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도 베드버그 청정지대 아니다? 빈대 출몰 오해와 진실 (ft. 방제법)
한국에선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생각됐던 빈대, 베드버그(bed bug)가 최근 출몰하기 시작했습니다. 찜질방 매트에서 살아 있는 빈대 성충과 알이 발견된 후, 한 대학교의 기숙사 침대에서 빈대 피해를 입었다는 호소와 외출한 다음 집에 돌아오니 옷에서 빈대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당국에 직접 신고된 빈대 의심 사례도 30여 건에 달했고요. 앞서 유럽 등 베드버그의 주요 출몰지에서 생활을 했거나 여행을 다녀온 후 피해를 호소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던 터라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어요.
빈대가 전염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물릴 경우 모기의 경우보다 거의 30배 정도 가렵다고 합니다. 사람 등의 혈관을 잘 찾지 못해서 닥치는대로 무는 바람에 물린 자국도 여러 개가 나고요. 가려움 탓에 긁어 상처가 난 자리에 감염증이 생길 수도 있고,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퇴치가 몹시 어렵습니다. 더러운 곳에만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깨끗한 집이라도 빈대가 서식할 수 있어요. 내성이 생겨서 기존 살충제도 잘 안 듣는다는 설도 있군요.
난데없는 빈대 공포에 퇴치를 위한 여러 민간요법들도 공유되고 있는데요. 우선 외출 후 집에 들어가기 전 옷을 털면 빈대가 잘 떨어져 나간다고 해요. 빈대는 50도 이상의 고온에서 죽기 때문에 건조기나 스팀다리미 혹은 스팀청소기를 이용해 박멸을 꾀할 수도 있습니다. 항간에는 규조토로 빈대를 잡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이는 권장되지 않는 방법입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빈대 박멸하려다 오히려 폐를 다칠 수 있습니다. 나무나 천의 틈에 사는 빈대가 빛을 싫어하나 싶어 집 안의 불을 전부 켜는 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이와 함께 택배사 물류창고에서 빈대가 발견됐다는 설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택배상자를 통해 빈대가 붙어 이동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택배업계의 주장입니다. '다회용 프레시백에 빈대가 발견됐다'는 온라인 글에 보건소까지 나서 조사에 나섰지만 빈대는 나오지 않았다고 하니 다소 안심이 되는군요.
일단 빈대를 직접 발견했거나, 흡사 곰팡이 자국 혹은 볼펜 자국처럼 보이는 빈대 흔적을 봤을 경우 방제 방법을 살펴 볼게요. 박멸이 쉽지 않은 해충인 만큼 물리적 방제와 화학적 방제를 병행해야 합니다. 먼저 빈대로 오염된 매트리스나 가구는 방제 후 다시 사용할 지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만약 갖다 버릴 경우 반드시 방제가 끝난 후 폐기해야 하고요. 다른 집에 옮길 수가 있거든요.
스팀 다리미나 청소기의 고열을 빈대가 서식하기 좋은 가구 틈, 벽 틈에 분사합니다. 특히 벽에 맞닿은 카페트는 반드시 방제해야 합니다. 벽과 카페트의 틈은 빈대가 살기 딱 좋은 환경이니까요. 또 청소기의 흡입력으로 매트리스와 가구에 펴져 있을 빈대와 알들을 빨아 들여야 합니다. 침대의 경우는 내부 스프링까지 구석구석 흡입 청소를 하지 않으면 완벽한 방제가 아닙니다. 오염된 의류 등 직물은 50~60도 건조기에 약 30분 정도 돌려줘야 빈대가 죽습니다.
화학적 방제를 위해 환경부가 허가한 살충제를 사용해야 하는데요. '비오킬' 등의 이름으로도 알려진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를 분무합니다. 이 성분에 내성이 생긴 빈대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뿌리면 일단 죽긴 죽습니다. 8일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살충제에 내성이 생긴 빈대를 잡을 수 있는 성분을 찾아냈다고 하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입니다.
종합해 보면 빈대는 '틈'을 좋아하기 때문에 최대한 거주 공간에 틈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빈대에 물렸을 경우 가려움과 통증을 없애기 위해 일반적으로 벌레 물린 곳에 바르는 약을 써도 됩니다. 항히스타민제와 부신피질호르몬 성분이 함유된 제품들이요. 다만 가려움을 피하기 위해 먹는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면 졸음이나 진정 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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