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오락가락 K-금융규제에… 금감원, 수천만원 출장비 들인 해외IR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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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내놓으면서 'K-금융 전도사'로 나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해외 투자설명회(IR) 성과가 무색해졌다.
이번 공매도 정책은 다시 한번 해외투자자들의 예상을 벗어난, 오락가락 K-금융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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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공매도 전면 금지로 신뢰 잃어
“일관성 벗어나…금융선진화 물 건너가”
금융 당국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내놓으면서 ‘K-금융 전도사’로 나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해외 투자설명회(IR) 성과가 무색해졌다. 한국형 규제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해외투자자를 직접 찾아갔는데 실상은 예상을 벗어난 정책으로 혼란을 가중시키면서다.
이 원장의 첫 해외IR은 지난 5월 동남아 출장이었다. 태국 방콕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해 한국 시장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금감원장이 피감기관인 금융사와 해외IR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 직후라 일 수습에 나서야 할 금감원장이 피감기관과 해외 출장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원장은 성과를 앞세웠다. 해외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한국시장에 대한 규제 우려를 잠재웠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말하길 해외투자자들은 한국에 호감이 있어도 규제 리스크가 너무 큰 나라로 인식한다더라”며 “1년 후, 6개월 후 무슨 일이 어떻게 터질지 장담을 못 하니 그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관되게, 예를 들어 시장 친화적으로 하고 산업적으로 금융을 발전시키고 싶다고 하면 (직접 만나니) 믿어주시는 게 확실히 다르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도 금융 당국은 ‘공매도 전면 금지’가 아닌 ‘공매도 전면 재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정부가 추진한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서라도 공매도 전면 재개는 필요한 절차였다. 그동안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시기를 살펴봐도 세계 금융위기, 코로나19 확산 등 위기 상황에 한정됐다. 이번 공매도 정책은 다시 한번 해외투자자들의 예상을 벗어난, 오락가락 K-금융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가 된 셈이다.
시장은 일관성을 벗어난 공매도 정책에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 30년차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시장 선진화는 물 건너갔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금감원이 앞장서 해외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은 신뢰할 수 없는 곳이란 선입견만 각인시킨 꼴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올해 두 차례 해외IR에 사용된 출장비는 수천만원대다.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이 원장의 4차례 해외 출장에 사용된 비용은 7858만원이다. 이 가운데 해외IR이 목적인 유럽 출장에 4195만원, 동남아 출장에 2520만원이 사용됐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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