전적 1승 1패의 균형도 맞춰졌다. LG의 한국시리즈 승리는 지난 2002년 삼성과의 5차전 이후 7670일 만이다.

LG는 이날 선발투수 최원태가 ⅓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 최악투로 무너진 여파 속에서 벤치의 빠른 판단으로 게임이 완전히 KT 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

이정용 1⅔이닝-정우영 1⅓이닝-김진성 ⅔이닝-유영찬 2⅓이닝-함덕주 1이닝-고우석 1이닝 무실점까지 불펜을 모두 쏟아 붓는 총력전 끝에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3회말 오스틴 딘의 1타점 적시타로 만회점을 얻고 6회말 오지환의 솔로 홈런, 7회말 김현수의 1타점 2루타로 3-4까지 추격했다. 이어 8회말 박동원의 결승 역전 2점 홈런으로 KT 불펜을 무너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전날 1차전에서 패전의 멍에를 썼던 LG 클로저 고우석은 2차전에서 KT의 저항을 깔끔하게 잠재우고 팀 승리를 지켜냈다. LG는 벼랑 끝에 몰릴 수 있었던 상황에서 한국시리즈 역사에 길이 남을 역전승으로 마무리하고 기분 좋게 오는 10~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3, 4차전을 준비하게 됐다.

반면 KT는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의 6이닝 8피안타 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2실점 호투와 1회초 장성우의 2타점 2루타, 배정대의 2타점 적시타로 잡은 4-0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KT가 자랑하는 셋업맨 박영현이 2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를 리버스 스윕으로 꺾고 올라온 기세가 한풀 꺾이게 됐다. 앤서니 알포드와 박병호, 두 주축 타자의 타격 슬럼프가 길어지는 것도 좋지 않은 신호다.

▲선발 라인업

- KT: 김상수(유격수)-황재균(3루수)-앤서니 알포드(좌익수)-박병호(1루수)-장성우(포수)-배정대(중견수)-문상철(지명타자)-신본기(2루수)-조용호(우익수).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

KT는 큰 틀의 변화는 주지 않았다. 김상수, 황재균이 테이블 세터로 돌격 대장 역할을 맡고 알포드와 박병호, 장성우가 중심 타선을 이뤘다. 한국시리즈부터 6번타순으로 격상된 배정대가 클린업 트리오의 뒤를 받쳤다. 전날 1차전 결승타를 때려낸 문상철이 7번 지명타자 자리를 변함 없이 지켰다.

선발 2루수는 신본기가 나섰다. 캡틴 박경수의 몸 상태가 100%가 아닌 상황에서 백업 내야수 중 가장 뛰어난 수비력을 인정받았다. 



선발투수는 쿠에바스였다. 지난 3일 NC와 플레이오프 4차전 선발등판 이후 4일 휴식을 취한 뒤 한국시리즈 2차전 선발투수로 낙점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원래 우리 2루는 항상 돌아가며 나온다. 박경수가 계속 나오긴 힘들기 때문이다. 신본기는 한국시리즈에 좋은 기억이 있다.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룬) 2021년엔 홈런도 쳤다. 현재 타격감도 괜찮다고 한다. 수비는 두 번째로 좋다고 본다"고 라인업 구서 배경을 설명했다.

또 타격감이 좋지 않은 알포드, 박병호에 대해서는 "잘할 거다. 이 선수들까지 잘해주면 시리즈가 너무 빨리 끝날 것 같으니 서서히, 한 명씩 올라오면 좋을 것 같다. 중요할 때 분명히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대체자원도 없다"고 강조했다.

- LG: 홍창기(우익수)-박해민(중견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 딘(1루수)-오지환(유격수)-문보경(3루수)-박동원(포수)-문성주(좌익수)-신민재(2루수). 선발투수 최원태

LG는 1차전 선발 라인업을 그대로 가져 나왔다.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리드오프 홍창기는 염경엽 LG 감독이 1차전 종료 후 공언한 그대로 자기 자리를 지켰다.

선발투수는 최원태였다. 후반기 10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6.75로 전반기 16경기 6승 4패 평균자책점 3.05와 비교해 부진이 두드러졌지만 한 달 가까이 충분한 휴식을 취한 만큼 좋은 투구가 기대됐다.



염경엽 감독은 "홍창기에게 한마디만 했다. 하던 대로 계속하라고. 오늘 또 다른 야구를 하면 그러다가 한국시리즈가 끝난다. 처음으로 가졌던 생각으로 야구를 계속하는 게 결국 답을 찾을 수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

또 "결국 1차전은 우리 타선이 찬스를 만들어 놓고 결과를 못 내면서 힘든 경기를 했다. 매 경기 잘할 수는 없는 거다. 터질 때도 있고 안 터질 때도 있는데, 한 경기 했으니까 긴장감도 풀렸으리라 본다"며 "전날 우리 팬들이 많이 오면서 그런 긴장감도 있었을 거다. 두 번째 경기라 선수들이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점 흔들린 최원태의 볼넷 자멸, 빅이닝 만든 KT의 1회초

한국시리즈 2차전은 시작부터 혼돈에 빠졌다. LG 선발투수 최원태의 제구력이 크게 흔들리면서 순식간에 베이스가 가득 들어찼다. 최원태가 1회초 KT 선두타자 김상수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게 시작이었다.

