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규제 묶인 청남대… 대청호 무인도에 영빈관 지을 수 있을까

홍성헌 2023. 11. 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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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큰 섬·작은 섬 개발 구상
상수도보호구역 등으로 제한
환경단체 “식수원 오염” 반발
대전에 소유권… 사전협의도 필요
대통령 옛 별장인 청남대 항공사진. 충북도는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에 국빈 전용 숙소인 영빈관 등의 시설을 짓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청호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걸림돌이 있다. 충북도 제공


충북도가 대통령 옛 별장인 청남대 일원의 대대적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청남대 인근의 무인도를 국빈 전용 숙소인 영빈관으로 활용하거나 청남대에서 대청호반을 바라볼 수 있는 모노레일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청호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하고 환경단체의 반발도 거세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무인도의 소유권도 대전시여서 사전 협의 절차도 필요하다.

상수원보호구역인 대청호 인근에 자리잡은 청남대는 1983년부터 대통령 휴양지로 이용되다가 2003년 4월 민간에 개방됐다. 대통령 별장을 둘러싼 숲과 호반에 대통령길, 연못, 잔디광장, 하늘정원, 갤러리 등을 조성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숙소로 쓰던 본관은 관광 숙박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청남대는 상수도보호구역, 수변구역, 특별대책구역으로 묶여있어 개발행위가 제한적이다. 취사 행위 금지는 물론 푸드트럭도 들어설 수 없다. 내년 상반기 환경부가 상수원관리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표·시행할 것으로 알려지자 충북도는 청남대에서의 음식점 운영과 대청호 친환경도선 운행 허용 등 규제 완화를 건의하고 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1호 공약인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는 내륙 호수 관광 활성화 프로젝트다. 수많은 규제에 묶였던 충주호와 대청호를 비롯한 757개의 호수와 한반도의 허리 백두대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거점 모델이 바로 청남대다.

김 지사는 최근 “지난 20여 년 동안 방치했던 청남대 앞 큰 섬과 작은 섬의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면서 “이곳에 국가 영빈시설 등을 지으면 충북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청남대 앞 대청호에 있는 무인도를 미국 대통령의 전용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와 같은 대통령 영빈관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도는 청남대와 인근 대청댐을 오가는 친환경 전기동력선과 보행교 건설 등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조만간 국민 대상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섬 활용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활용 계획에 따라 사업비는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청남대 앞 큰 섬은 청남대에서 430m 정도 떨어진 섬이다. 면적은 70만9423㎡에 달한다. 춘천 남이섬(46만㎡) 보다 1.5배 정도 크다. 큰 섬 옆에는 17만2757㎡ 크기 작은 섬이 있다. 둘 다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무인도다. 청남대 개방 이후 20년간 자연상태로 있는 상태다.

두 섬 모두 상수원보호구역이어서 건물을 짓는 등의 개발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행정구역은 대전시 대덕구 황호동이다, 2003년 4월 청남대가 충북으로 이관된 이후 충북에서 공유재산으로 관리하고 있을 뿐 개발행위 등에 관한 인·허가권은 대전시에 있다.

개발행위를 하려면 반드시 금강유역환경청과도 협의해야 한다. 조희송 금강유역환경청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큰 섬과 작은 섬)생태계는 보존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도의 큰 섬 관광 개발 구상에 관한 입장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질의에 “법에 따라 엄격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각종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 청남대 주변에는 새로운 시설을 만들고 있다. 우선 역사·교육 시설이 들어선다. 내년 5월 준공되는 나라사랑 리더십 교육문화원은 지하 1층, 지상 3층, 건축 연면적 4100㎡ 규모로 구내식당, 세미나실, 강의실, 영상실, 생활관(32실) 등을 갖춘다. 청남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체험과 근현대 행정수반의 삶과 업적, 리더십을 배우는 국내 유일의 역사 교육·체험·연수시설로 활용된다. 또 경호·경비를 위해 쓰이다 방치된 소규모 초소 2곳에 지역 작가 작품과 무인 커피 판매기 등으로 미술관을 만들었다. 청남대 벙커 90여 곳을 차례대로 개발해 갤러리 등 예술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청남대 주차장과 제1전망대를 오가는 모노레일은 350m 구간에 40인승 규모로 내년 12월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제1전망대는 수려한 전망을 자랑하지만 급경사로 노약자 등은 접근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기존 등산로를 활용해 환경훼손을 줄이는 한편 저소음 저진동 시설 설치로 주변 영향도 최소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상수원관리규칙에서 정한 편의시설에 모노레일을 포함하도록 환경부에 규제 개선을 건의한 상태다. 도는 상수원관리규칙이 개정되면 설계와 인허가 절차를 거쳐 내년 하반기에 착공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도의 구상이 알려지자 환경단체들은 “대청호 식수원을 오염시키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무인도를 영빈 공간으로 개발하면서 대청호를 오염시키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반대 의견에 대한 고려나 협의도 없는 즉흥적인 대청호 무인도 개발 계획 발표로 논란만 키우고 있다”며 “말도 안 되는 개발 사업으로 논란을 만들지 말고 기후재난으로부터 충북도민의 삶을 지킬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8일 “충청지역 350만명의 핵심 식수원인 대청호의 수질보호를 위해 수자원의 체계적 관리와 수질보호대책을 철저히 추진할 것”이라며 “환경부와 상수원관리규칙 개정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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