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 명예회복 나선 허윤홍의 GS건설…오너로 CEO 교체 초강수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11.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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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여파로 GS건설에 변화의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서는가 하면 10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장수 CEO’ 임병용 부회장이 물러나고 오너 일가 허윤홍 사장이 전격 사령탑을 맡게 됐다.

GS건설 대표 교체 눈길

‘장수 CEO’ 임병용 부회장 물러나

GS건설은 지난 10월 20일 허윤홍 GS건설 미래혁신대표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허윤홍 신임 사장은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아들로 2002년 GS칼텍스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2005년 GS건설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재무, 경영 혁신, 플랜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주택, 인프라, 해외 플랜트 등 국내외 현장 곳곳에서도 근무했다. 2019년부터는 신사업추진실장을 맡아 수처리, 모듈러 등 GS건설 신사업을 총괄했다. 덕분에 GS건설은 지난해 신사업 부문에서만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냈다. GS건설 신사업 부문 매출은 2019년만 해도 2936억원 수준이었지만 허 사장 부임 후인 2020년 6111억원, 2021년 7780억원, 지난해 1조250억원으로 매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뚜렷한 성과를 인정받아 허 사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기존 신사업 부문 대표에서 혁신기술연구 부문까지 총괄하는 미래혁신대표로 직함을 바꿔 달았다. 사업 범위를 넓힌 데 이어 GS건설 CEO 자리까지 꿰차면서 신사업뿐 아니라 핵심 사업 전반을 이끌게 됐다.

CEO 인사에 앞서 GS건설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까지 단행해 변화를 줬다. 기존 집행 임원의 40%를 교체하고 총 17명의 상무를 신규 선임했다. 지난해의 3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40대 ‘젊은 피’ 4명을 임원으로 선임한 점도 눈길을 끈다. 기존 6개 부문, 9본부에서 10개 본부 체제로 재편해 의사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는 조직으로 정비했다.

달라진 조직을 이끌게 된 허윤홍 사장은 1979년생으로 40대 초반 젊은 경영인이다. 아무래도 경험이 적다 보니 회사를 무려 10년간 이끌어온 임병용 부회장 대신 수장을 맡아 구원 투수 역할을 잘해낼지 건설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를 아는지, 허윤홍 사장은 “최근 불미스러운 사고와 경영 환경의 급격한 악화로 창사 이래 여느 때보다 도전적인 상황을 맞았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GS건설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 국토교통부가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에 대해 시공사 GS건설에 영업정지 10개월 처분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고의나 과실로 부실시공을 한 경우 1년 이내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불성실한 안전점검, 품질 검사 등을 이유로 추가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안전과 직결된 주요 철근 부품을 빠뜨려 붕괴 사고를 일으킨 만큼 과실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공언대로 10개월 영업정지가 확정될 경우 최대 10조원가량 수주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업정지 기간에는 기존에 수주한 물량 공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신규 수주는 불가능하다.

당연히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GS건설은 올 2분기에만 4139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전면 재시공에 따른 결산손실 5500억원을 반영한 탓이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한 602억원에 그쳤다. 순이익도 117억원으로 같은 기간 9.26% 줄었다. 신규 수주 역시 1조9970억원으로 1년 새 57.7% 감소하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 직격탄을 맞았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GS건설 3분기 영업이익은 어닝 쇼크 수준이다. 사업장별 안전 관련 비용이 추가되면서 주택 마진이 악화돼 올해 연간 영업손실이 124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악재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당장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로 인한 입주 예정자 보상 문제를 두고 발주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중이다. GS건설이 검단신도시 아파트를 전면 재시공하기로 하면서 당초 올 12월이었던 입주 예정일은 5년가량 늦어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입주 예정자들과 계약 당사자인 LH는 지체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계약금과 이미 납부한 중도금에 대한 이자, 지연 위로 보상금을 포함해 가구당 약 900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다 입주 지연으로 향후 주거 계획을 다시 잡아야 할 입주 예정자를 위해 전세자금 등도 지원해야 한다. LH와 GS건설은 아직까지 세부 내용에 합의하지 못했다.

허윤홍 신임 사장 입장에서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당장 발주처인 LH와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를 수월하게 풀어낼 수 있을지가 변수다.

GS건설이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GS건설 사옥과 허윤홍 신임 사장. (GS건설 제공)
주택 편중된 매출 구조 다각화할까

허윤홍 주도 신사업 비중 커질 듯

허 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강도 높은 사업 재편으로 주택, 건축에 편중된 매출 구조 다각화에 성과를 낼지도 관심이 쏠린다. GS건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 중 주택, 건축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달한다. 임병용 부회장 체제에서 소위 ‘돈 되는’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수주에 힘쓰면서 자연스레 주택 사업 비중이 높아졌다. 수익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철근 누락 사고로 ‘자이’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된 만큼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도 적잖다.

주택 사업에 치중하면서 GS건설이 이른바 ‘제네콘(Genecon)’이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네콘은 프로젝트 발굴에서부터 기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공사의 전 과정을 맡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종합건설사를 뜻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임병용 부회장 체제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손쉬운 주택 사업에만 치중하면서 GS건설이 국내 대표 종합건설사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적잖다”고 귀띔했다.

허 사장은 일단 매출 구조 다각화를 위해 신사업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태양광이다. 허 사장은 2019년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에서 발전 용량 기준 300㎿급 태양광 발전소 개발에 나섰다. 이 프로젝트 사업비는 1억8500만달러로 이 중 GS건설의 투자금은 2350만달러(약 280억4200만원)로 지분 49%를 보유하게 됐다.

자회사 GS이니마가 주도하는 수처리 사업도 눈길을 끈다. GS건설이 2012년 인수한 GS이니마는 스페인 수처리 기업으로 전 세계 200개 이상의 수처리 플랜트 시공 실적을 보유했다. GS이니마의 지난해 매출은 4053억원으로 GS건설 전체 매출의 3.3%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786억원)은 14%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알짜 기업이다. GS건설이 그동안 국내 사업에만 치중해온 만큼 경쟁사처럼 해외 개발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도 높다.

물론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허윤홍 사장이 신사업에만 힘써왔을 뿐 주택 사업 경험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매출 다각화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GS건설을 먹여 살릴 핵심 사업은 주택이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여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에서 주택 사업 위상을 지켜낼지 우려하는 시각이 적잖다.

“오너 일가가 구원 투수로 등판하면서 책임 경영을 다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기존에 쌓아온 이미지만 악화될 우려도 적잖다.” 건설업계 관계자 귀띔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3호 (2023.11.08~2023.1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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