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료만 인상, 실효성 미지수…총선 겨냥 꼼수 인상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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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분기 전기요금을 대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을)' 요금에 대해서만 킬로와트시(㎾h)당 평균 10.6원 인상한 것은 '투트랙' 전략으로 분석된다.
산업용 요금을 소폭 인상하는 것만으로는 200조원대인 한전의 총부채를 해소하기 어렵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성명을 내고 "산업용 전기요금만 추가로 올리는 것은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경제가 어렵고 수출 실적이 부진하므로 요금 인상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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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분기 전기요금을 대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을)’ 요금에 대해서만 킬로와트시(㎾h)당 평균 10.6원 인상한 것은 ‘투트랙’ 전략으로 분석된다. 서민 물가 안정과 한전 경영 정상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절충점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번 인상안만으로는 한전의 고질적인 역마진 구조는 해소가 불가능하다.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한전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갑)과 산업용(을)으로 나뉜다. 정부는 산업용 고객(약 44만곳) 중 산업용(갑) 요금은 동결했다.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정부가 대기업 대상 ‘핀셋 인상’에 나선 것은 이들이 쓰는 전력량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산업용(을) 고객은 약 4만2000곳으로 전체(2486만6000곳)의 0.2% 수준에 그쳤다. 반면 전력 사용량은 26만7719기가와트시(GWh)로 총사용량(54만7933GWh)의 48.9%를 차지했다. 주택용(14.8%)과 일반용(23.2%)을 큰 폭으로 웃도는 수치다.
산업용 요금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싼 것도 이번 인상의 배경이 됐다.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의 값싼 전기요금이 사실상 정부 보조금에 해당한다며 한국산 철강 제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한 것도 산업용 요금 인상의 명분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대기업들이 인상분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산업용(을)의 경우 가정용의 100배 정도로 전기를 많이 쓰는 곳”이라며 “해당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커서 부담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들은 그동안 값싼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혜택을 누려왔다”고 덧붙였다.
9일부터 인상된 요금이 적용되면 산업용(을) 고객의 월평균 요금은 431만원가량 늘어난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간 3000억원가량 전기요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 이번 인상으로 한전은 올해 4000억원, 내년 2조8000억원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세제개편을 통해 향후 4년간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6조8000억원가량 깎아주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금액을 단 한 해 만에 전기료로 다시 거둬들이는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전력을 비싼 값에 사서 싼값에 파는 한전의 역마진 구조는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1년부터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서 한전은 2년 이상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팔았다. 산업용 요금을 소폭 인상하는 것만으로는 200조원대인 한전의 총부채를 해소하기 어렵다.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애매한 요금 조정으로 한전 경영 개선과 물가 안정, 에너지 절약 기조 확대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놓치게 됐다”고 지적했다. 주택용과 일반용 요금 동결로 국민의 에너지 경각심이 떨어지고, 대기업이 오른 전기료를 하청업체 등에게 떠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도 “언제까지 기업에만 책임을 맡길 수는 없다”며 “정부가 역마진 해소를 위한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단체는 이번 인상이 기업활동을 위축할 수 있다며 우려의 뜻을 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성명을 내고 “산업용 전기요금만 추가로 올리는 것은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경제가 어렵고 수출 실적이 부진하므로 요금 인상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사업본부장은 “원가주의에 입각한 가격체계를 정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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