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따라붙은 인성논란…“혐오정치” 커지는 쓴소리
안철수와 나란히 옆방서 점심 먹다…“조용히 하시라” 수차례 고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인종차별 논란이 인성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싸가지 없는 정치”, “인성의 문제” 등 성토가 쏟아졌다.
발단은 지난 4일이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이날 부산에서 토크 콘서트를 개최한 이 전 대표를 찾았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을 ‘깜짝’ 방문한 인 위원장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인 위원장을 ‘미스터 린튼’(Mr. Linton)이라고 칭하며, 줄곧 우리말이 아닌 영어로 응대했다.
또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현재로서는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 “내가 환자 같냐?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등의 발언을 이어가며 거리를 뒀다. 인 위원장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특별 귀화 1호자’다.
‘소문난 앙숙’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도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양측은 전날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각각 기자들과 오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최근 이 전 대표가 인요한 위원장에게 거리를 두며 영어를 썼던 점 등을 비판했다. 안 의원의 발언은 방음이 안 되는 벽을 통해 옆방에 있던 이 전 대표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안철수씨, 조용히 하세요”, “안철수씨, 식사 좀 합시다”라며 여러 차례 고함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인성론’은 정계 입문 시점부터 이 전 대표를 따라다녔다. 직설적이고 수위 높은 화법을 구사하면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려왔다. 일부는 ‘잘 싸운다’, ‘시원하다’며 지지하는 반면 무례하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구조적 성차별이 과거의 일이라는 가감 없는 주장을 펴 젠더갈등에 불을 붙였고, 지난 대선 당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기나긴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후 이 전 대표에겐 ‘갈라치기 정치’, ‘싸가지가 없다’, ‘내부 총질한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명백한 인종차별”, “싸가지 없는 정치”라는 성토가 나왔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8일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서 “옆 방에서 나에 대해 조금 안 좋은 얘기를 한다고 고성을 지르면서 아버지뻘 안철수 의원에게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며 “못 참고, 욱하고, 공공장소인데 고성 지르는 건 나이나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인성의 문제”라고 날을 세웠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도 7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이 전 대표가 윤핵관과 안철수 의원을 향한 사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본인보다 나이 드신 분(인요한 위원장)이 먼 길까지 찾아왔으면 정중하게 ‘사실 제 뜻은 이렇다’라고 설명하면 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다”며 “이런 모습 때문에 정치적으로 상당부분 고립됐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해외 유력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이 전 대표와 유사한 발언을 했다면, 인종차별 논란으로 정치적 생명이 끝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종호 예일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지난 5일 SNS에 “만약 한국계 미국인 2세에게 한국계라는 이유로 미국의 유력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한국어로 이야기를, 그것도 비아냥대면서 했다면 그 사람은 인종차별로 그날로 퇴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평가절하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비명계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포착된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전 대표는 혐오 정치를 기반으로 정치를 하는 분”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안철수 의원과 이 전 대표가 설전을 벌인 데 대해서도 “저희들도 식당에 가서 있다 보면 옆방에 다른 팀들이 있다. 저 욕하는 소리가 들려도 그 자리에서 ‘야 너 왜 그래’ 이러지 않는다”라며 “그것이 바로 이 전 대표의 혐오 정치, 싸가지 없는 정치”라고 질타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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