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가을' LG 최원태, 아웃카운트 단 1개 잡고 4실점 와르르 '충격 강판' [KS2]
(엑스포츠뉴스 잠실, 조은혜 기자) 한국시리즈 선발투수가 아웃카운트 단 하나만 잡고 내려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을 치른다. 전날 1차전에서 2-3 석패를 당하며 KT에게 기선제압을 당한 LG는 이날 빠르게 분위기 반전을 해야했지만, 선발투수 최원태가 1회조차 버티지 못하고 ⅓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으로 강판됐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8km/h까지 나왔고,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을 던졌지만 제구가 되지 않으면서 투구수를 효율적으로 쓰지 못했다. 이날 최원태는 공 20개로 아웃카운트 단 1개만 잡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최원태는 LG 트윈스의 우승을 위해 데려온 카드나 다름이 없었다. 외국인 투수 아담 플럿코가 후반기 시작 시점 감기 몸살과 고열 증세로 로테이션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선발진에 구멍이 난 LG는 키움 히어로즈에게 외야 유망주 이주형과 2023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까지 내주며 최원태를 데려왔다.
7월 29일 키움과의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최원태는 트레이드 바로 이튿날인 7월 27일 잠실 KT전을 시작으로 LG에 와서 9경기 선발 등판했고, 키움에서의 경기 포함 26경기 146⅔이닝을 소화, 9승7패 평균자책점 4.30의 기록을 남겼다.
9월 30일 잠실 두산전에서 기록한 4⅔이닝 2실점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하고 한국시리즈를 준비한 최원태는 두 번의 자체 청백전과 상무 야구단과의 연습경기에 등판하며 투구수를 끌어올리고 실전 감각을 조율했다. 상무 상대 연습경기에서는 4이닝 무실점을 기록, 최고 148km/h 구속을 마크했다.
최원태는 가을야구 경험이 굉장히 풍부한 투수다.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지난해까지 13경기나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올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까지 고루 나섰다. 다만 가을에 올린 승리가 없었는데, 이날도 기대에 못 미치는 투구로 승리는 요원했다.
시작부터 불안했다. KT 선두타자 김상수를 마주한 최원태는 스트라이크를 한 번도 잡지 못하고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공이 스트라이크존 바깥에서도 중구난방으로 꽂혔다. 이어 황재균에게는 중전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주자 1・2루가 됐다.
위기 상황이 되자 포수 박동원가 LG 김경태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최원태를 진정시키고 힘을 북돋았으나, 최원태는 이어지는 앤서니 알포드와의 승부에서도 슬라이더로 한 번 스트라이크를 기록했을 뿐, 다시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만루에 몰렸다.
이후 최원태는 박병호를 3루수 땅볼 처리했다. 최원태의 3구 커브에 방망이를 던지듯 타격한 박병호의 타구는 3루수 쪽으로 향했고, 3루수 문보경이 공을 잡고 홈으로 뿌려 KT의 득점을 막았다. 수비가 빨랐다면 더블플레이도 가능했지만, 박병호가 먼저 1루를 밟으며 만루 위기가 계속됐다.
그리고 장성우의 타석, 최원태의 초구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아래로 빠졌고, 2구 직구는 가운데에 꽂혔지만 3구 체인지업은 바깥쪽으로 벗어났다. 그리고 장성우가 최원태의 4구 슬라이더를 그대로 받아쳐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만들었다. 그 사이 주자 두 명이 들어와 KT가 2-0 리드를 잡았다.
내용이 좋지 않았다. 1차전을 앞두고 염경엽 감독은 "실점을 하는 것보다 내용이 어떻게 가느냐다. 1실점을 하더라도 에러, 빗맞은 안타 등 타자들과의 싸움에서 이기면서 내용이 안 좋은 것들은 조금 더 끌고 갈 거고, 점수를 안 주더라도 타자들 타이밍에 정확히 맞고 그러면 바꿀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 이날 최원태의 모습은 후자에 해당했다.
결국 LG 벤치는 빠르게 결단해 최원태를 내리고 이정용을 투입했다. 올 시즌 중반 불펜에서 선발로 보직을 전환한 이정용은 한국시리즈에서는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낙점을 받았다. 선발도, 불펜도 가능하기 때문에 불펜으로 썼을 때 더 활용폭이 크다는 계산이었다.
그만큼 중요한 카드지만, 그래서 이정용이 경기 초반 나온다는 건 LG로서는 좋지 않은 의미였다. 이정용은 1차전에서 케이시 켈리 뒤 7차전에 등판해 ⅔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이날은 최원태가 일찍 강판되며 1회부터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1사 2・3루에서 등판한 이정용은 배정대에제 좌전안타를 맞으면서 KT에게 2점을 더 내줬다. 이후 문상철과의 승부에서는 1볼-2스트라이크에서 포크볼로 헛스윙을 이끌어내면서 삼진을 솎아냈다. 이어 신본기와는 8구 승부를 벌이다, 1루주자 배정대의 도루가 잡히면서 그대로 이닝이 종료되고, 길었던 1회초가 끝이 났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에 앞서 " 3점 이내로 막고 우리가 5점 정도를 뽑아야 이기는 경기를 했다. 포스트시즌도 똑같다고 생각을 한다. 어제 투수들이 잘 방어를 했다고 얘기한 건 3점 이내로 막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으나 이날 LG는 시작부터 4점을 헌납하며 가시밭길을 자초했다.
그나마 곧바로 분위기를 뒤집어야 했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홍창기는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와 7구 승부를 벌였으나 3루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후 박해민이 중전안타로 출루했으나 김현수가 좌익수 뜬공으로 돌아섰고, 오스틴 딘의 우전안타로 2사 1・3루가 됐지만 오지환의 1루수 땅볼로 득점 없이 1회말이 끝났다.
2회초 올라온 이정용은 다시 상대한 신본기를 3루수 땅볼로 잡고, 조용호에게 2루타를 허용했으나 3루 진루를 시도한 조용호가 잡히면서 주장 없이 김상수를 만났다. 이정용은 김상수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으나 황재균에게 좌익수 뜬공을 잡아내고 실점 없이 이닝을 정리했다.
그러나 2회말에도 여전히 LG의 추격은 없었다. 선두 문보경이 볼넷으로 출루했으나 박동원의 초구 병살타가 나오면서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두 개가 늘었다. 이어 문성주는 공 세 개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다소 허무하게 2회말이 종료됐다.
사진=잠실, 김한준, 고아라, 박지영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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