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까지 3년 반…이일규에 이어 두번째로 짧은 임기, 후임은 안개 속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는 국회 동의를 받아 임명되더라도 6년 임기를 다 채울 수 없다.
법원조직법상 대법원장의 정년은 70세다. 조 후보자는 1957년 6월 6일생으로, 대법원장에 취임할 경우 2027년 6월 5일 정년을 맞게 돼 도중에 퇴임해야 한다. 인사청문회와 국회 동의 절차를 고려하면, 3년 반 정도 대법원장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역대 대법원장 가운데 조 후보자와 비슷한 경우는 이일규 전 대법원장이 있다. 이 전 대법원장은 1985년 대법관에서 물러난 후 재야에 있다가 1988년 2차 사법파동 때 김용철 대법원장이 사임하고, 후임으로 지명된 정기승 후보자 마저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는 상황에서 10대 대법원장으로 취임했다. 이 전 대법원장은 대법관 시절 인혁당 사형 선고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내는 등 ‘통영 대꼬챙이’란 별칭을 얻었고, 법조계의 신망도 두터웠다.
조 후보자도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가 재판지연과 인사편중 등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후임으로 지명된 이균용 후보자가 낙마하는 등 유사한 상황에 처했다. 그는 2020년 3월 대법관 퇴임 이후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전 대법원장도 취임 2년 5개월 만에 정년을 맞아 퇴임했다. 역대 대법원장 가운데 2~3년가량 재직하다 그만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사법부 개혁을 요구하는 사법파동이나 개인 투기 의혹으로 낙마한 것이다. 처음부터 6년 임기 도중 정년을 맞는 것을 알고 임명(또는 지명)된 경우는 이 전 대법원장과 조 후보자뿐이다.
일부에서는 3년 반 정도의 시간으로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때 무너진 사법 시스템을 복구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평소 선후배 법관의 신망이 두터워 무난히 임무를 수행할 것이란 전망이 더 많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조 후보자는 칸트와 같은 원리원칙주의자로 임기와 상관없이 사법부를 정상화하기에 최적화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조 후보자의 임기가 끝나는 2027년 6월은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점이다. 그해 3월 3일 대선을 치러 이미 차기 대통령이 정해졌지만, 윤 대통령의 임기는 2027년 5월 9일 끝나기 때문이다. 통상 대법원장 후보는 인사청문회와 국회 동의 일정을 고려해 전임자 임기보다 1~2개월 전에 지명한다. 윤 대통령이 퇴임한 후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대법원장 후보를 지명하기도 어색하고, 그렇다고 다음 대통령이 취임해 일을 진행하면 시간이 촉박할 수 있다. 양쪽이 매끄럽게 합의하지 못할 경우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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