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가자지구 보면 눈물"…진짜 속내는

이휘경 2023. 11. 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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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중국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전쟁을 계기로 평화와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 주목을 받는다.

베이징의 싱크탱크 중국세계화센터(CGC) 왕휘야오 회장은 "미국은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또 다른 갈등이 추가된 상황에서 중국을 라이벌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중국을 동반자이자 전쟁의 중재자로 여기고 이러한 국제 문제에 있어서 중국과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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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이휘경 기자]

러시아와 중국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전쟁을 계기로 평화와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 주목을 받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해설기사에서 팔레스타인을 향한 국제사회의 동정여론 확산 속에 중국과 러시아가 보이는 행보를 들어 이 같은 기회주의 성향을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주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두고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있는 러시아 군사들도 이스라엘과 같은 '악의 뿌리'인 미국인들과 싸우고 있다며 자신이 벌이는 전쟁이 "러시아와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미래를 포함해 전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쟁 이후 중동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은 피하고 있지만 중국 관영 언론들은 중동에서 미국을 위선적인 '전쟁광'으로 비판하며 팔레스타인 독립과 즉각적인 휴전을 지지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 달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이 제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대한 결의안에 나란히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키기도 했다.

양국은 이렇게 미국, 이스라엘과 거리를 두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함으로써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에 대항하는 글로벌 권력 투쟁의 일환이라는 프레임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아랍 국가나 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는 반이스라엘 및 반미 여론을 부추겨 이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결집하겠다는 것이다.

WSJ은 이 같은 행보가 역설적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 범죄라는 비난을 받았던 푸틴이 이스라엘과 미국에 전쟁을 멈추라고 큰소리를 치고, 신장웨이우얼 지역에서 무슬림 소수민족을 탄압했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이 가자지구의 인권 탄압을 비판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의 중국 외교 정책 전문가 리밍장 교수는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지지하면 국제적 수준에서 개발도상국들을 결집하는 목표가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전 세계의 대다수 국가와 함께 미국과 반대편에 설 수 있는 정치적 기회를 감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의 싱크탱크 중국세계화센터(CGC) 왕휘야오 회장은 "미국은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또 다른 갈등이 추가된 상황에서 중국을 라이벌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중국을 동반자이자 전쟁의 중재자로 여기고 이러한 국제 문제에 있어서 중국과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집중적으로 받아온 서방 국가들의 비난과 제재를 벗어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외교관 출신인 니콜라이 코자노프 카타르 대학 교수는 "러시아는 가자지구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 북반구 저위도에 있는 개발도상국들) 국가들을 서방 국가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는 이 국가들이 러시아를 대하는 태도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냉전 체제 이후 이스라엘과 대체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던 러시아의 태도가 이처럼 급격히 바뀐 데에는 러시아에서 이슬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WSJ은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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