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발걸음 만들고, 폰으로 뇌건강 체크…“우리가 미래 유니콘”
누군가 뒤에서 다리를 밀어주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발걸음이 가볍고 부드러워졌다.
8일 오후 서울 국회의원회관 3층 로비에 마련된 ‘2023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심포지엄’ 딥테크(Deep-tech) 창업 기업 전시장. 이날 기자가 5분쯤 일상 속 관절 움직임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 ‘엔젤슈트 H10’을 착용했더니 금세 가뿐한 걸음걸이로 바뀌었다. 엉덩이에 벨트처럼 두르고, 다리에 걸치면 돼 착용 방법도 간단했다. 슈트를 살펴본 관람객 A씨는 “걸음이 불편한 할머니께 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공경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2017년 창업한 엔젤로보틱스가 개발했다. 송정미 연구지원부장은 “건강한 다리의 데이터를 수집한 ‘건측 파악 센서’가 사용자의 보행 의도를 분석해 일상 속 걸음걸이를 도와주는 기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서울대와 KAIST 등에서 28개 딥테크 기업이 참여했다. 자율주행 로봇 관제 플랫폼을 개발한 플로틱, 전기차 무선 충전 시스템을 선보인 와이파워원, 박테리아 감지 센서를 개발한 더웨이브톡 등이다.
오비이랩은 KAIST 연구실에서 창업해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통신 기술을 의료기기에 접목했다는 자부심이 남달랐다. 이 회사는 기존의 뇌영상 장치와 달리 휴대성과 사용 편의성을 높인 ‘너싯(NIRSIT)’ 장비를 개발했다. 이마에 헤드밴드처럼 착용하는 ‘너싯’은 병원에 가서 뇌영상을 찍지 않고 집에서 스스로 촬영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 유치만 150억원에 달한다.
이준영 교수 등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보라매병원 정신과 연구진이 주축이 돼 창업한 이모코그는 뇌 건강 검사 도구인 ‘기억콕콕’을 선보였다. 스마트폰에서 URL에 접속하기만 하면 사용자의 기억력 저하 여부를 미리미리 발견할 수 있는 기기다.
이날 행사장에는 대학 및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투자 지원‧육성) 관계자 수십 명이 다녀갔다. 사우디아라비아‧중국 출신의 유학생들은 수첩에 메모를 해가면서 기업 부스를 살펴봤다. 김판건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전문 기술이 만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으로 성장하기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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