KT는 최원태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황재균이 중전 안타를 쳐내면서 무사 1·2루 찬스가 중심 타선 앞에 차려졌다. 앤서니 알포드도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내 무사 만루로 LG를 압박했다.





최원태는 일단 KT 4번타자 박병호에게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LG 3루수 문보경이 박병호의 타구를 침착하게 잡아낸 뒤 매끄러운 홈 송구로 연결하면서 3루 주자 김상수를 포스 아웃 처리했다.

KT는 공격 흐름이 끊기는 듯했지만 장성우가 해결사로 나섰다. 장성우는 1사 만루에서 2타점 2루타를 쳐내 KT에게 2-0의 리드를 안겼다. 

LG 벤치는 바쁘게 움직였다. 최원태가 더는 마운드를 지키는 게 무의미 하다고 판단한 듯 투수를 이정용으로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정용도 불타 오르는 KT 방망이의 기세를 꺾지는 못했다. KT는 1사 2·3루에서 배정대가 깨끗한 좌전 안타로 주자 두 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여 스코어를 4-0으로 만들었다.

이정용은 이후 문상철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한숨을 돌렸다. 신본기의 타석 때 1루 주자 배정대의 2루 도루 시도를 LG 포수 박동원의 빨랫줄 송구로 잡아내면서 길고 길었던 KT의 1회초 공격이 종료됐다.


▲쿠에바스 난조에도 추격 실패한 LG, 초반 흐름은 KT 쪽으로

KT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는 지난 3일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 선발등판 이후 4일 휴식을 뒤 한국시리즈 2차전 마운드에 올랐다.

LG는 1회말 선두타자 홍창기가 쿠에바스를 공략해 주기를 바랐지만 3루수 뜬공으로 힘없이 물러났다. 대신 2번타자 박해민의 중전 안타로 반격을 시작했다. 



LG는 1사 1루에서 김현수가 좌익수 뜬공에 그쳐 어느새 2사 1루에 몰렸다. 4번타자 오스틴 딘의 우전 안타로 2사 1·3루 찬스를 잡았지만 득점은 없었다. 오지환이 1루수 땅볼로 아웃되면서 소득 없이 1회말 공격이 끝났다.

▲도망가지 못한 KT, 추격의 불씨 당긴 LG

KT는 2회초에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선두타자 신본기가 내야 땅볼로 물러났지만 조용호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쳐냈다.

하지만 조용호가 2루에 도달한 뒤 3루를 파고들다 LG 야수진의 빠르고 정확한 중계 플레이에 잡혔다. 후속타자 김상수가 중전 안타로 출루하면서 조용호의 주루사는 아쉬움이 컸다. 황재균이 좌익수 뜬공에 그치면서 KT의 추가 득점이 불발됐다.

KT는 3회초 LG 3번째 투수 정우영의 구위에 눌렸다. 정우영은 알포드를 삼진, 박병호와 장성우를 유격수 땅볼로 잡고 KT의 클린업 트리오를 삼자범퇴 처리했다.



LG는 3회말 만회점을 얻었다. 선두타자 신민재가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홍창기의 타석 때 2루 도루 시도가 잡히며 흐름이 한차례 끊겼지만 집중력을 유지했다. 홍창기의 볼넷 출루, 박해민의 내야 안타로 1사 1·2루 찬스가 중심 타선으로 연결됐다.

LG는 김현수가 내야 땅볼에 그쳤지만 2사 1·3루에서 4번타자 오스틴이 해결사로 나섰다. 오스틴이 3유간을 꿰뚫는 안타로 3루 주자 홍창기를 홈으로 불러들여 팀에게 첫 점수를 안겼다. LG가 4-1로 KT를 따라붙는 순간이었다.

LG는 그러나 계속된 2사 1·2루에서 오지환이 1루 땅볼로 아웃되며 더는 점수를 얻지 못했다. 추격에는 성공했지만 썩 만족하기는 어려운 결과였다.

▲총력전 펼친 LG, 불펜 물량 공세로 4-1의 격차를 유지하다

LG는 말 그대로 '내일'이 없는 승부를 펼쳤다. 오는 9일이 경기가 없는 휴식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이날 2차전을 어떻게든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4회초 수비에서 정우영이 1사 후 문상철과 대타 오윤석에 연속 안타를 내줘 1사 1·2루 위기에 몰리자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베테랑 김진성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진성은 긴장한 듯 조용호를 볼넷으로 출루시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김상수를 얕은 우익수 뜬공으로 솎아내고 실점 없이 귀중한 아웃 카운트 하나를 늘렸다.




KT는 계속된 2사 만루에서 황재균의 방망이에 기대를 걸었지만 김진성은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황재균을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고 포효하면서 점수 차가 벌어지는 걸 막았다.

LG는 5회초 수비 시작과 함께 2차전 5번째 투수 우완 백승현을 투입했다. KT의 중심 타선 알포드-박병호-장성우를 묶겠다는 계산이었다.

백승현은 알포드를 중견수 뜬공으로 가볍게 처리했다. 이어 박병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장성우까지 처리하면서 날카로운 구위를 뽐냈다.

KT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장성우가 끈질긴 승부 끝에 백승현에게 볼넷을 골라내 출루했다. 후속타자 배정대까지 중전 안타를 때려내 2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LG 벤치는 위기에서 또 한 번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우완 영건 유영찬을 마운드에 올려 어떻게든 실점을 막으려고 했다. 

유영찬은 '강심장' 기질을 발휘했다. 전날 1차전에서 결승 1타점 2루타를 쳐낸 KT 문상철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포효했다. KT는 4회초에 이어 5회초에도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안타깝게 살리지 못했다.

LG 벤치는 위기에서 또 한 번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우완 영건 유영찬을 마운드에 올려 어떻게든 실점을 막으려고 했다. 

유영찬은 '강심장' 기질을 발휘했다. 전날 1차전에서 결승 1타점 2루타를 쳐낸 KT 문상철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포효했다. KT는 4회초에 이어 5회초에도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안타깝게 살리지 못했다.

▲침묵 깬 LG 캡틴, 오지환 솔로포로 스코어는 4-2

LG는 KT 타선을 물량공세로 막아내고 있던 가운데 6회말 점수 차를 좁혔다. 선두타자 오스틴이 삼진으로 물러난 뒤 오지환이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오지환은 쿠에바스의 초구 142km짜리 컷 패스트볼을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1m의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1회말 첫 타석 2사 1·3루, 3회말 두 번째 타석 2사 1·2루 찬스에서 침묵했던 아쉬움을 씻고 힘차게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쿠에바스는 오지환에 홈런을 허용한 뒤 2사 후 박동원에게 좌전 안타를 내주고 흔들렸지만 KT 벤치는 6회말을 쿠에바스에게 끝까지 맡겼다. 쿠에바스는 문성주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퀄리티 스타트+ 피칭을 기록했다.

▲KT 압박하는 LG의 집념, 접전으로 바뀌는 점수판

KT는 전날 1차전에서 2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피칭을 선보인 손동현을 7회말 수비 시작과 함께 투입했다. 또 한 번 멋지게 LG의 추격을 잠재워 주기를 바랐다.

손동현은 7회말 LG 선두타자 신민재를 유격수 땅볼, 홍창기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쉽게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았다. 전날 1차전과 비슷한 그림이 연출됐다.

하지만 LG의 집념은 무서웠다. 박해민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KT도 후속타자 김현수의 장타를 의식해 투수를 손동현에서 셋업맨 박영현으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박영현도 전날 1차전에서 9회말 1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따냈다. 



김현수는 박영현을 상대로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KT 1루수 박병호 쪽으로 강력한 타구를 날려 보냈고 박병호가 이를 잡지 못하면서 타구가 우측 펜스 가장 깊숙한 곳으로 흘러갔다.

1루 주자 박해민은 빠른 발을 살려 거침없이 질주했다. 2루와 3루를 거쳐 여유 있게 홈까지 들어오면서 스코어는 4-3이 됐다. KT 쪽으로 쏠렸던 승부의 추가 점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흔들렸다.

▲잠실 뒤흔든 박동원의 한방, 역전 드라마를 완성하는 LG

LG는 8회말 공격에서 기어이 승부를 뒤집었다. 선두타자 오지환의 볼넷 출루 후 문보경의 희생 번트 성공으로 1사 2루 동점 찬스를 잡았다.

LG는 여기서 박동원의 한 방이 터졌다. 박영현을 상대로 역전 2점 홈런을 폭발시켜 스코어를 5-4로 만들었다. 원 스트라이크에서 박영현의 124km짜리 체인지업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담장을 넘겼다.



▲1차전 아픔 지운 고우석 세이브, 시리즈 1승 1패

고우석은 1차전 패배의 아픔을 2차전에서 씻었다. KT의 마지막 저항을 깔끔하게 삼자범퇴 처리하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LG는 기적 같은 역전승으로 29년 만에 정상 도전에 청신호가 켜졌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박지영 기자/고아라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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